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의 '박경솔' 강기영 "임팩트 있는 역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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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유식 역 강기영 ①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박유식 역을 맡은 배우 강기영 (사진=황진환 기자)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두 사람 결혼 안 한 걸 보면 김비서가 너랑 결혼할 마음이 없는… 거는 아닐 거야, 아닐 거야. 그나저나 우리 오너 막 밀어붙이는 거 막 장난 아니다~김비서가 괜히 불도저라 그런 게 아니네. 섹시 불도저, 앙큼한 웨딩피치 불도저? 웨딩 불도저?"

"아까 우연히 전 와이프를 봤는데 아니 나한테 경솔하다더라고. 아이 뭐 사실 내가 경솔했어. 그러니까 잊으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거기서 마주치는 바람에.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내가 거길 간 게 경.솔.했네? 저, 오너야. 너는 김비서하고 절대 헤어지지 마라. 이별은 아픈 거거든. 아, 내가 두 사람한테 또 조언을 했네? 경솔했네, 경솔했어. 응, 경솔했어!"

"오늘 만나지. 음. 아아, 저기 미안하지만 오늘 밤늦게 만날 수 있을까? 내가 병원을 좀 갔다 와야 해서. 아, 실은 성기가 상당히 아파서 병원을 좀 가야… 아하~ 아 저기저기 그 성기가 아니고 다른, 다른 성기가 아니고 저기저기 김성기라고 유학 시절 알던 후배 놈이 있는데… (뚜뚜뚜) 여보세요? 서진아, 서진아. 여보세… 여보!"

이 문장이 상황을 서술하는 글로 읽히지 않고, 음성 지원이 된다면 당신은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애청자였을 것이다. 한 회에 많아 봐야 4~5씬밖에 안 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경솔'(극중 이름은 원래 박유식이다)은 내로라하는 개그 캐릭터였다.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감초 연기로 눈길을 끈 강기영은 박유식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김비서' 원작을 찢고 나온 것 아니냐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기영은 좋은 작품을 만난 덕이라며 공을 다른 데로 돌렸다.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을 무사히 마쳐 무척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 캐릭터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던 '원작'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조회수 5천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하면서 웹툰이 나왔고, 웹툰 역시 구독자 500만 명, 누적 조회수 2억 뷰 등 큰 사랑을 받았다.

강기영이 맡은 박유식은 유명그룹 사장이자, 현재 아내와 이혼해 혼자 사는 캐릭터다. 외모, 재력, 수완까지 모두 갖춘 나르시시스트 이영준(박서준 분)의 오랜 친구이면서도, 오너와 일개 CEO라는 서열 차이 때문에 영준에게 꼼짝 못 하는 구석을 지녔다. 건강이 부실해 각종 약을 달고 살고, '박경솔'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만큼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역이었다.

강기영은 탄탄한 원작이 있었기에 자신도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때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다면 머리도 노란색으로 하려고 했는데 (드라마는) 실사판이니까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며 웃었다. 이어, "특징이 너무 확실한 배역이라서 제가 얻어올 게 많았다. 창조보다는 모방이었을 텐데, 한약을 먹는다든지 영준이와의 상하 관계가 분명한 점들이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너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극중 박유식은 이영준(박서준 분)과 앙숙 케미를 선보이며 웃음 유발자로 활약했다. (사진='김비서가 왜 그럴까' 캡처)

 

웹툰에서의 특성을 잘 살리면 지나치게 만화적으로 보여 튈 수도 있었겠지만, 강기영은 이를 잘 조율해 나갔다. 강기영은 상하 관계가 명확했던 웹툰 버전과 서로에게 '꺼져'란 말도 쉽게 할 수 있을 만큼 편한 사이였던 웹소설의 중간 점을 찾아 연기했다고 밝혔다.

강기영은 "저는 (원작에서) 특징을 다 갖고 왔다. '싸우자, 귀신아'에서도 천상이란 캐릭터를 했는데 원작이 있어서 너무 도움이 많이 됐다. 이번엔 역할이 더 컸는데도 모방한 게 득이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박유식 역은 원작에서 더 비중이 높았다. 개인 서사를 가진 주요 인물이었다. 드라마상에서도 실수투성이인 설비서(예원 분)와 깨알 같은 설정이 있고, 헤어진 아내 최서진(서효림 분)과의 로맨스가 나왔지만 비중이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 이에 대해 아쉽지 않냐고 물으니 강기영은 바로 "그럴 수도 있다"며 웃었다.

"근데 저는 너무 좋았어요. 이런 임팩트 있는 역할이어서. 비중이 적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떨 때는 한 회에 한 씬, 진짜 많아 봐야 다섯 씬 정도 됐는데 그것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나오고, 씬도 길긴 길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너무 쾌적했어요, 환경이. (웃음) 제일 먼저 퇴근하고. 분명히 일하고 왔는데 오전이고. (웃음) 박유식 말고 강기영은 좋았어요. (많은 분량이) 기대가 안 된 것도 있고 (웃음) 마지막에 전처랑 재결합하는 것까지가 원래의 목표였어요. 조력자의 역할로 임팩트를 많이 얻었다고 생각해서, 욕심은 채워진 것 같아요."

