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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빈곤, 외로움 그리고 '고독사'의 윤리적 공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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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우리나라는 '고독사'를 사망 원인에 포함하지 않는다. 통계청에서는 사람의 사망을 원인에 따라 103가지로 나눠 통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고독사'라는 항목은 없다. 보건복지부에서 집계하는 무연고 사망자 숫자를 고독사의 일종으로 보기도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독사를 '통계 없는 죽음'이라고 부른다.

고독사는 사망 통계에서조차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실직과 이혼, 독거노인 증가 등으로 외로움과 빈곤 가족이 급증하고 있다. 매년 이웃과의 왕래 없이 홀로 살다가 외롭게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고독사의 유형에 가장 가까운 무연고 사망자 통계를 보면 2013년 1천280명이었던 것이 지난해 2천10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9일 광주 동구의 한 원룸에서는 60대 남성이 숨진 지 두 달 보름여 간 방치된 채 뒤늦게 발견됐다. 6일에는 충북 증평군에서 40대 여성과 4살 된 딸 모녀가 사망한지 석 달이 지나서야 부패 상태로 발견됐다.

광주에서 발견된 60대 남성은 죽기 전에 적은 일기장에서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황폐해진 자신의 고단한 삶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 여동생을 마지막으로 만났고, 연말에는 보호시설에서 나와 홀로 원룸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숨이 멎은 지 두 달이 넘도록 그를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


증평에서 발견된 모녀는 지난해 9월 남편이 자살하고 얼마 후 친정어머니까지 세상을 뜨자 생활고와 정신적인 충격으로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했다. 그녀는 1억5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고 월세 13만원과 5개월 치 건강보험료 35만7천원, 6개월 치 가스비 9만 원 등이 밀려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녀는 주위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남긴 유서에는 '남편이 숨진 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혼자 살기가 괴롭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들 모녀 역시 숨진 지 3개월이 지나도록 찾아온 이가 없었다.

영국이 지난 1월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 및 시민사회장관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으로 겸직 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눈여겨볼 만한 정책이다. 영국 내 '조콕스 고독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고독은 개인적 불행에서 사회적 전염병으로 확산됐다"면서 고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관련 복지 시스템을 강화할 것을 축구했다.

한국사회도 이제 고독과의 싸움에 앞장 설 정부 내 공식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시스템을 가동해 그들을 체크하고 관리하는 일이 시급하다. 옆집에 사는 사람이 홀로 외롭게 지내는지, 가난 때문에 저녁을 굶지는 않는지, 오늘 밤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유서를 쓰지는 않는지…

정부가 '위기가구'의 범위를 생활여건이 급격히 악화돼 긴급히 복지지원이 필요한 가구로 확대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저소득층이 아니더라도 가족의 사망과 소득 상실 등으로 생활여건이 악화돼 복지 지원이 필요한 가구도 위기가구로 분류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빈곤과 고독 때문에 하루아침에 추락한 위기의 가정을 체계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벼랑 끝에 몰려 고독사하려는 사람들에게 살아야겠다는 의미와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 이웃이 한동안 보이지 않아도 관심 없다. 각종 고지서와 우편물이 문 앞에 수북이 쌓여가는 것을 보고도 외면한다. 어느 날 부패했거나 백골인 채 발견되는 이웃의 시신이 들려나가는 것을 보며 고개를 돌리거나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 전부다. 윤리적으로 볼 때 우리는 이웃집 사람이 고독사를 하도록 방치한 공범이다. 고독사의 공범이라는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이 행복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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