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값 1천원 인상은 무리수? 전문가들이 바라본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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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값 1만 1천원 시대 ①] 1천원 인상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CGV 목동 영화관의 풍경. (사진=자료사진)

 

CJ CGV(이하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업체들이 4년 만에 영화관람료를 1천원 인상했다.

성인 관객이 주말 프라임 시간대 2D 영화를 관람할 경우, 각 멀티플렉스 업체들의 가격 정책에 따라 1만 원~1만 2천원까지 영화관람료를 지불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난 2016년 시행된 이들 업체들의 좌석 및 시간차등제로 인해 이미 관객들은 가격 인상을 체감하고 있었기에, 2년 만에 이뤄진 공식적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가격 인상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임차료와 인건비 그리고 시설투자 및 유지비의 상승으로 영화관 운영에 지속적 부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업체들의 영화관람료 인상을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은 어떨까. CBS노컷뉴스는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분석한 이번 관람료 인상의 원인을 들어봤다.

◇ 관점 1: "관객 정체로 위기 도래…가격 인상 필요했을 것"

2013년 총 관객수가 2억 명을 돌파한 후, 한국영화산업은 정체기에 돌입했다.

2억 명 돌파 이전까지 매해 1천만 명 가량 증가하던 관객수는 2013년 이후, 매해 200만 명 가량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액 증가 또한 지지부진하다. 2억 명을 돌파한 2013년 1조 5천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17년까지도 1조 7천억 원 고지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진단해 온 것처럼 관객은 이미 포화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한 해 평균 영화 관람 횟수는 4회, 즉 3개월에 한 번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한다. 한국 정도의 횟수로 국민들이 영화를 즐기는 국가는 미국 정도 뿐이다.

영화산업의 정체는 관객 포화 상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고, 이것이 결국 멀티플렉스 업체들의 영화관람료 인상을 불러왔다는 의견이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멀티플렉스는 임대업인 동시에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어쨌든 매해 관객수가 느는 만큼, 어느 정도의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 정도 관객 증가율로는, 티켓 매출로 '서비스'를 유지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라는 개념 안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공간(임차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인건비), 영화관 시설(시설 투자 및 유지비) 등이 포함된다. 물론, 이들 업체들이 당장 영화관람료를 올리지 않으면 경영 위기를 맞는 상황은 아니다.

김 분석가는 "멀티플렉스 업체들은 수익을 내야 하는 상장 기업이다. 당연히 영화관람료 상승은 매출 상승을 위한 방편이다. 현 상태 유지로는 더 이상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으리라 본다"면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이 아니었더라도 여름 시장을 대비해 비수기인 3~4월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사진=롯데시네마 제공)

 

◇ 관점 2: "가격 인상은 주가 반등 위한 조치"

한편에서는 이번 영화관람료 인상이 각 멀티플렉스 업체가 내놓은 이유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임차료, 인건비, 시설투자 및 유지비 등은 이미 이들 업체가 충분히 대비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먼저 영화관람료 인상을 내세운 CGV는 이런 위기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 온 업체 중 하나다.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하는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은 "CGV는 이미 지난해부터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이 될 것으로 대비해 인력을 줄여 인건비 관리를 해왔다. 임차료나 시설투자 및 유지비가 도저히 극장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이 됐다면 출점을 멈추고 폐점이 늘어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 기업은 언제나 수익 가능성이 있으므로 철저히 계산하고 판단해서 움직인다"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지목한 영화관람료 상승 이유는 주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급하게 손실을 메우려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틱한 주가 반등과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한 방법이라는 의견이다.

원 부관장은 "올해 1월 4분기 실적발표 때만 해도 CGV는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에 대해 묻자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해 CGV가 본 130억 원의 손실은 회계상의 손실로 판단돼 투자증권사들은 매수 '유지' 의견을 고수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인상을 결정한 것은 당장 만회할 손실이 있다기 보다는 지금이 주식 반등의 시점, 즉 회사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관람료 인상 효과는 주가 및 기업 평가에 바로 나타났다. 각 투자증권사들은 CGV의 평균 티켓 가격이 5~10% 정도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고 이에 따라 전년 대비 올해 연간 영업이익 증가율을 적게는 11.7%부터 많게는 48.9%까지 내다봤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을 비롯한 영화 관련주들도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 관점 3: "임차료 상승했지만…수익 모델 쉽지 않아"

멀티플렉스 업체들이 영화관람료를 인상시킨 가장 실질적인 이유를 부동산 가격에 따른 임차료 상승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박스오피스의 경제학' 저자인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박사는 "만약 티켓값에서 제작사와 나눠갖는 부율에 변동이 없다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영하는 관람료 인상이 가장 유력하다"면서 "이들 업체들이 몇년 전부터 영화관람료를 상승시키고 싶어했던 것은 사실이고, 가장 현실적인 첫 번째 이유는 임차료 부담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는 특별관들이 제대로 수익 모델로 정착하지 못해 영화관 운영에 부담을 느껴 관람료 인상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박사는 "멀티플렉스 업체들은 특별관이 굉장히 수익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예상을 했겠지만 실제 특별관에서의 상영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고, (특정 상영관들을 제외하면) 관객들이 몰리는 상황이 아니라 이 또한 영화관람료를 올리는 원인 중의 하나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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