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가격 인상 논란, 핵심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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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가격 3배 인상, 소비자 볼모 잡는 유통사들

최근 4개 음원 저작권 신탁단체(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을 두고 음원 시장 업계가 격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들 신탁단체는 카카오M(멜론), 지니뮤직, 벅스뮤직, 네이버뮤직, 엠넷 등 음원 유통사들이 판매하는 음원의 수익 배분율을 창작자 중심으로 인상하는 저작권 징수규정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제출했다.

 


◇ 음원 유통사들이 반발하는 이유…핵심은 쏙 빠졌다

개정안은 60%였던 '스트리밍 상품 배분율'(음원 전송 사용료)을 다운로드 상품 배분율과 동일한 수준인 70%로 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시말해 음원 유통사가 음원사업으로 벌어들인 음원 스트리밍 매출의 70%를 제작자와 작곡·작사자, 실연자 등 음원 창작자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73%는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신탁단체 요구안은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10%, 한국음반산업협회 44%,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가 6%였던 배분율을 각각 2%, 7%, 1%씩 상향 조정해 다운로드 상품과 동일한 70% 수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스트리밍에서 40%였던 음원 유통사들의 몫이 30%로 줄어든다.

이를 토대로 유통사들은 수익 배분율이 개정되면 1만원대 무제한 스트리밍+다운로드 결합상품의 가격이 최대 3만4000원까지 세배 이상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정액제 이용자들의 이탈이 우려되고 징수규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구글이나 애플과 역차별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논란에서 다운로드와 동일한 수준으로 스트리밍 배분율을 조정하려 한다는 얘기는 쏙 빠졌다.

현행 징수규정을 보자. 2015년 개정돼 2016년부터 적용된 징수규정은 당시 음원 다운로드의 경우 저작권자가 가져가는 배분율을 60%에서 국제기준인 70%로 상향 조정한 반면 스트리밍 방식은 60%로 개정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음원 유통사가 모두 적용하고 있는 할인율을 제한하기 위해 묶음상품 할인율도 최대 75%에서 65%로 10% 더 낮췄다. 100곡 묶음 상품을 최대 25곡 구매가격으로 할인구매할 수 있었던 것을 최대 35곡 가격 수준으로 할인율을 낮춘 것이다. 이는 과도한 할인율로 창작자에게 돌아갈 몫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곡당 사용료는 월정액 (무제한)스트리밍이 3.6원에서 4.2원으로, 종량제 (재생횟수)스트리밍이 7.2원에서 8.4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처럼 음원 저작권 배분율은 과거 공급자 중심에서 창작자 중심으로 글로벌 추세에 발을 맞춰가고 있다.

묶음상품 할인

 


◇ 다운로드 미미 스트리밍으로 시장 재편…반발의 핵심은 '음원 할인율'

