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순천·광양 미술대전 대상 잇단 표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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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순천시미술대전, 제4회 전국섬진강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대상작 거의 같은 작품 '자기표절' 논란
미술계 인사 "말되 안되는 일 벌어져…수상 취소해야"
"작가 양심도 문제지만, 알고도 줬다면 심사 더 문제"

제18회 순천시미술대전 서양화부문 대상작(왼쪽)과 제4회 전국섬진강미술대전 서양화부문 대상작이 거울처럼 닮아 있다.(사진=순천시·광양시 제공)

 

전남 순천과 광양에서 잇따라 열린 전국 단위 미술대전의 서양화 부문 대상 수상작 2개가 마치 거울에 비춘 것처럼 유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 광양시에 따르면 지난달 치러진 제4회 전국섬진강미술대전에서 고흥 출신 화가 김모 씨가 '축일'이란 제목의 작품으로 서양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김 씨는 불과 9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치러진 제18회 순천시미술대전에서 '축일'이라는 같은 제목의 작품으로 서양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문제는 같은 제목의 두 작품이 거울처럼 닮아 있다는 점이다.

전국섬진강미술대전 대상 작품은 하단은 하늘색, 중간은 흰색, 상단은 파란색 계열의 배경에 오른쪽 상단에 달처럼 보이는 둥근 원이 배치돼 있다.

이에 비해 순천시미술대전 대상 작품은 유사한 배색에 원의 위치만 왼쪽으로 바뀌어 있을 뿐 일반인들이 보기에 사실상 같은 작품이다.

섬진강미술대전 모집요강에는 국내·외 전시회 등에서 발표하지 않은 미공개 작품이어야하며, 다른 작품을 모방하지 않은 순수 창작품이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국섬진강미술대전 다른 부문 심사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구도만 다를 뿐 같은 작품으로 순수 창작물이 아니다"며 "순수 창작물을 요구하는 공모전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또 "거의 같은 작품을 또 출품한 것은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자기 양심을 져버리는 행위"라며 "수상을 취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술대전 심사 경력이 있는 한국미술협회 한 이사는 "심사를 여러번 참여해봤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은 원래했던 작업을 뒤집은 것에 불과하다"며 "개인전에 내놓은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순수 창작물을 기본으로 하는 전국 단위 공모전에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이 이사는 또 "논문으로 본다면 100% 자기표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술은 자기 정신과 세계의 표현물이기 때문에 학문보다도 더 스스로 엄격해야 한다"며 "작가의 양심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고, 이를 사전에 알았다면 심사위원들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섬진강미술대전 채수평 운영위원장은 "심사에는 관여하지 않아 다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몰랐다"며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같은 작가의 시리즈 작품으로 볼 수 있다"고 해명했다.

대상을 수상한 김모 씨도 "다른 사람의 것을 모방하거나 유사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많은 화가들이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시리즈 작품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거울처럼 닮은 두 작품이 잇따라 대상을 차지한 가운데 지역 미술계 내부에서도 논쟁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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