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한 배가 아니다"…천안함 의혹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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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추적 60분', 천안함 CCTV·TOD 집중 분석…해소되지 않는 의혹들

(이하 사진=KBS2 '추적 60분' 방송 화면 갈무리)

 

"(천안함은) 폭발한 배가 아니다. 바닥도 뭔가에 긁힌 듯한, 어뢰를 맞았는데 스크래치가 왜 생기나."

KBS 2TV 탐사보도 프로그램 '추적 60분'이 천안함 침몰 의혹에 다시 불을 붙였다. 28일 방송된 '8년 만의 공개 -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 편을 통해서다. 이날 방송에서는 두 개의 핵심적인 영상이 공개됐다. 백령도 해안 초소에 설치된 TOD(열영상관측장비) 영상과 천안함 내부 CCTV 복원 영상이 그것이다.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앞바다 부근에서 경계 업무를 수행하던 1200톤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했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58명이 구조됐고, 46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 55일 만인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침몰 원인의 강력한 증거로 소위 1번 어뢰가 공개됐다. 4일 뒤인 5월 24일에는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천안함은 북한 잠수함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천안함 침몰 8년이 흘렀지만 침몰 원인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제작진은 천안함 수습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들을 만났다.

천안함 함수를 직접 인양한 민간업체 대표 전중선씨는 "38년 동안 (수중 구조) 일을 했으니까 노하우가 (있다)"며 "내가 여태까지 폭발이라든가 파손된 배, 암초에 부딪힌 배, 두 동강 난 배를 봤을 때는 '이거(천안함 침몰)는 뭔가 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양작업을 마치고 함체를 둘러봤다는 전씨는 "저거는 절대 포 맞은 배가 아니다, 폭발한 배가 아니다"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바닥도 이건 무언가에 긁힌 듯한, 스크래치가 있는 것을 선명하게 다 봤다. 어뢰로 맞았는데 스크래치가 왜 생기나. 어뢰가 와서 그걸 긁으면서 가서 어느 한 곳에 쾅 쐈나? 유치원 애들 데려다놓고 설명해야 이해할까,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를 못하는 그런 일이다."

그는 "왔다갔다 하면서 계속 봤는데, 형광등이 하나도 안 깨져 있고 그대로 다 있었다"며 "거기 살아 있는 생존자들이 다들 깨끗하게 나왔는데, 살아 있는 사람은 고막이 다 터져야 된다"고 했다.

"사람 고막 이런 거 물 속에서 쿵 하고 울려 버리면, 순간적으로 어뢰라든가 뭐를 맞아 쾅 하고 터지면 이게 사람 장기가 버티질 못하고 터져버린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 13일째인 2010년 4월 7일 천안함 생존 장병 기자회견이 열렸다. "외견상 화상이나 고막 손상 등 폭발로 입을 법한 부상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제작진의 전언이다

◇ "폭발한 배의 상태와 천안함 절단면의 손상 상태는 달랐다"

 

천안함을 폭발시킨 어뢰의 위력은 어떨까. 당시 민군합동조사단장 윤덕용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수거한 어뢰 부품이 북한에서 제조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제작진은 지난 1999년 호주 해군에서 실시한 토렌스함 버블제트 어뢰 실험을 소개했다. 고압의 버블이 물대포처럼 분출돼 함정을 강타하는 영상이었는데, 수중 폭발로 두 동강 난 함체의 절단면은 일정한 방향성 없이 찢기고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제작진은 "그런데 북한의 어뢰 피격으로 인한 수중 폭발로 침몰했다는 천안함 절단면은 토렌스함의 절단면과 달리 일정한 방향을 따라 찢긴 모습"이라며 "천안함의 전선들은 원형 그대로 늘어져 있지만, 토렌스함의 전선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녹아내렸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인양 민간업체 대표 전중선씨 역시 "(천안함은) 찢어진 면이 이렇게 잘라놓은 것 같은 그런 형상이다. (절단면에) 전선 케이블이 많이 있었는데, 절단기로 자른 것 마냥 그렇게 돼 있었다"며 "만약 밑에서 어뢰에 맞았다고 하면 공중분해 돼 없어져야 된다. 거기가 다"라고 말했다.

천안함 인양에는 모두 3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지난해 11월 14일 법정에서 C인양업체 부사장 정호원씨는 인양 당시 목격한 천안함의 절단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증언했다.

"폭발한 배의 상태와 천안함 절단면의 손상 상태는 달랐다. 그리고 함미 절단면은 무언가의 충격으로 긁힌 듯 보였다. 선저에 긁히거나 부딪힌 흔적이 있는데 그건 가라앉은 후 생긴 것이라 보기 어렵다."

이날 방송에서는 천안함 침몰 당시 유일한 영상 증거인 함내 CCTV를 첫 공개했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에서 민간 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상철씨는 천안함 사건 초기부터 국방부 조사 결과에 강한 반론을 제기해 국방부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는 올해로 8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CCTV 영상은 합조단 사이버영상팀장이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다.

