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민정, 왜 김기식 셀프후원 논란 놓쳤나…책임론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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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셀프후원 부분은 민정수석실 검증 때 없었다"…감싸는 과정 '악수'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임으로 인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책임론이 거세게 대두되고 있다. 인사 검증은 민정수석실이 담당하는데,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 판단이 나올 때까지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에 따르면 (김 원장은) 해임에 이를 정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전 원장의 사임을 수리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하면서도 왜 민정수석실에서 김 전 원장의 위법 의혹을 판단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다가, "민정수석실의 검증 항목에 없었다"는 다소 궁색한 답을 내놨다.

◇ 민정수석실이 놓친 김 전 원장의 '셀프후원' 논란

결국 김 전 원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5000만원 후원' 논란이었다.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 김 전 원장에 대한 일련의 의혹들을 검토한 선관위는 김 전 원장이 지난 2016년 '더좋은미래' 연구소에 5000만원을 기부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결론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김 전 원장이 19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위법 소지가 있다는 선관위의 답변을 듣고도 더좋은연구소에 해당 금액을 '셀프' 기부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더좋은미래 창립 당시 1000만원을 내고, 이후 매달 20만원 씩의 회비를 냈었다. 그런데 16년 5월에는 한 번에 5000만원의 돈을 더좋은미래 측에 제공했다.

이에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시민단체 등의 구성원으로서 종전의 범위 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같은 법 113조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 전 원장에 대해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선관위의 판단이 나오자마자 김 전 원장은 금감원 공보실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태가 커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늦게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김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저희가 (김 전 원장을) 검증할 때는 후원금에 대한 내용 자체가 포함돼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에 대한 여러 의혹 중 피감기관 해외 출장 의혹에 대해서만 민정수석실에서 검증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측을 통해 (해당 의혹이 빠진 이유를) 확인했다"며 "잔여 정치자금 처리에 대한 항목이 민정수석실의 설문지에는 없었기 때문에 김 전 원장이 따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2016년 김 전 원장이 선관위 측에 잔여 정치자금과 관련한 질문을 했는데, 선관위에는 '종전의 관례상...'이라는 취지로 답을 했고 이 때문에 김 전 원장은 해당 사안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도 덧붙였다.

◇ 선관위 불러들이며 김기식 감쌌던 靑의 악수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김 전 원장을 내정한 직후 피감기관 해외 출장 의혹과 후원금 의혹 등이 잇달아 제기됐음에도 김 전 원장을 감싸는 행보를 보여왔다. 김 전 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 변화가 없다"고 거듭 밝히다가 지난 9일에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공개 발언을 했다.

당시 김 대변인은 조국 민정수석을 언급하며 "조 수석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김 원장을 둘러싼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해 그 내용을 확인했다. 의혹을 검증한 결과, 해외 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의 낙마가 '선관위의 유권해석'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을 띈 것도 청와대의 판단 때문이었다. 김 전 원장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김 대변인은 12일 '청와대의 판단에는 변함이 없지만 객관적인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취지로 김 전 원장과 관련한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선관위의 판단을 의뢰했고, 선관위는 '문제 없다'는 청와대의 의견과 달리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

당장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권에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론을 들고 나섰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조국 민정수석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부적격자임이 판명됐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인사·민정 라인의 총사퇴가 없을 경우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워 하는 기색이다. 민정라인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제가 언급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김기식 사태가 남긴 교훈…청와대, 전면에 나서면서 사퇴시점 실기

김 전 원장에 대한 비판 여론은 지난주 후반에 최고조에 달했다. 보수야당은 물론 정의당마저 등을 돌렸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금감원장직 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인사실패의 전례를 볼 때 13일 금요일이나 주말인 14일이 김 원장 사퇴 시점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김 원장이 버틸 경우 여론에 역행하고 대통령에게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태를 마무리지어야 할 12일~13일에 선관위에 김 원장 관련 논란에 대해 질의를 하고,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위법 사항이 하나라도 나오면 사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김 원장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런 상황에 이르렀을 때 김 원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는 모양새를 취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없이 김 원장은 선관위로부터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고서야 사퇴의사를 밝힘으로써 인사실패의 최종 책임이 문 대통령에게 지워지게 됐다.

◇ '개혁인사' 카드 꺼내는 데 신중해질듯 … 민주당은 여당 역할 못해

앞으로 청와대의 인사는 더욱 신중해져서 '개혁'을 위한 인사(人事)나, 개혁성향 인사(人士)를 기용하는데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민주당도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비판의 소재를 하나 더 제공하는데 힘을 보탠 꼴이 됐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때 김기식 전 원장을 적극 보호하거나 청와대에 부정적인 여론을 전달하지도 못했다.

과거 9년의 보수정권에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보였던 청와대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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