[뒤끝작렬]포성 멎은 서해 화약고…군사합의안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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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충수역의 본질은 우발적 충돌막아 전쟁위험 감소시키는 것
군 "南 함정 기동훈련 차질없고, 南의 6배 달하는 북 해안포 위험서 벗어나"
국방부와 청와대 관계자, 완충수역 남북간 거리 표기와 설명 잘못해 논란 키워

노컷뉴스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1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19일 체결한 군사합의에 따라 11월부터 서해 완충수역내 포사격이 금지됨에 따라 이 합의가 깨지지 않는 한 한반도의 화약고로 부리는 서해 5도 등 접적지역 일대에서의 포성이 멈추게 됐다.

사실 이 일대에서의 포성은 이미 올들어 멈췄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국면이 시작됨에 따라 해병대가 K-9 자주포 해상 사격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예 훈련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발사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훈련만 했다.

해마다 10월 전후로 정기적인 포사격이 있었지만 현재의 국면에서는 포사격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는게 군의 설명이다.

우리의 땅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수십년 동안 포사격을 훈련하고 북한의 도발로 연평도 포격전까지 겪었던 해병대 장병들은 갑자기 바뀐 환경에 어리둥절하고 서운할 수도 있겠다.

또 완충수역 설정에 따라 장병들은 앞으로 포사격 훈련을 하려면 장비를 배에 실고 육지로 나와 해야 하는데 번거롭고 나랏돈도 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

대신 서해 일대에서 남북이 포를 쏘며 피를 흘릴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 서해 완충수역 남북간 거리 표기 잘못…논란 자초한 국방부

국방부가 19일 군사합의안을 설명하면서 한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남측의 덕적도와 북측의 초도까지의 길이 80km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해 여기에서는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했는데 실제 따지고 보니 이 길이가 135km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최북단을 기준점으로 따지면 북한이 포사격이나 해상기동훈련을 하지 말아야 할 수역은 북 위쪽으로 50km 정도인데 그 곳에서 부터 남측의 덕적도까지는 85km나 되는 것이다.

국방부의 설명은 물론 NLL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40km, 북쪽으로 40km이라고 했던 최종건 청와대 비서관의 언급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남측이 완충수역을 설정하면서 북측에 많이 양보한 것이라거나 북방한계선보다 남쪽으로 훨씬 더 내려와 있는 이른바 북한 주장 '경비계선'을 수용한 결과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합의서 설명자료에 80km라고 한 것 자체가 오류였다고 사과했다.

NLL 최북단에서 북쪽 해역으로 50km, NLL 최남단에서 덕적도 해상까지의 거리 30km만을 더해 80km라고 표기하는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남북 군사합의안이라는 중대 사안을 설명하면서 거리 표기를 잘못해 뒤늦게 바로 잡고 사과하는 국방부의 행태는 질책받아 마땅하다.

◇ 서해 완충구역 南北 누구에 유리한가? 본질은 충돌방지를 통한 전쟁위험 감소

사실 서해 완충수역 설정이 군사적으로 남북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하고 누가 손해를 봤는지를 따지는 것은 복잡하고 어렵기도하거니와 본질을 빗겨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협상의 결과물인 만큼 득실을 따져보는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기존 분쟁 수역(NLL)에 대한 남북의 입장이 다를뿐더러 서로 갖고 있는 무기체계의 종류와 가치, 위험요소 등을 수치로 만들어 칼로 무를 자르듯 남북의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지역의 한반도 지도를 보면 북한쪽은 장산곳 일대가 튀어나와 있어 완충수역으로 설정된 해역이 남측에 비해 작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방부에 따르면 해안포 등이 배치돼 역시 사격이 중지되는 육지해안선은 북한북측이 270여㎞로 남측 100㎞ 미만보다 훨씬 더 길다.

군 당국이 파악한 것이 맞는다면 이 지역에 배치된 북한의 해안포는 남측보다 6배나 많고 포병 역시 8배가 많다.

북한은 황해도 장산곶과 옹진반도, 강령반도의 해안가, 그리고 서해 기린도·월내도·대수압도 등에 해안포 900여 문을 배치해 놓고 있으며 해주 일원에 배치된 해안포도 100여 문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방부는 완충구역 설정은 처음부터 남북간 유·불리를 따진게 아니라 순전히 우발적 충돌을 막자는 전제 아래 협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남북 모두 함정 기동훈련을 원래부터 이 일대에서는 하지 않는다. 남북 모두 훈련을 못함으로서 전략·전술적 손해를 볼수 있는 일이 없는 곳에 완충수역이 만들어진 것이다.

군에 따르면 해군의 함정기동훈련은 이 수역보다 훨씬 아래인 서해 격렬비열도 쪽에서 이뤄진다.

포사격과 경비함정이나 육지의 해안포 등이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해 오인을 일으키고 충돌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자는게 이번 해상적대행위중지 합의의 취지다.

남북간 실질적 해상경계선인 NLL 일대에 대한 평화수역화와 공동어로구역 설정은 남북 모두 조심스럽게 원칙에만 동의했을뿐 실질적인 논의는 앞으로 구성될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 확정된다.

이 문제는 실질적으로 해상경계선을 놓고 협상하는 과정이어서 남북이 강하게 부딪칠 가능성이 크지만 완충수역 설정은 근원적으로 NLL에서 비롯된 문제이면서도 지향하는 취지 자체가 NLL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논란이 될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어렵게 체결된 완충수역 설정이 분쟁의 바다인 서해가 평화의 바다로 가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남북 모두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되는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합의안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핵심이고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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