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BBK 투사 정봉주의'봄날' 같은 정치인생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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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간 사실은 확인됐지만, 기억은 없다"…잘못은 불완전한 기억의 탓으로

정봉주 전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의혹 제기로 기소된 자신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불과 하루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BBK 연루 의혹 제기로 기소됐던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며 서울시장 출마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정 전 의원은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20여 일 동안 반박의 재반박, 재재반박 등 진실 공방을 거친 결과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주장한 여성에 대해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고, 보도를 한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가 진행되기도 했다.

사건발생 장소로 지목된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간 적이 없다며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던 정 전 의원은 카드결제 내역이 나오자, "2011년 12월 23일 오후 6시 43분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한 내역을 찾아냈다"며 "당일 제가 렉싱턴 호텔에 갔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결국 정 전 의원은 언론사와 증거 공방에서 이기기 위해 제시한 780여장의 사진과 논리의 덫에 걸려 잘못을 '시인 한 꼴'이 됐다.

행위에 대한 부정보다는 '그 시간, 그 곳에 없었다'에 방점을 맞추고 증거를 제시했던 정 전 의원이 스스로 인정 했다라기 보다는 '시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도 정 전 의원은 끝까지 '성추행 혹은 호텔에 간 사실'은 인정하지는 않았고 피해를 주장한 여성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그러면서 "여전히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며 "기억이 없는 것도 제 자신의 불찰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 곳에 간 기억이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재확인하며 정당화한 것이다. 호텔에 갔는지 (성추행을 했는지) 여부 또한 '불완전한 기억'의 탓으로 온전히 돌린 셈이다.

BBK 저격수로 지지를 받던 정 전 의원에게 대중이, 정치권이 기대했던 태도는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동교동 경의선숲길공원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실시된 특별사면에서 정치인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며 정치권으로의 화려한 복귀를 예고할 정도로 그의 '부활'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사면 복권과 동시에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대중의 이목이 집중됐다.

2011년 당시로 돌아갈 수 없다면, 현재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지하게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대중의 분노를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정치공작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를 자처했고, 그 과정에서 'BBK 사건'과 관련해 자신에게 가해졌던 명예훼손 혐의를 피해자에게 씌우며 2차 가해를 했다.

보도를 한 언론을 사이비 언론으로 몰아가며 '언론과의 전쟁'을 불사하기도 했다. 그 당당함에 일부 여론은 의혹을 제기한 여성과 언론을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끝까지 갈 줄 알았던 싸움'도 정 전 의원의 주장을 뒤집는 증거가 나오자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끝이 났다. 정 전 의원은 즉각 언론에 제기했던 고소를 취하했고, 정계 은퇴도 선언했다.

20여일 동안 여러 명의 피해자를 낳은 진흙탕 싸움을 하고서도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 모든게 끝이 나는 건지 되묻고 싶다. 또 ‘호텔에 갔지만 기억은 없다’는 해명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변명과 뭐가 다른지도 묻고 싶다.

정 전 의원이 밝혔듯 ‘10년 통한의 겨울을 뚫고 찾아온 봄날’이었지만 본인 스스로 봄날같이 다가온 정치생명을 끊어버린 꼴이 됐다. 이제는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의 정치인생도 끝났고 나꼼수 팬들의 기대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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