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삼성 봐주기인가 결정장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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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 6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판단하고 제재 여부를 결정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두 달 이상 끌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논란의 끝은 어디인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2일 긴급브리핑을 갖고 삼성바이오 회계기준위반 안건에 대해 5차례에 걸친 회의 결과를 내놨지만 그 결론은 반쪽 짜리라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별감리를 통해 회계기준위반 사항으로 지적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바이오에피스)의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Biozen)과 체결한 합작계약의 약정사항(콜옵션)에 대해 공시누락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2015년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 변경해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크게 부풀렸다는 것이다.

증선위는 공시누락에 대해서는 삼성바이오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하였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삼성바이오 담당임원에 대해 해임권고하고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회계처리 기준 부당 변경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며 금감원에 다시 감리할 것을 요구했다.

회계처리 기준 부당 변경은 이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이었다.

삼성바이오는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5년에는 무려 1조 9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회계처리됐다.

하루 아침에 2조원에 가까운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의 회사성격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재무투자회사)로 바뀌면서 투자이익이 3천억원에서 4조 5천억원으로 엄청나게 불어난데 따른 것이다.

종속회사의 지분가치는 장부가격으로 하는데 반해 관계회사는 공정가격(시장가격)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보고 회계처리한 것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의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지분의 절반까지 가질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변동 시의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동을 일으킬만한 상황변화는 없었다며 삼성바이오가 이익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증선위가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재감리를 요청함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는 계속 논란으로 남게 됐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금감원이 삼성바이오에 대해 특별감리를 벌인 것은 지난해 3월부터이다.

문제는 그로부터 1년 4개월이 지났는데도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가총액 7위인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 결론 내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분식회계 여부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까지 거론될 수밖에 없고 그 파장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그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책임있는 당국의 처사로 보기 힘들다.

증선위와 금감원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똑같은 금융당국일 뿐이다.

분식회계논란으로 두 달 이상 롤러코스트를 타온 삼성바이오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삼성 봐주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금융당국이 이렇게 질질 끌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까하는 판단에서다.

사실 세계 초일류기업인 삼성의 힘은 막강하다.

분식회계논란이 일자 수많은 회계전문 대학교수들과 언론이 줄줄이 나서 방어막을 쳐주면서 삼성 편을 들었다.

금융위에서 분식회계 여부를 심의하는 감리위원과 삼성과의 연관성이 문제되기도 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하다.

4년 연속 적자인 기업이 하루 아침에 2조원에 가까운 흑자를 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회계처리가 삼성이 아닌 다른 기업에서도 가능했겠느냐 하는 점이다.

회계업계에서는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만이 여기에 눈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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