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직자의 자격을 사법부가 판결해야 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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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진=자료사진)

 

목사의 자격 요건을 갖추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결을 법원이 내리는 시대가 됐다. 목사의 자격이 조작됐거나 학력을 위조했거나 안수 절차를 위배했을 경우 소속 교단에서 교회법에 따라 치리(治理)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교회가 자신들의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고 역량도 안 되면서 사법부로 넘기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자정능력도 없고 강력한 권위도 없고 의견을 조율할 균형 잡힌 기구조차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최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소속 교단 헌법이 정한 목사 자격 요건을 갖추었는지 다시 심리하라며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오 목사 측이 제출한 자료와 진술을 검토한 결과 목사 자격이 교단 기준에 부합되는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이 같이 선고했다.

사랑의 교회 전경 (사진=자료사진)

 

사랑의교회는 지금은 고인이 된 옥한흠 목사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1981년 개척한 교회였다. 그러나 강남 개발붐과 함께 짧은 기간 급성장하면서 강남을 대표하는 초대형교회로 자리 잡았다. 불과 수십 명이었던 교인 수가 20여년 만에 수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2003년 자신의 후임으로 미국 LA 남가주 사랑의교회에서 목회를 하던 오정현 목사를 선택했다. 그러나 얼마 후 오 목사의 학력위조가 드러났다. 출신 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가 사실과 달랐다. 학력위조는 사회통념상 중대한 불법행위지만 교회공동체는 이를 문제 삼지 않고 감쌌다.

이번에 문제가 된 목사 안수의 부적격 논란도 마찬가지다. 소속 교단 헌법에는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강도사 고시에 합격하고 1년 이상 교역에 종사한 후 교단 고시에 합격해 안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오 목사는 다른 교단 목사 자격으로 편입한 것인지, 목사후보생 자격으로 일반 편입을 한 것인지 분명하지가 않은 가운데 대법원은 오 목사가 일반 편입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 교단 고시에 합격해 목사안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므로 목사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것만이 아니다. 오 목사는 2013년 박사학위 논문 표절로 6개월 동안 교회를 떠나 자숙기간을 갖고 복귀했다. 그런가하면 같은 해 4천여 억 원을 들여 완공한 서초동 성전이 건축과정에서 불법 점용한 지하 공간 1,077제곱미터에 대해 법원이 공공도로 점용허가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 역시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2016년 파기 환송됐다. 지난 1월 고법 항소심에서 기각됨으로써 불법 점용한 공간을 철거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옥한흠 목사는 일찍이 2008년 6월 자신이 선택한 후계자 오정현 목사 앞으로 장문의 편지를 써 질문한다.

이 나라의 1%도 안 되는 강남의 가진 자들을 위한 교회라는 이미지를 풍기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 사회에서 멸시 당하고 버림받으면서도 교회를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고, 목회자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어 주는 목회자가 진정한 주의 종이요 제자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옥 목사는 이 편지를 보낸 뒤 2년 후 2010년 작고했다.

법원은 조만간 오 목사에게 목사의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최종 판결하게 된다. 사법부가 목사의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을 때 신앙공동체는 하나님 앞에 어떻게 기도 드려야 하는지 묻고 싶다. 목회자의 일탈로 인해 빚어진 교회 공동체의 비극마저도 용서와 화해를 구해야 하는 것인지, 진리와 갱신 그리고 회복의 신앙공동체를 위해 개혁을 구하는 기도를 드려야 하는 것인지…… 옥한흠 목사가 살아있다면 어떤 답을 주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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