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대일무역적자 ↑…'가마우지 경제'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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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국교 재개 후 만성적 현상…부품·소재 의존도 줄어들지만 기술력 격차 여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나는 진주만을 기억하고 있다"(I remember Pearl Harbor)

6월 미·일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말 한 마디가 아베 총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미국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기준 689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안겨준 일본을 향해 77년 전 '진주만 기습'의 '원죄'를 상기시키며 압박한 것이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매년 2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대일 무역적자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다. 미국과의 경제규모를 비교하면 우리의 대일 적자 비중은 오히려 더 큰 편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대일 무역수지는 1965년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적자 폭은 2010년에 약 361억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개선돼 2015년에는 202억 달러로 낮아졌지만 2016년 231억 달러, 지난해 283억 달러 등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1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적자 확대는 아이러니 하게도 최근 우리 수출을 책임지다시피 하는 반도체 호황 때문이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57.4%에 이를 정도로 반도체 수출이 늘면서 일본으로부터의 제조용 장비 수입도 57억 달러에 이르며 127% 증가했다. 올해 1~7월 동안에는 25% 증가한 43억 달러에 달했다.

반도체 제조 장비 외에도 소재와 부품의 많은 부분을 일본에 의존해야 하는 무역구조가 만성적 역조 현상을 낳는 원인이다.

수출을 하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어부 좋은 일만 시키는 낚시용 물새의 신세에 빗대 '가마우지 경제'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443억 달러, 미국에는 179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거뒀지만 일본에 283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물어야 했다. 대일 무역적자는 원유 수입선인 중동을 빼면 매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수출이 잘 돼도 고용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낙수효과'가 줄어드는 데에는 이런 요인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리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도 과거보다는 높아져 무역역조 현상도 개선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부품·소재의 세계 수출시장 순위가 2001년 10위에서 2014년 5위로 상승했다.

이와 관련, 무역협회 심혜정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길게 보면 부품·소재 산업의 일본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 2000년에는 28%에 달했던 것이 2016년에는 17.8%, 올해 1~7월에는 16.5%까지 감소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장기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미래 유망 소재·부품분야의 우리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68.6%에 머물러있다.

이들 분야에 대한 국가별 최고 기술(전체 553개) 보유 현황을 보면 미국, 일본 등과의 격차가 더 확연해진다.

소재 분야에선 미국은 61개, 일본은 68개를 보유한 반면 우리나라는 7개에 머물러있고, 부품 분야에서도 미국 158개, 일본 79개, 한국 6개라는 왜소한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는 지금까지 관련 부처 합동으로 3년 단위의 '소재·부품발전 기본계획'을 4차에 걸쳐 마련하며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핵심 기초 산업의 특성상 조기에 성과를 보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일본 도레이사의 탄소섬유도 1970년대에 개발을 시작해 30년간이나 적자를 낸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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