또한 뚜렷한 악역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음에도 이를 잘 채워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기영은 "이렇다 할 악역 없이 16시간을 어떻게 끌고 가지? 했는데 김지아 비서(표예진 분), 고귀남(황찬성 분), 봉세라 과장(황보라 분) 등 웹툰에 있긴 하지만 (그들로 인해) 볼거리가 더 많아져서 좋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 자칫 얄미워 보일 수 있었던 박경솔을 살려낸 노하우

박유식은 눈치를 보면서도 상황이 허락하는 한 쉴 새 없이 깐족대고 너스레를 떠는 코믹한 캐릭터였다. 까딱 잘못하면 시청자들에게 '밉상' 취급을 받을 수도 있었다.

강기영은 "'오 나의 귀신님'을 할 때도 쥐어박고 싶을 만큼 얄미운 역할이었는데, 항상 당하기도 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런 측은함 때문에 사람들이 편을 많이 들어준 것 같다. 짠하게 봐 주시고"라고 말했다. 돌아보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너인 이영준에게 얄밉게 굴어도, 나중엔 꼭 그만큼 돌려받았다. 한 소리를 듣는다든지.

극중 오랜 친구 사이이자 연애 상담 조언자 관계이기도 한 박유식-이영준 (사진='김비서가 왜 그럴까' 캡처)

 

하지만 박유식이라는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입어버리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동료 배우인 박민영은 강기영이 초반 촬영에서 캐릭터 소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일화를 들려준 바 있다. 이에 관해 물으니 "만화 원작이다 보니 처음에는 너무 만화스럽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너무 작위적이고 불편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강기영은 "만화에 나온 걸 (제) 얼굴로 (그대로) 표현하려다 보니 너무 과장된 거다. 그걸 내려놓으니까 정말 편해지더라, 유연해지고. 감독님도 초반보다 뒤에 '강기영이 물이 올랐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감을 찾은 시기는 3부였다. 1~2부만 해도 무척 어려웠다고.

박준화 감독은 배우들을 믿고 그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스타일이었다. 강기영은 "'너, 한 번 신명 나게 해 봐라' 하면서 많이 맡겨주셨던 것 같다. 이렇게 하라고 뭘 강요하지 않으셨다.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하셨다, 직설적으로. 그게 더 편했다"고 말했다.

◇ '오너야'-'유식이야', 웃음 선사한 박서준과의 케미

강기영과 가장 많이 붙은 배우는 이영준 역의 박서준이었다. 앙숙인 듯 절친인 듯 경계를 오가는 두 사람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드라마를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촬영 중 많이 친해졌냐고 묻자 "많이 친해졌다. 저는 (서준 씨가) 워낙 개그감이 특출난다고 생각한다. 영준이는 딱딱한 옷을 입었는데도 (박서준이기에) 제가 치는 개그를 다 받아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기영의 순발력으로 탄생한 애드립이 다음 대본에 반영된 경우도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시청자에게는 익숙할, '오너야~' 하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맥락에서 애드립은 작가님에게도 너무 실례다. 다만 제가 썼던 애드립을 다음 대본에 써 주시더라. '영준이야~' 하는 것도 두 성인이 그러니까 귀엽게 봐 주셨나 보다. 마지막 회에 '유식이야~'라고도 하지 않나. 케미를 쌓다 보니 그런 대사가 나왔다"고 전했다.

배우 강기영이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하루에도 몇 번씩 실수해서, 실수의 양과 질만으로는 CEO가 되고도 남았을 사고뭉치 설마음 비서 때문에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그런 아랫사람이 있으면 어땠겠냐고 물으니 "바로 그만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게 극이니까 이해된 것"이라고 답했다.

강기영은 "사실 설비서와의 상황에서 애드립을 많이 하진 않았다. 예원 씨가 설비서 같은 구석이 있다. 엉뚱하기도 하고. 뭘 쏟는 장면도 연습하고 오더라. 그래놓고 정작 자기 얼굴에 쏟았다. 매 씬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박서준 씨는 사실 저는 감이 안 왔어요. 박서준 씨가 영준이를 어떻게 연기할까. 너무 어려운 캐릭터이지 않을까? 막상 들어가니 제가 좋아하는 배우 조정석 형이 생각났어요. 형은 물론 너무 유쾌하지만 진지한 것도 잘하시는데, (서준 씨도) 딱딱함과 유연함을 가진 배우인 것 같아요. 딱딱한 배역이 들어와도 그 속에서 재미를 살릴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어서, 뭘 던져줘도 다 잘 받아줬던 것 같아요. 효림 씨는 너무 성격이 좋아요. 불편하지도 안혹 말도 금방 놨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거죠. 아, 너무 칭찬만 했죠. (일동 폭소) 말하면서도 지겨워죽겠네. (일동 폭소) 예원이는 설비서 같아요. 그냥 설비서 같아요. (웃음) 민영 씨야말로 김비서 같았어요, 정말. 전작도 같이 했지만 (이번이) 인생 캐릭터였던 것 같고, (드라마의) 일등공신이었어요. 김비서가 잘되는 데 있어서." <계속>

(노컷 인터뷰 ② '김비서' 강기영이 밝힌 첫 키스씬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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