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과거에 발목 잡힌 삼성의 미래 먹거리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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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캡쳐)

 

잘 나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파문에 휩싸여 휘청거리고 있다.

이 분식회계 파문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삼성그룹의 미래 명운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사업은 삼성이 지난 2010년 미래 먹거리를 위해 선정한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가장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이다.

앞으로 삼성이 전자와 바이오 양축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바이오사업의 대표주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다.

이러한 기대가 반영돼서인지 지난 2016년 11월 상장 당시 공모가 13만 5천원으로 출발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지난달에는 1년 반만에 60만원선까지 육박하기도 했다.

9조원대에서 출발한 시가총액도 40조원을 눈 앞에 두면서 코스피시장에서 한 때 시총순위 3위로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초 분식회계 파문에 휩싸이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가는 36만 8,500원으로 보름 사이에 24% 이상 추락했다.

시가총액도 24조원대로 줄어들어 시총순위는 7위로 주저앉았다.

분식회계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1년 동안 계속된 금감원 차원의 특별감리 결과가 사전에 공개된 것일 뿐 앞으로 금융위원회에서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론과 함께 제재수위가 결정된다.

그런 만큼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반격도 거세다.

금감원 특별감리 결과를 전혀 승복할 수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증선위에서 분식회계가 확정되면 행정소송에까지 나선다는 강경한 방침이다.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에 무려 1조 9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기염을 토했다.

이것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이 아닌 재무투자회사로 처리하면서 회계기준 방식을 바꿈에 따라 투자이익이 3천억원에서 4조 5천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종속기업의 지분가치는 장부가격(취득원가)으로 하는데 반해 재무투자회사는 공정가격(시장가격)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이익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변동 시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정상적으로 회계 처리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작 파트너인 미국 바이오젠(Biozen)이 지분의 절반(49.9%)까지 가질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유명 회계법인의 자문을 거쳐 지배력 변동 시의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에대한 판가름은 앞으로 열릴 감리위와 증선위에서 내려질 것이다.

만약 분식회계가 확정된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 클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등의 중한 제재가 내려질 수도 있고 분식회계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집단소송도 꼬리를 물 것이다.

여기까지는 안가더라도 이미 제기된 분식회계 의혹만으로도 삼성의 미래 먹거리인 신수종사업은 이미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투자자들의 불신이 상당한 가운데 얼마나 힘을 받아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안타까운 것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된 책임의 상당부분이 삼성 자신에 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는 제일모직이었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1대 0.35의 비율로 합병돼 통합 삼성물산으로 거듭나게 됐고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이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지분만을 갖고 있던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합병당시에도 설득력있게 제기됐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이 합병비율에 찬성하는데 청와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것이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수년간 적자기업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에 갑자기 2조원에 가까운 흑자를 낸 것도 이 구조에서 보면 이해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바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야 삼성물산과의 합병비율을 합리화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측도 처음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문제삼았던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무리한 합병비율이 나왔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을 찾아내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각광받던 바이오라는 신수종사업도 이재용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의 무리수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삼성의 무리수는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사건 등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계속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도 세계 초일류 대기업다울 수는 없는 것일까.

앞으로 남아있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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