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돌아가셔서"… 이산가족, 생면부지 혈육 만나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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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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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가족들…"형님 사진이라도 꼭 보고싶다"
"오빠 얼굴이라도 보고싶었는데 너무 늦었다"
"1살이던 딸, 아버지 아닌 이복동생 부인 상봉"

지난 2015년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 당시 모습 (사진=자료사진)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린다.

하지만, 지나버린 68년 동안 애타게 찾던 가족이 세상을 등져 난생처음 보는 혈육과 만날 수밖에 없는 상봉자들은 또 한 번 눈물을 삼키고 있다.

◇ "형님 떠올릴 사진 한 장이 없다"

임응복(77) 씨는 한국전쟁 당시 가족들과 홀로 떨어져 살고 있던 자신의 친형을 만나려 했다.

하지만, 생사확인 결과 친형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대신 형수와 조카를 만난다.

전쟁 전에 형은 결혼하지 않았던 상태, 다시 말해 형수와 조카 모두 이번에 처음 보게 된다.

형을 만나고 싶었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상봉행사가 열릴 때마다 신청했지만, 매번 떨어지다 이번에 처음 선정됐다. 하지만, 형을 만날 수는 없다.

형을 떠올릴 사진이나 물품도 전혀 없는 임씨는 형수와 조카를 만나면 "그동안 형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언제 어떻게 사망했고, 어디에 묻혔는지 등을 묻고 싶다"고 한다.

또 형의 사진이라도 꼭 보고 싶다고 한다.

정학순(81)씨도 마찬가지다. 의용군으로 징집됐다는 소식 이후 연락이 끊긴 친오빠를 찾고 싶었지만, 생사확인 결과 오빠는 이미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 16살이었던 오빠는 부지런했고 웃음이 많았던 기억이 생생하지만, 정씨도 오빠의 사진 한 장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정씨는 울먹이며 "전쟁 후 가족들을 찾아 혼자 빈집으로 돌아왔을 오빠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며 "오빠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이산가족 상봉이 너무 늦었다"고 한탄했다.

이번 상봉에서 만나는 건 오빠의 아내와 조카다. 정씨는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무슨 선물을 줘야할 지 고민에 빠져 있다.

◇ "1살이었던 조카, 아빠 만나게 해주려 했는데"

조권형(80)씨는 자신의 형이자 조카의 아버지를 찾았지만 이미 사망했다는 생사확인 회보서를 받았다. 이번에 만나게 된 혈육은 형의 며느리와 손녀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21세였던 형은 인민군에 강제로 징집됐다. 형은 형수와 한 살배기 딸을 남겨둔 채 소식이 끊겼다.

조씨는 "그 조카가 어느덧 69살이 됐다"며 조카를 데리고 금강산에 갈 예정이다.

조카에게 아버지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조카는 이복동생의 부인을 만나게 됐다.

안타깝게도 조카에게 보여줄 형의 사진 한 장이 없는 조씨는 "조카며느리가 형님 사진이라도 하나 가지고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조씨는 "형님이 생존해 계실 때 무슨 얘기를 하셨는지, 어떻게 살아오셨을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한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일부터 22일까지 1회차, 24일부터 26일까지 2회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1회차에는 남쪽 가족 89명이 북측 가족을 만나고, 2회차에는 북측 가족 83명이 남측 가족을 만난다.

금강산을 찾는 남측 가족들은 행사 전날 강원 속초시에 마련된 숙소에 집결해 방북교육과 건강검진 등을 받는다.

이후, 정해진 일정표에 따라 2박 3일간 모두 여섯 차례의 상봉을 진행한다.

이번 8.15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으로 지난 2015년 10월이후 약 2년 10개월만에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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