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를 보내며…우린 모두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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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희망과 당위 건넨 여정 '유종의 미'
생생한 인간군상…사회파 드라마 확장성
모두 같은 처지 함께 바꿀 수 있다는 웅변
"세상은 바뀐다…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사진=JTBC 제공)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나 있는 우리들의 영웅 이야기."

JTBC 법조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를 봐 온 시청자라면 지난 16일 밤 전파를 탄 마지막회 마지막 신에서 묘한 감흥을 얻었을 법하다.

극중 주요 인물들이 과거 어딘가에서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지금의 인연에 이르렀다는 설정이, '우린 모두 연결돼 있다'는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진리를 상기시키는 까닭이다.

동명 원작 소설을 쓴 서울동부지방법원 문유석 부장판사가 직접 드라마 대본까지 집필해 리얼리티를 극대화 한 '미스 함무라비'는, 매회 사법부 내 다양한 인간군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법조드라마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얻는다.

이들 군상은 비단 사법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스 함무라비'는 사회파 드라마로서 확장성을 얻었다. 상명하복·출세지상주의와 같은 전근대적인 문화가 여전히 굳게 똬리 튼 한국 사회 여타 조직의 전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다만 그 배경이 사회 정의 구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사법부라는 점은, 현실의 사법부에서 이러한 행태를 목격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특별한 문제의식을 남긴다.

이는 마지막회 에피소드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나 있는 우리들의 영웅 이야기"라는 대사를 통해 변화에 대한 단순한 희망을 넘어 마땅히 그리 돼야 한다는 당위를 얻어내는 모습이다.

그 당위성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소" "과거가 미래한테 양보하는 게 섭리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할 수 있는 선배들, "이번엔 부끄럽게 숨어 있지 않을게" "절대 너 혼자 당하게 하지 않을 거야"라고 손을 내미는 동료들을 부각시킴으로써 보다 뚜렷해진다.

(사진=JTBC 제공)

 

방영기간 내내 배우 고아라가 연기한 박차오름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 여성들이 겪는 부조리를 부각시킨 점은 이 드라마의 남다른 미덕이다.

견고한 남성 중심 문화가 빚어 온,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도 표현되는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은 결국 '우린 모두 같은 처지'라는 현실을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미스 함무라비'는 웅변하고 있다.

그 메시지는 마지막회 법정 신을 통해 정점을 찍는다. 남편의 무시무시한 폭력에 시달리다가 죽음의 문턱에서 그를 살해한 여성이 있다. 이에 대한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지는데, 배심원단이 무죄 판결을 내놓는 과정이 주는 여운은 강렬하다.

극중 배심원들의 토론은 공론장의 중요성을 새삼 환기시킨다. 부조리한 사회 구조가 빚어내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정·학교·군대 등 우리네 일상에서 비일비재하는 벌어지는 무수한 폭력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게 만드는 까닭이다.

각자 처지에서 버겁게 떠안고 있는 커다란 절망과 분노가, 실은 우리 모두의 몫이며 함께 바꿔 가야 할 현실이라는 사실 말이다.

'미스 함무라비' 마지막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수도권 5.9%, 전국 5.3%)을 경신했다는 소식은 앞으로도 이 드라마를 보게 될 사람들이 많다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마지막회에 등장한 대사를 오롯이 빌리면, 이 드라마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지만, 놀랍게도 아주 가끔은 세상이 바뀐다.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꼭 해야 되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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