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재활용 쓰레기,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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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대란, 그 후 ①] 라면 봉지와 생수통의 재탄생… "분리수거 안 하면 자원도 쓰레기"

 


한반도를 덮친 '재활용 대란' 매주 한 번 우리가 습관처럼 내놓은 이 생활 쓰레기가 가득히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그동안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누가, 어디로 어떻게 가져갔는가'하는 물음이 스쳐 갔다. 그래서 동네에 온 쓰레기 수거차량을 따라가 봤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①내가 버린 재활용 쓰레기, 어디로 가나

지난 6일 이른 새벽부터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심재춘 대표의 9.5t 트럭은 분주했다.

서울 마포와 구로 등을 돌며 쓰레기봉투를 회수한 그의 트럭엔 1시간도 안 돼 재활용품을 담은 봉투가 그득히 쌓였다. 도로를 내달린 그의 트럭이 도착한 곳은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위치한 재활용선별장.

선별장에 발을 내딛자 기자를 맞이한 것은 3m를 훌쩍 넘는 키와 1t의 육중한 몸무게를 뽐내는 압축된 재활용 더미였다. 모두 전날 작업을 마친 재활용품이다.

서울과 수도권 각지에서 이곳으로 옮겨진 어마어마한 양의 폐비닐과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재활용품이 가장 먼저 오르는 곳은 수십 미터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하루에만 전국에서 쏟아진 폐플라스틱은 4,232t에 이르고 폐비닐은 1,147t에 달했다. 서울에서만 플라스틱 601t, 비닐 248t을 쏟아냈다.

한데 뒤섞여있던 재활용품은 이곳에서 노동자들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분류한다. 다 같아 보이는 플라스틱도 이곳에선 PET와 PE, PP 등으로 나뉜다.

재활용품 분류작업에 동행한 CBS 기자는 이날 서울과 수도권에서 수거된 플라스틱을 폐기물 속에서 선별하는 작업을 맡았다.

 


작업반장 박일현(69) 씨가 기자에게 준 첫 작업은 PET(폴리에틸렌 텔레프레이트)와 PE(폴리에틸렌)를 골라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기자 눈엔 다 같아보이는 플라스틱이었다.

함께 작업을 맡은 태국인 캉차이(32)는 "PE와 PET가 비슷한 것 같아도 PE는 열과 화학물에 강해 락스통으로, PET는 얇고 투명해 사람이 먹는 음료통에 쓰인다"고 귀띔해줬다.

라면봉지와 우산커버 등 각종 폐비닐, 스티로폼도 각각 분류해 거대 컨테이너로 옮겼다.

선별을 마치고 난 오후 1시쯤, 재생업체의 차량이 분류장에 모여들었다. 차량에 실린 재활용더미는 인근 재생작업장으로 옮겨져 새로운 자원으로 탄생한다.

재생작업을 거치며 폐비닐은 0.1cm 크기의 플라스틱의 원료 '펠릿'으로 만들어졌다. PE와 PP는 고형연료나 재생유류로 재활용되고 스티로폼 역시 부피를 크게 줄인 뒤 '인고트(ingot)'라는 재생연료가 됐다.

평소 우리가 무심코 버렸던 폐비닐은 재생작업을 거쳐 플라스틱의 원료인 '펠렛'으로 재탄생한다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버렸던 재활용품은 이 곳에서 또 다른 자원으로 거듭났다.

오후 6시,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 재활용업체의 벨트 위에는 여전히 각종 물품이 가득했다. 재활용으로 쓸 수 없는 쓰레기, 폐기물이 남은 것이다.

옷가지와 음식물쓰레기는 물론 심지어 전자기기, 연탄도 나왔다. 이들의 마지막 일은 쓰레기와 이에 오염된 아까운 재활용품을 버리는 일이다.

심 대표는 "재활용업체가 아니라 쓰레기업체라고 불러야 한다"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원으로 쓰일 물품도 그저 쓰레기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재생업체 관계자 역시 "음식물에 오염된 스티로폼은 재생자원에 쓰일 수 없다"며 "재생작업을 거쳐도 상품 가치가 없어 결국 쓰레기"라고 설명했다.

이날 새벽부터 심 대표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거둬 온 재활용 더미 중 절반 넘게는 폐기물이었다.

하루종일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폐기물까지 처리하며 이 곳 노동자들이 받는 돈은 월 200만 원 남짓. 이마저도 중국발 재활용 대란이 겹치며 경영은 더욱 어려워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회사가 어려워지며 월급 두 달치가 밀렸다"고 토로했다.

분류작업을 거친 재활용품들은 재생업체 차량으로 옮겨져 재생작업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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