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소셜유니온 "문체부 새예술정책, 박수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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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플렉스홀에서 열린 ‘사람이 있는 문화’ 문화비전2030 발표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제공)

 

"이제 최종결과물이 나왔으니 박수치고 기뻐해야 할 테지만 그럴 수가 없다."

16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새예술정책과 문화비전 2030에 대해 이날 예술인소셜유니온(위원장 하장호)이 쓴 논평을 남겼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그릇을 깨트리지 않으면 새 물이 담기지 않는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사업의 나열만 있고 핵심 과제는 없다"며, "관료 독점의 문화예술 정책을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예술정책에서는 여전히 장르별 나열식 사업들이 보이고 각종 센터를 설립하여 기관들로 하여금 문화행정을 대행하게 끔 하는, 관료 중심의 문화예술 행정의 구태를 감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논평 전문.

[논평] 그릇을 깨트리지 않으면 새 물이 담기지 않는다
- 문화부의 '새예술정책' 발표에 부쳐

5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새예술정책'과 '문화비전2030'을 발표했다. 새예술정책은 작년 10월부터 10개 분과의 활동을 통해서 수립된 각 분야별 계획을 종합한 것으로 지난 문화적폐의 10년을 넘어서 새로운 예술의 시대를 만들기 위한 청사진과 같다. 예술인소셜유니온에서도 운영위원과 회원들이 이 과정에 함께 했다. 그동안 '예술노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예술이 인간의 활동으로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창작 역시 공정한 보상의 대상인 노동이라는 사회 인식의 변화가 없이는 제대로 된 예술환경이 조성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참여함으로써' 관철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그리고 이제 최종결과물이 나왔으니 박수치고 기뻐해야 할 테지만 그럴수가 없다.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선임과정의 논란을 통해 대통령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문화예술행정의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ᅠ여전히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제대로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이 있는 당사자를 블랙리스트가 작동했던 기관의 기관장으로 선임한다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하여 담당부서에서 장관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이것은 블랙리스트의 문제를 바라보는 문화예술 현장과 행정과의 거리가 그만큼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태다.

◇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핵심 과제가 중요

또한 '새예술정책'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업들이 과거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을 지적해야 겠다. 문화융성 정책에서도 문화예술의 자율과 상생, 융합이 강조되었고 예술인복지지원센터의 설립이나 생애주기별 맞춤형 창작지원 제도 등의 내용이 나열되어 있었다. 세제 혜택을 통해서 문화향유를 촉진하겠다는 정책 역시 달라진 바 없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이 비판을 받았던 것은 그 세부적인 정책이 '모두'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핵심적인 정책'과 그것의 '추진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새예술정책의 새로움은 새로운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그와 같은 사업들이 어떤 철학과 가치, 그리고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우선, 블랙리스트를 작동시킨 당사자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자체의 혁신안이 없다. 여전히 문화부의 정책은 스스로를 발신자로 생각한다. 블랙리스트는 정책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발신자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하지만 새예술정책에서는 여전히 장르별 나열식 사업들이 보이고 각종 센터를 설립하여 기관들로 하여금 문화행정을 대행하게 끔 하는, 관료 중심의 문화예술 행정의 구태를 감추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부 자체의 권한과 권력을 나누고 통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당장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없이 각종 센터의 설립과 특정한 과의 신설을 내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문화기구의 자율성 강화와 예술현장을 통한 사회적 통제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문화부가 사업을 구상하고 소속 문화기구들이 이를 수행하는 관계로 보인다. 단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조치를 보아도 기구 자체의 자율성에 대한 언급은 있어도 문화부가 시행해온 비공식적인 지휘통제에 대한 규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문화부와 예술위가 협약을 체결하여 기능과 역할을 명문화한다고 참고한 영국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문화부에 즉각 제출해야 함"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머문다.

그동안 예술인소셜유니온이 역점을 두고 활동해온 예술인복지 영역 역시 익숙한 개별사업들이 나열되어 있을 뿐, 그것들을 집행하는 '방법론'의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 당장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자율성에 대한 고민없이 문화부가 직접 예술인복지정책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번은 블랙리스트를 작동했던 손으로 이제는 새로운 예술정책을 작동시키겠다는 문화부 관료의 구태를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면 과도한 것인가. 그런 협력체계라면 오히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문화부는 뒤에서 법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맡는 것이 맞다.

◇ 관료독점의 문화예술정책이라는 그릇을 깨야

개방직 직위는 우선적으로 문화부가 수용해야 하며, 그간 장르별로 편제되어 각종 협단체 단체장과의 간담회가 의견수렴의 전부였던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 문화부의 관료들이 문화부 소속 문화기구의 주요 인사로 등장하는 회전문 인사도 중단해야 한다.ᅠ무엇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의 후속조치로 문화부의 행정체계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체계적인 혁신 과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분권과는 전혀 상관없이 분배되어왔던 균형발전특별회계의 사용부터 문화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각 사업부서마다 사금고처럼 운영하는 과도한 기금구조도 혁파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새예술정책이 시작하려면 우선 그것의 실행 주체로서 문화부가 새로운 그릇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예술경영센터 대표의 임명과정과 여전히 공석으로 방치하고 있는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구성을 보면서 도대체 이 문화부를 깨지 않고서 어떤 혁신이 가능할지 짐작할 수 조차 없다. 왜 현장의 예술인들이 문화예술위원회를 구태여 국가문화예술위원회로 만들면서라도 문화부의 통제로부터 문화기구를 구해내려 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고 볼 만한 변화가 있었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자기 혁신이 부재한 새예술정책이란 결국 문화부 관료가 허락한 문화예술정책에 불과하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제안한다. 새예술정책의 발표는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것도 가장 최소한의 출발점으로 이제 그 새로운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오랜 공정에 들어서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새예술정책의 추진과정을 점검하고 매년 이행실적을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민관협치기구를 구성하라. 그리고 문화부 자체의 혁신을 위한 공론화에 착수하라. 더러운 일을 수행한 손을 감추고 다른 손을 내민다고 혁신이 아니다. 여기서 멈춘다면 예술인소셜유니온이 어느 누구보다 먼저 문화부를 광장으로 불러낼 것이다.

새예술 정책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지금부터 만들자.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낡은 그릇부터 깨야 한다.

2015년 5월 16일
예술인소셜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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