신씨는 "복원한 CCTV 원본을 내놓으라고, 이 정지화면만 내놓을 게 아니라 동영상을 내놓으라고 그랬더니 검사가 국방부에서 받아다 줬다. 그게 이것이다. 복원된 영상은 모두 6개"라고 전했다.

◇ "CCTV 영상은 모니터를 찍은 듯…원본 영상 아니다"

 

해당 CCTV 영상을 분석하던 제작진은 어색한 점을 발견했다. 천안함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당일 백령도 근해의 파고는 2.5m였다. 그런데 후타실 CCTV 속 무거운 운동 기구를 든 장병의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다. 주위에 매달려 있는 끈 역시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쌓여 있는 상자들도 미동조차 없다.

파고가 2.5m 이상인 경우 군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군복무 시절 천안함에서 10개월을 보낸 KBS 유희원 PD는 "심한 경우 어떤 일이 있었냐면 천안함 탈 때 파도가 많이 치니까 위에 걸어놨던 TV가 떨어져서 같이 근무하던 수병의 어깨에 맞고 이랬다"며 "(파고) 2.5m에서 3m라는 얘기는 거의 피항 가기 직전의 상태, 좀 괴로운 상태"라고 말했다.

가장 의아한 지점은 물을 마신 장병이 물병을 내려놓는데, 잠시 후 물병의 출렁이던 수면이 잠잠해지더니 움직임을 멈춘다는 것이다.

유 PD는 "이런 컵은 잘못하면 (파고) 1m 조금만 넘어가도 기우뚱하면 쏟아진다. 1~1.5m 정도만 돼도 커피 잔 같은 건 잘못하면 그냥 두면 쏟아진다"며 "그런데 유리잔 같은 게 여기 그대로 있다?"고 의아해 했다.

영상 분석 전문가인 법영상분석연구소 황민구 소장은 이 CCTV 영상에 대해 "모니터를 찍은 것 같다"며 원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종합해 봤을 때 이게 원본 영상이 아니고, 누군가가 모니터를 촬영한 것을 증거로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CCTV 원본 여부에 대해 국방부에 확인을 요청했다. 국방부는 서면을 통해 "해당 CCTV 영상은 복원에 성공한 원본 파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천안함 합동조사단 전 민간조사위원 신상철 씨는 "(국방부가) 부분적으로 필요한 영상만 편집을 한 것"이라며 "결국 조사결과 보고를 조작한 것이고 진실을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고속정 3대 중 2대, 침몰한 천안함 지나쳐 다른 곳으로…제3의 부표"

 

제작진은 침몰한 천안함의 모습을 담은 TOD(열영상관측장비) 영상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국방부는 천안함 사건 발생 4일 뒤 처음으로 TOD를 공개했다. 1분 20초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폭발 시점 영상은 없었다. 그리고 이틀 뒤 TOD 영상의 앞 부분이 추가로 공개된다.

TOD 영상은 2010년 4월 7일 또 공개된다. "또 다른 영상은 없다"고 했던 당시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의 말과 달리, 그해 5월 30일 국방부는 4차 TOD를 공개한다. 침몰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고의적으로 은폐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TOD 영상 속 반파된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 사이에 검은 점이 눈에 띈다. 이 점은 마치 동력이 있는 듯 표류하는 함수로부터 점차 멀어진다.

서해 북방 한계선 해역에서 TOD 운용병으로 근무했던 한 전역자는 이 미상의 물체에 대해 "(이를 발견했다면) 보고를 올린다. '검정 동그란 물체가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음', 이런 식으로 보고를 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해당 물체에 대해 "천안함이 반파된 직후 분리된 연돌(배기가스를 분출하는 일종의 굴뚝)이나 구명보트 등의 부유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해 모두 의혹을 제기했다.

천안함이 침물하고 37분쯤 지나 촬영된 TOD 영상에서는 처음 나타난 고속정이 천안함을 지나치고, 뒤따르던 고속정 역시 천안함을 지나 우측으로 향한다. 고속정 3대 가운데 마지막 1대만 천안함 옆으로 이동한다.

해병대 TOD병 전역자 신모씨는 "천안함이 가장 중요한 (구조) 대상일 것으로 보이는데, 천안함에는 (고속정) 1대가 남고, 다른 쪽으로 두 대가 갔으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고속정이 그쪽으로 간 거 보니까 확실히 이상한 부유물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뭔가 좀 더 있어 보이는, 다른 쪽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2010년 사건 당시 '제3의 부표'로 의혹을 증폭시켰던 데도 주목했다. 당시 이를 취재했던 KBS 이병도 기자는 "함미와 함수가 아닌 어떤 또 다른 제3의 장소가 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그곳으로 다시 갔고, 둘러봤다. 여전히 부표는 떠 있고 해서 계속 취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4월 6일 제3의 부표 부근에서 미군 헬기가 무언가를 실어가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 기자는 "(미군 헬기가) 인명구조 훈련을 했다는 거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려운 게 거기는 사고 해역"이라며 "그리고 정말 우리 50명 가까운 천안함 용사들이 숨진 중차대한 곳인데, 거기서 미군이 구조 훈련을 했다? 이건 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어째됐든 정확한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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