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홍준표 패싱'과 홍 대표의 소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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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6·13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가는 곳마다 톡톡한 설움을 받았다.

자기 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신을 피해 다닌 것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 등이 그랬다.

광역단체장 후보의 경우는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에 출마한 터라 홍 대표가 느끼는 서운함은 상당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재래시장에서 상인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이정주 기자/자료사진)

 

그런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대며 홍 대표의 유세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홍 대표는 3일 전국을 순회하는 선거 지원 유세를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머드급 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의 대표가 유세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중전'과 '지상전'으로 나눈 투트랙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즉, 홍준표 대표는 선거를 총괄 지휘하는 콘트롤 타워로서 중앙 정치 이슈를 다루고, 후보들은 선거현장에서 지역맞춤형 공약으로 민심잡기에 주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홍 대표가 전국을 순회하는 유세를 중단한 것이지, 주요 거점 지역에 대한 지원유세는 그대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의 선거전략 수정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블랙홀처럼 모든 선거 이슈를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의 유세 중단 선언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이른바 '홍준표 패싱'의 결과라든가, 선거 책임론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라는 등의 해석이 그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홍준표 대표의 연관 검색어를 찾아보면 '막말', '패싱', '경적'과 같은 부정적 단어들이 빼곡하다.

물론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단체장 후보들의 '홍준표 패싱'과 홍 대표의 유세 중단은 역설적이지만, 모두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1야당의 이 같은 행보가 과연 민심을 제대로 읽은 결과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의 대표와 후보들을 폄훼하려는 차원이 결코 아니다.

홍준표 대표는 유세 중단을 선언하면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드높이는 차별화된 정책을 내걸고, 한반도 미래를 위한 긍정의 화법(話法)을 사용하며, 편가르기 사고방식을 벗어난 포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백번을 양보해 '강한 야당'을 표방한 홍 대표의 소신과 원칙이 억울하게도 '막말'과 '수구꼴통' 프레임에 갇힌 형국일 수 있다.

그러나 홍 대표의 거친 말은 서생적 문제의식보다 상인적 현실감각이 앞선 탓이다.

지금은 '강한 야당'보다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는 '현명한 야당'이어야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공감의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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