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육교사 살해 용의자 검거…이번엔 증거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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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에도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확실한 증거 없어 풀어줘

제주경찰이 16일 장기미제사건인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박모(49)씨를 체포한 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 중이다. 고상현 기자.

 

제주경찰이 제주지역 장기미제사건인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16일 검거했다.

체포된 남성은 9년 전에도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당시 확실한 증거가 없어 구속영장 청구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에 증거를 확보해서 검거한 것인지는 함구하고 있어 수사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여)씨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박모(49)씨를 붙잡았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8시20분쯤 경북 영주시에 숨어있던 박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일단 최근 동물실험을 통해 그동안 혼선이 있었던 이씨의 사망시점이 명확해졌다는 점과 이를 근거로 추가로 확보된 증거 때문에 박씨를 범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추가로 확보한 증거가 무엇인지는 "향후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설명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 실종 8일째 발견된 주검

지난 2009년 2월 1일 제주시내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했던 이모(당시 27세‧여)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씨는 이날 오전 3시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남자친구 집에서 나온 뒤 사라졌다.

이어 이씨의 휴대전화 신호도 오전 4시4분쯤 제주시 애월읍 광령초등학교 인근 기지국에서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가방은 2월 6일 제주시 아라동 도로변에 있는 밭에서 발견됐다. 가방에는 이씨의 휴대전화, 주민등록증 등 소지품이 대부분 고스란히 있었다.

이후 이씨는 실종 8일째인 2월 8일 산책을 하던 마을주민의 신고로 제주시 애월읍 고내오름 인근 농업용 배수로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씨의 주검이 발견된 지점은 이씨의 집에서 4㎞,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지점과는 12㎞, 가방이 발견된 지점과는 30여㎞ 떨어진 곳이다.

발견 당시 이씨는 실종 당일 입고 나간 밤색 무스탕 점퍼만 입고, 하의는 벗겨진 채 엎드린 자세였다. 특별한 외상이나 타박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 경찰, 범인 이동경로 토대로 택시기사를 용의자로 추정

경찰은 이씨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지점, 가방이 발견된 지점 등을 종합해 범인이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를 따라 수사에 나섰다.

시간과 거리를 감안했을 때 경찰은 범인이 제주시 용담동 주변에서 이씨를 차에 태우고, 살해한 뒤 고내오름 인근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봤다.

이후 한라산 중산간 방향으로 이동해 광령리 인근에서 휴대전화를 끄고, 30㎞ 떨어진 제주시 아라동으로 이동해 가방을 버리고 도주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씨의 몸에 외상 흔적이 없는 점을 들어 이씨가 저항 없이 차를 탔을 것으로 보고 택시 기사들을 대거 용의선상에 올렸다.

2009년 사건 현장. 자료사진.

 

◇ 용의자 특정했지만 뚜렷한 물증 없어 수사 난항

경찰은 범인의 예상 이동경로와 이동 시간을 토대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9년전에도 택시기사 박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 실종 당일 숨진 것이 아닌 '시신 발견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숨졌다'는 의외의 내용이 나왔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에 혼선이 왔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유전자를 확보해 박씨의 유전자와 비교했지만, 일치하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뚜렷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다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박씨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면서 9년째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 사망시점에 대한 새로운 동물 실험 결과…수사 급물살

그러나 사건 발생 9년 만에 새로운 동물 실험으로 피해자의 사망 시점이 실종 당일로 나오면서 수사가 다시 본격화됐다.

경찰은 실험결과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제3의 법의학자에게 감정을 의뢰했고, 최근 구두로 "인정된다"는 내용의 결과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9년 전 녹음한 박씨의 진술 등을 가지고 음성‧진술 분석 등의 과학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러한 증거 외에도 추가로 증가를 확보했지만,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수사 결과를 토대로 박씨를 유력 용의자로 다시 지목하고, 지난 10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소재지가 불분명한 박씨를 검거하기 위해 기존 수사팀 인력 7명에 전문 조사 인력 7명을 추가해 수사팀을 모두 14명으로 확대 구성하기도 했다.

경찰은 박씨 주변인의 통화 내역을 통해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하고, 경북 영주시에서 3일 잠복 후 검거했다.

강경남 제주청 광역수사대장은 "법원으로부터 박씨가 피의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있어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본다"며 "향후 피의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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