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근혜,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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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불러왔던 국정농단사건이 마침내 일단락됐다.

국정농단사건 피고인 가운데 마지막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6일 1심 선고가 내려졌다.

검찰수사가 본격 시작된지 1년 6개월 여만이고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지 371일만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의 중형이 선고됐다.

검찰이 기소한 18개 혐의 가운데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6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국정농단사건 피고인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이 떨어진 것이다.

이같은 중형선고는 이미 예상된 것으로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된 혐의에 대해서는 공범들이 이미 다른 재판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바 있다.

거기에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으로서 국정논란사건의 정점에 있어 다른 피고인보다 책임이 무겁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고 그 결과 국정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왔으며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이르게 됐다"며 "그 주된 책임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방기한 피고인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번 1심 선고공판은 최초로 TV로 생중계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을 내세우며 재판 생중계를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중차대한 사건이고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고 재판부가 봤기 때문이다.

'이게 나라냐'는 공분을 일으키면서 수백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게 했고 그 힘으로 대통령까지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이 바로 국정농단사건이다.

그 사건을 마무리짓게 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공판을 재판부가 생중계하도록 한 것은 타당한 결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1심 공판은 피고인이 없는 가운데 진행돼 앙꼬 빠진 찐빵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10월 16일 '재판 보이콧' 선언 이후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선고공판에도 건강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장은 선고를 받는 피고인이 없는데도 장장 2시간 가까운 긴 시간동안 판결문을 읽어내려갔고 이것은 TV로 전국에 그대로 생중계됐다.

이는 마치 상대도 없는데 허공을 향해 헛발질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그 당사자가 이런 저런 잘못을 저질러 중한 벌을 주겠다고 선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TV생중계의 효과도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검찰의 본격 수사만 1년 6개월여를 끌어온 국정농단사건의 마무리치고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로부터 온 국민이 국정농단사건의 중요한 교훈을 얻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일이 이렇게 된 일차적인 책임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누구보다도 법과 원칙을 강조해 온 박 전 대통령이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된다고 해서 법에 따라 진행되는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누구로부터도 공감을 얻을 수 없다.

특히 국민투표에 의해 선출돼 헌정질서의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법 준수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대한 용서를 국민에게 구하고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면 재판정에 나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충분히 다투도록 허용돼 있는 것이 대한민국 법 제도이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희생자임을 자처하며 지지세력을 규합하려는 시도에서 재판을 보이콧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개 정치인이면 몰라도 일국의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할 처신은 못된다.

대통령이면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억울하더라도 한 시대의 공과 과를 모두 한 몸에 지고 가겠다고 하는 정도의 각오는 지녀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길이 무엇인지 숙고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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