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300만원 안쓰면 입원 못해요" 과잉진료 부추기는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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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시장'으로 전락한 요양병원의 민낯 ⑦]
특정 금액 미만 진료비 납부 환자 입원 '거부'…사실상 실비보험 가입자만 입원 가능
과잉진료가 일상화된 요양병원…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원인

요양병원들이 암환자들에게 온열 치료와 고주파 치료 등 불필요한 고가의 진료를 부추기는 과잉 진료를 남발해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CBS의 기획보도 <'인간시장'으로 전락한 요양병원의 민낯> 일곱 번째 순서로 과잉진료 부추기는 요양병원 실태에 대해 보도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브로커 판치는 요양병원… 환자 사고 파는 '인간시장'으로 전락
② 요양병원 브로커 활동 무대로 전락한 국립대병원
③ '리베이트' 받고 팔려다니는 요양병원 환자들
④ 밤과 주말이면 사라지는 요양병원 환자들
⑤ 오로지 돈… 요양병원 주인은 '사무장'?
⑥ "우리 할머니가 애완견보다 못해?" 요양병원 환자 용품에 곰팡이
⑦ "한 달 300만원 이상 안쓰면 입원 못해요" 과잉진료 부추기는 요양병원
(계속)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지난 5월 A씨는 어머니 B씨의 요양병원 입원 상담을 위해 전남의 한 요양병원을 찾았다. A씨는 진단서나 소견서 등을 준비하지 못한 채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 직원은 B씨의 실손보험 가입 여부부터 물었다.

B씨의 보장금액과 보장비율을 확인한 직원은 곧바로 1주일에 고주파 온열치료 2회가 포함된 월 700만 원 상당의 치료를 제안했다. 환자의 정확한 상태가 파악되기도 전에, 그것도 의사가 아닌 상담 직원이 사실상 치료 프로그램을 결정해준 것이다.

지난 7월 광주 C 요양병원을 찾은 D씨 역시 난감한 상황을 경험했다. 상담에 앞서 만난 병원 직원은 "우리 병원은 한 달에 300만 원 이상의 진료비를 낼 수 없는 환자들은 입원할 수 없다"며 "조건에 맞출 수 없으면 상담이 어렵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나 가족에게 최소 300만 원 이상의 진료비를 감당할 상황이 안 되면 상담조차 할 수 없다는 병원 측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요양병원들이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를 돈으로 보는 실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한 달에 300만 원이 넘는 진료비를 꾸준히 낼 수 있는 환자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실손보험에 가입된 환자만 골라 병원에 입원시키겠다는 뜻이다.

입원 상담 과정에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부터 먼저 확인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진료비를 요구하는 요양병원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전남 화순의 한 요양병원은 다른 병원에 비해 자신들은 비급여 진료를 많이 제안하지 않는다며 다른 병원에 비해 저렴한 진료비로 입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다른 환자들이 수백만 원 단위의 진료비를 내는 상황에서 우리는 최소 150만 원 정도의 진료비만 내면 입원이 가능하다"며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 가운데 비급여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요양병원들은 실손보험 가입자를 골라 선택적으로 입원시키는 이른바 '돈 되는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아니라 실손보험 가입 여부와 보장금액 등에 따라 치료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장금액의 최대치까지 사용하더라도 자동차 보험 등과 같이 환자가 내는 보험료가 오르는 등의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양병원들은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이용해 필요 이상의 과잉 진료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유도하는 '도덕적 해이'를 반복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를 남발하는 과잉진료를 해도 병원 측과 환자 모두 피해를 보지 않는 제도의 맹점을 십분 이용하는 셈이다.

여기에는 진료비 규모가 커질수록 환자가 감당해야 할 본인 부담금이 늘어나지만, 본인 부담금을 할인해주거나 아예 받지 않는 등의 병원의 리베이트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 이처럼 불필요한 고가의 의료행위를 남발하는 요양병원들의 과잉진료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수년 간 요양병원에서 일했던 의사 강모 씨(57)는 "암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제외한 남은 실비 보장금 전액을 요양병원에서 사용하도록 제안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며 "상당수 요양병원들이 1회당 30만 원에 달하는 온열치료와 면역력 강화 주사를 환자에게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씨는 "진료비가 더 나오더라도 손해될 게 없는 환자들 입장에서 병원 측의 제안을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실손보험 보장 금액에 따라 치료 프로그램이 결정되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특히 한방 요양병원에서는 실비 보장금액으로 값비싼 한약을 짓도록 제안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한 약재가 들어갔지만 가격이 천차만별인 한약을 조제하더라도 보험회사가 한약 가격을 쉽게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실제 한약을 짓지 않고 허위로 한약을 지었다고 진료비를 책정한 뒤 약값의 일부를 환자에게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는 이른바 '카드깡' 행태의 리베이트까지 오가고 있다.

이밖에 장기간 입원으로 상급병실을 선호하는 입원 환자가 많아지면서 상급 병실료 대신 실제 환자가 받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받았다고 허위로 기재해 진료비를 청구하기도 한다. 환자는 상급병실을 무료로 이용하고 병원은 환자를 통해 허위 진료비를 챙기는 카르텔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광주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치료와 함께 한약까지 지을 수 있는 한방 요양병원이 환자에게 과잉진료를 부추기기 가장 쉬운 환경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한약을 실제 환자가 먹었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전남지역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들에 대한 입원과 진료가 적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광주지원은 지난 5월 광주의 5개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내역서 등에 대한 점검을 벌였다. 외출과 외박이 잦는 등 입원이 불필요한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판단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문제가 된 환자들에 대해 심사보류 및 심사조정 조치를 취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입원 및 치료가 적정하지 못한 요양병원 입원 환자가 더 있다고 판단해 광주전남 18개 병원으로 점검 대상을 늘렸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된 요양병원 대다수는 암에 대한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보다는 온열 치료 및 면역요법제 투여 등의 비급여 치료가 주로 이뤄지던 곳이었다"라고 말해 요양병원의 과잉진료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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