그러나 '73%(실제는 70%)'라는 숫자를 앞세워 소비자를 라운드에 끌어들인 음원 유통사들이 개정안에 반발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사실 '음원 할인율'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에 신탁단체가 개정을 요구한 배분율은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방식이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이미 6:4 수준으로 다운로드를 크게 앞질렀다. 이마저 묶음상품 때문에 다운로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40% 안팎을 유지하는 것일뿐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모바일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사실상 음악 서비스 시장이 스트리밍으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가운데 개정안에 반발하는 음원 유통사들이 마치 모든 음원의 배분율이 73%로 인상되는 것처럼 여론전을 펴는 등 소비자심리를 자극하는 행태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음원 유통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주력상품인 다운로드+스트리밍 묶음상품의 할인율을 50%에서 25%로 낮춰야 한다는 데 있다"며 "다운로드 상품이 곡당 마진율이 가장 높지만 음원 서비스 이용자의 40% 이상이 스트리밍 전용 상품을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이동했지만, 유통사 입장에서는 다운로드+스트리밍 묶음상품이 이익이 극대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국내 음원 서비스 이용자 대부분이 스트리밍 전용상품 또는 할인폭이 큰 다운로드+스트리밍 묶음상품으로 월정액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트리밍 배분율이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글로벌 업체 배분율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이미 유통사와 신탁단체 모두 큰 틀에서는 이런 흐름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4대 저작권 단체가 요구한 스트리밍 방식 배분율 70%는 애플과 맺은 73.5%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최근 스트리밍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음악 플랫폼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저작권 단체 관계자도 글로벌 기준에서 통상 70% 이상을 음원 창작자들에게 배분하고 있어 전혀 새로운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저작권 단체 사이에서는 이용자가 스트리밍과 30곡, 50곡, 100곡 다운로드 등 묶음상품에 가입하고도 이에 포함된 음원을 모두 듣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이른바 '낙전수입'에 대한 보전이 어떤식으로든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복수의 저작권 단체 관계자는 "묶음상품 할인율 제한을 50%에서 25%로 낮추는 것은 과도한 할인율을 줄여 음원의 가격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고 저작자에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 누적된 '낙전수입' 규모는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소리바다 사태 이후 지난 10여년 간 음악을 공짜로 듣는다는 생각을 전환시키는데 저작자와 사업자,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해왔다. 사업자의 몫이 다소 줄어든다고 해서 이미 자신의 돈을 내고 당당하게 음악 상품을 소비하는 이용자들이 그 부담을 모두 떠안게 된다고 호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카카오M(멜론)이 1027억원의 영업익, 지니뮤직은 24억원으로 전년의 절반수준, NHN벅스가 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는 주장도 음원 수익의 감소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인 것처럼 단순히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각 음원 유통사의 사업다각화와 인건비, 보유 음원의 매출에 따른 다양한 요소를 입체적으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묶음상품 할인으로 인한 고질적인 적자 문제를 고스란히 음원 유통사가 떠안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묶음상품 할인은 소리바다 사태 이후 불법 다운로드 환경을 유료 음악 시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초기 유료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이 고착화돼 10년 넘게 음원가격의 정상화를 막고있는 주범이기도 하다. 할인되는 만큼 저작자에게 돌아가는 배분율도 줄어든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구조를 다같이 떠받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유통사들이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 자율적으로 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저작자와 유통사, 소비자, 정부가 협의해 저작권 징수규정에서 할인율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다.

 


◇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업체와 역차별 사실일까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서비스 업체들과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규정 적용이 다르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낮다. 이같은 주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진출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데 국내 법규 미비로 글로벌 기업에 대한 규제가 미치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음원 시장에서 저작권 징수규정은 앞서 설명한대로 저작권 신탁단체와 유통사, 소비자 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며,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도 이 저작권 징수규정을 따른다.

CBS노컷뉴스는 2016년 애플뮤직이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저작권 단체와 배분율 73.5 대 26.5로 합의했다고 단독보도한 바 있다. 애플뮤직을 통해 해외 서비스되는 경우는 개별 저작자간 차이는 있지만 통상 국내 배분율보다 더 높게 지급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운로드 묶음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만 제공하는 애플뮤직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라 명시된 배분율 적용을 받지 않고 각 저작권 단체와 개별협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음원 저작권 사용 허가권을 쥐고 있는 저작권 단체가 협상력에서 유리하다.

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 업체는 국내 유통 사의 서비스 방식이 달라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기타 사용자'로 구분해 저작권 단체와 개별협상하도록 하는 징수규정을 적용받고 있다"며 "국내 사업자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려면 징수규정을 글로벌 기준으로 완전히 개정해 애플·구글·페이스북·스포티파이처럼 레이블이나 저작자와 일일이 개별협상하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음원 유통사들이 질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국내 음원 시장의 발전을 이끈 측면은 무시할 수 없지만 현재 콘텐츠 시장의 흐름은 게임업계처럼 포화된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진출을 통한 시장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800만이 넘는 국내 유료 가입자가 꼬박꼬박 내주는 안정적인 매출에만 안주해 국내 사업자끼리 출혈경쟁을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혜택을 본 부분이 없지 않다. 혁신적인 서비스와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4개 음원 저작권 신탁단체가 제출안 개정안은 유통사와 소비자 단체 등의 의견도 반영해야 하는 문체부 입장에서 배분율을 요구안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때문에 업계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와 문체부의 판단에 따라 요구안보다 다소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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