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20년 걸린 수사권 조정, '국민의 경찰·검찰'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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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부터)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경찰은 '수사권', 검찰은 '기소권'

21일 정부가 발표한 합의문에서 정리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큰 방향이다.

구체적으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은 폐지되고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을 갖게 된다.

경찰이 사건을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하지 않을 경우 검사는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서로가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다.

이낙연 총리는 이러한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경이 지휘와 감독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 국민의 안전과 인권의 수호를 위해 협력하면서 각자의 책임을 높이는 것이 긴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기관 개혁 1호 공약에 따라 그동안 청와대와, 검찰과 경찰의 상위 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수차례 만나 길고 지루한 협의를 통해 가까스로 합의를 이룬 것이다.

그 사이 조정 대상인 검찰과 경찰 사이에 심한 대립과 알력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개혁대상으로 지목돼 기득권 중 일부를 뺏기게 된 검찰은 협의과정에서 검찰이 배제됐다는 '검찰 패싱'의 문제를 제기하며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정부가 수사권 조정 합의를 이룬 것은 평가할 만하다.

사실 수사권 조정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아주 역사가 길다.

당시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됐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검찰과 경찰 사이에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때는 검·경 수사권 조정협의체, 이명박 정부 때는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발족됐지만 검찰과 경찰의 반발과 대립으로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보장하는 선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동안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등 검찰의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검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정적인 것은 박근혜 정부 말기의 국정농단 사태다.

비리를 사전에 도려내지 못한 국가권력기관, 특히 검찰에 대해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셌다.

부패한 정권 편에 서서 막강한 권력 휘두르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 열망도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이날 수사권 조정안 발표는 지난 20년간 강도가 높아져온 검찰 개혁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년이 걸렸지만 뒤늦게나마 경찰은 수사권, 검찰은 기소권으로 정리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은 제도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다.

두 권한을 한 곳에서 행사하면 너무 권한이 큰 조직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

물론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권을 갖게 된 경찰이 과연 제대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혹시 수사를 받는 국민의 인권이 훼손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 있다.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이것은 개혁 대상인 검찰이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

걱정이 타당하다고 해도 반대가 아니라 조정안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오히려 이번 수사권 조정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 권한 비대화에 대한 우려이다.

이는 이번 합의조정안을 마련한 정부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자치경찰제를 전국에서 실시하도록 적극 협력"하고 "비(非) 수사 직무에 종사하는 경찰이 수사의 과정과 결과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와 인사제도를 강구하는 등의 과제를 경찰에 줬다"고 밝혔다.

합의안은 앞으로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야 시행될 수 있다.

앞으로 그 과정에서 또 한 차례 검·경의 치열한 신경전과 대립이 있을 수 있다.

부디 그 과정을 통해서도 합의의 기본방향은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날 발표장 단상 뒷 면에는 '국민의 검찰 · 경찰이 되겠습니다'는 구호가 내걸렸다.

이번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 검찰· 경찰'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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