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靑과 외교부의 불화 원인은 '朴 7시간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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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현장을 방문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보고 및 지시는 모두 골든타임이 지난 후에 이뤄졌고, 이후 보고도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늑장 부실 대응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조작하고, 청와대가 재난상황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취지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개한 경위를 확인해 관련자들을 사법처리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최근 수사결과 발표내용입니다.

갑자기 '세월호 7시간'을 꺼낸 이유는 아프리카 가나해역에서 발생한 우리국민 3명의 피랍사건때문입니다.

'세월호 7시간 문제'를 빼놓고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와 외교부간 엇박자와 불화, 그리고 정부와 언론간 갈등을 근본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우선 청와대와 외교부의 엇박자를 보겠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가나에서 3명의 우리국민 피랍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언론에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습니다. 외교부가 엠바고를 요청한 이유는 '위기대응매뉴얼'에 따라 국외에서 납치사건이 발생했을때는 억류돼 있는 국민의 신변안전을 위해 최종 구출때까지 엠바고를 유지해온 관례때문입니다.

이같은 외교부의 관행은 참여정부때 발생한 이라크에서 김선일씨 사건과 아프칸에서 샘물교회 사건 이후 관행과 통례로 굳어져 왔습니다.

실제로 불행중 다행으로 이같은 관례는 잘 작동해왔고,지난 10여년 간 매년 몇건의 국외 피랍사건이 발생했지만 사망사건은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그런데 청와대는 지난 30일 저녁 7시 갑자기 "가나 피랍사건이 외신에 보도됐다"는 이유로 외교부의 목을 비틀어 '엠바고'를 돌연 풀도록 요구했습니다. (그즈음 외교부가 청와대 보고를 부실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동시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상에서 작전중인 청해부대(문무대왕함)를 아프리카 반대편의 나이지리아 해역으로 급파하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문무대왕함 파견을 홍보할 목적으로 갑작스럽게 '엠바고 해제'를 요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대해 청와대는 "악의적인 보도"라며 반박했습니다. 피랍사태를 둘러싼 엠바고 문제가 언론과 청와대간 갈등으로 커진 것입니다.

◇ '엠바고 해제'의 적절성 논란…"돌에 새긴 맹약도 아닌데"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국외 피랍사건에서 정부나 언론이나 가장 핵심적 문제는 억류인질의 안전입니다.

외교부와 언론간 국외피랍사건의 엠바고(보도유예)도 이런 관점에서 체결됐습니다.


정부와 언론이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 설사 국외 언론이 납치사실을 보도하더라도 국내 언론은 정부와 협조아래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는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납치세력들도 한국만 아니라 전세계 나라를 상대하면서 점점 체계화했고,
해당국 언론 동향을 살펴가면서 피랍인질의 몸값을 높이거나 협박술을 많이 썼기때문입니다.

실제로 아프칸 샘물교회 사건때나 소말리아 해상 어선납치사건때에도 무장 납치세력들은 협박하고 또 국내 언론의 보도를 자극하며 '인질 몸값'을 끌어올리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년사이 국제사회의 공동 퇴치노력으로 해적 또는 무장세력의 납치사건이 크게 줄어왔고, 정부와 민간 공조 등의 노력으로 피랍사건은 시간문제일 뿐 장기적으로 모두 풀리는 성과가 있어왔습니다.

물론 '엠바고 문제'때문에 피랍사건이 해결됐다고 할 수 없지만, 그것은 중요한 대응조치 중의 하나였고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엠바고 해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납치된 분들의 신변 보호가 최우선이라 엠바고를 걸었는데 현지에서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해제한 것으로, 유괴납치 사건도 보도되면 공개수사로 전환하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더 단호한 대응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공격적으로 군함을 파견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로부터 꾸지람을 들은 외교부도 "엠바고가 돌에 새겨넣은 맹약도 아니고 상황따라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돌변했습니다.(외교부는 처음 엠바고를 요청할때부터 설사 해외언론에서 보도돼도 국내 언론 엠바고는 유지된다고 약속했습니다)

◇ 박근혜가 남긴 불행한 '세월호 7시간의혹 트라우마'

세월호 선체.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피랍인질의 안전은 언론보다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엠바고 해제'를 통해 군함 파견사실을 널리 알리는 단호한 대응으로 인질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중 하나라고 봅니다.

그런데 수년간 문제가 없이 운영되던 피랍국민에 대한 언론보도 자제요청을 청와대가 "유괴납치사건이 보도되면 공개수사로 전환된다'는 논리로 하루아침에 없앨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위기대응매뉴얼도 손댈 수 있습니다. 시대와 환경이 변화하면 당연히 개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피랍사건에 엠바고는 비교적 잘 유지돼 왔습니다. 샘물교회 사건이후 단 한명도 사망자가 없었다는 점이 잘 증명하고 있습니다. 근자에 와서 개선 논의자체가 일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도대체 왜 갑자기 신사협정에 불과한 '엠바고' 문제를 들고나와 피랍사건에서 단호한 대응을 외친 걸까요?

그 기저 배경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다고 봅니다.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자국민의 사고는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을 계기로 '통치행위'이면서도 '법의 단죄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극단적인 '늑장부실대응'이 사법적 판단대상이 된 것입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을 떠나 대통령으로 국민안전 문제를 가장 고려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일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제는 통치자에게 행위의 적절성을 묻는 시대가 됐습니다. 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들어 사사건건 대응 행적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최소한 그런 우려를 떨치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마도 청와대도 이같은 점을 의식해 군함 파견 등의 강력한 조치를 알리고 싶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유지돼 온 당국과 언론의 신사협정을 "외신에 보도됐는데 무슨 엠바고냐"는 식으로 하루아침에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일인지 곰곰이 판단을 해봤으면 합니다.

좀 더 큰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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