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포커판 뒤집은 트럼프, 허 찔린 '포커 플레이어'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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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배경에 중국에 대한 불만 요인. 중국 북미 정상회담 취소 예상 못한듯 관영 매체들 신중 태도.

(사진=C-Span 영상 캡쳐)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세계적인 포커 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가 그가 하는 것처럼 할지도 모르겠지만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느닷없이 던진 발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차례 만남을 가진 뒤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고 기자들과 문답을 나누던 중 나온 말이다.

취임 이후 군사·경제·외교 등 각 분야에서 중국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현실과 달리 틈만 나면 시 주석을 '항상 나의 좋은 친구(my good friend)'라며 추켜세우던 것과도 다른 분위기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 했다.

하지만 얼버무리 듯이 덧붙인 "물론 내가 그가 하는 것처럼 할지도 모르겠지만요...(I probably may be doing the same thing that he will do)"라는 말의 진정한 속내를 당시 알았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를 24일 일방적으로 선포해 버렸다. 시진핑을 세계적 포커 플레이어라고 비꼬았던 트럼프가 포커판 자체를 뒤집어 버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회담 취소의 이유로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명의로 발표된 성명 등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을 꼽았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등장한 북미 정상회담 적신호들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을 따라가 보면 공개서한의 행간에는 '중국'과 '시진핑'이 자리잡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시 주석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나흘 뒤인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과 합의가 성사될 때까지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최근 국경이 더욱 허술해져 북한 주민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들었다"며 중국의 대북제재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지적했다. 다음 날인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자리에서는 시 주석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으로 표현됐다.

지난 3월과 5월, 김정은 위원장의 이례적인 2차례 방중을 계기로 중국이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최근 북한 노동당 고위관계자를 중국으로 초청해 11일 동안 전국의 경제 개혁 현장을 둘러보게 하는가 하면 대대적인 대북 투자를 약속하는 등 북한의 환심을 사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북제재를 협상의 원동력으로 여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회담에 착수하기도 전부터 중국이 미국의 협상력을 망치고 있다는 불만을 가질 법했다.


협상이 결렬돼도 중국에 의지하면 된다는 식으로 북한이 협상에 임하게 될 경우 미국이 원하던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미 회담이 결렬된다 해도 북한으로서는 북중관계가 회복된 것만으로도 성과로 삼을 수 있다"며 "중국이 제재를 엄격하게 집행하지 않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선언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미 직후 이뤄졌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측의 요구에 왕이 국무위원이 명확한 답을 주지 않은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중국의 협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워싱턴의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문제로 중국에 대한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훈련 초청을 취소한 것을 놓고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협상 취소' 카드까지 들고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듯하다. 중국의 관영매체들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속보로 비중 있게 다뤘지만 사설이나 논평 등을 이용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가고 있다. 민족주의적 성향의 환구시보(環求時報)가 관련 사설에서 "미국 정부가 제멋대로 한다는 인상을 주고 미국의 국제적 신뢰에도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하는 정도였다. 일주일 전 북한의 최근 적대적 태도 변화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 6개월간 계속해 양보해도 미국은 더 큰 요구를 했을 뿐이라며 비판했던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 여론을 주도하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5일자 신문에서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아예 21면에서 조그맣게 다루는데 그쳤다. CCTV는 이날 아침뉴스에서 이 소식을 톱에 배치하며 워싱턴과 평양 특파원을 연결하는 등 비중있게 다뤘지만 스트레이트성 기사 위주로 구성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상대적 차분함은 중국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 아직도 가이드 라인을 확실히 정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침묵 내지 '의도적 모호함'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일부 서방 매체들은 "'타결 없는 협상'은 중국이 미국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지렛대(레버리지)를 제공한다"며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불쾌감은 중국이 제대로 중재자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 둘지 조차 의문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ZTE(中興·중싱통신)에 대한 제재 완화 방침이 철회될 수도 있다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초강대국들이 벌이는 거대한 포커판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난전(亂戰)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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