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수만 높으면 OK? 선정적 범죄사건보도 부작용 심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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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초기 단계에 미해결 연쇄살인사건에 비유.. 고인 욕보이는 짓

- 범죄사건보도, 예방효과 등 순기능 있지만 역기능 주의해야
- 선정적 제목, 불확실한 내용의 '어뷰징기사' 문제 많아
- 모방&보복범죄 유발, 범죄불감증 초래. 피해자 인권침해 우려돼
- 삽화 문제 심각, 카드뉴스 14장 중 6장에 혈흔 묘사 지나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3월 23일 (금)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정관용> 우리 언론의 보도 행태를 평가해 보는 시간이죠. 미디어 포커스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어서 오세요.

◆ 김언경>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오늘 어떤 이야기해 볼까요.

◆ 김언경> 오늘은 범죄사건 보도 어떻게 해야 되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데요.

◇ 정관용>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 김언경> 지난 13일에 한 야산에서 암매장 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이 전 남자친구 A씨를 용의자로 주목을 했고요. 이 용의자가 과거 다른 여자친구를 살해한 전력이 있다는 점 등으로 연쇄살인범죄 가능성까지 있다라고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이런 범죄사건 보도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라는 점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정관용> 저도 그 보도 얼핏 기억이 나네요. 그동안 사귀었던 사람들은 다 죽었다, 이런 식의 어떤 뉘앙스를 띤 보도였는데. 그런데 지금 이건 수사가 막 시작되고 있는 단계 아니에요?

◆ 김언경> 그렇죠. 완전히 수사가 시작되는 단계인데요. 사실 범죄라는 게 사람들의 감성이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늘 범죄사건 보도를 좋아합니다. 특히 사건이 잔혹성을 띠고 있거나 가해자나 피해자의 신상 등에서 아주 특이한 점이 있을 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한 남자가 사귄 3명의 사람이 다 죽었다라고 하면 일단 언론 보도는 과열되기 시작합니다. 범죄라는 것도 일종의 국민에게는 알권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범죄사건 보도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경계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범죄사건 보도가 국민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닐 것이고요. 부적절한 범죄보도는 오히려 국민에게 굉장히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라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 정관용> 범죄 부분도 국민의 알권리의 하나다라고 하는 건 순기능이 있다는 거잖아요, 범죄를 보도함으로써.

◆ 김언경> 그렇죠. 좋은 기능이 있습니다. 먼저 범죄정보를 알려줘서 예방이나 억제 도움이 될 수 있고요. 또 범죄보도를 보면서 사람들이 나는 이렇게 나를 지켜야 되겠구나라는 정보도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범죄에 대한 시민의 감시가 굉장히 높아지는 그런 효과도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범죄라는 것이 결국은 사회의 여러 가지 병리현상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범죄보도를 통해서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드러내주는 그런 효과가 있습니다. 범죄보도를 통해서 그 범죄자의 행태를 알리고 비판하는 것 그 자체가 또 다른 형벌 효과예요, 그러니까 범죄자에게는. 그래서 예방효과도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순기능이 있죠.

◇ 정관용> 역기능은 어떤 겁니까?

◆ 김언경> 가장 큰 역기능은 모방범죄가 유발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범죄보도에서는 범죄의 수법과 범행에 사용된 도구의 조작법, 입수 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굉장히 하지 말아야 될 것으로 이렇게 정해져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범죄 피의자의 인터뷰를 해 주는 데 있어서 사실관계 확인이 없이 범죄동기나 피의자의 주장이나 주의를 너무 여과없이 보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렇게 되면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이런 것도 문제고요. 세 번째로는 흉악범죄의 내용과 현장을 되풀이해서 보여주면서 이런 것들이 범죄에 대한 억제력을 감퇴시켜서 범죄에 대한 죄의식을 약화시킨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 정관용> 모방범죄뿐만 아니라 죄의식도 약화시킨다.

◆ 김언경> 죄의식을 약화시킨데요. 사람들은 흉악적 범죄에 자주 노출되면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범죄불감증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범죄보도를 많이 보는 것이 결코 또 좋지는 않다는 것이죠. 네 번째로 범죄보도가 잘못될 경우에 사회 문제에 대한 불법적인 해결방식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적복수가 최고다라는 식의 그런 것들이 생길 수도 있고요. 다섯 번째로 신원을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피해자의 인권이 많이 침해되고 있다는 것도 범죄보도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 정관용> 이른바 2차 피해, 3차 피해 이런 거죠.

◆ 김언경> 그렇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론보도가 범죄 신고자의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이런 신고자들에 대한 보복범죄도 많이 발생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악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 역기능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중히 범죄보도를 해야 한다 이 말인데 이번에 계기가 된 그 사건 관련해서는 지금 어떤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나요?

◆ 김언경> 일단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부각하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뉴스웍스라는 보도 언론사에서 나온 보도인데요. '의정부서 노래방 도우미 암매장 용의자, 연쇄살인범 가능성 수사'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보도의 첫 문장도 '의정부에서 8개월 전에 실종된 노래방 도우미 A씨가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라는 것이고요. 기사 내용에서 보면 계속 경찰은 그 무렵 A씨가 B씨. 그러니까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용의자, 피의자라고 생각되는 분이 운영하던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했고 B씨와 사귀었던 것으로 파악했다라는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고 특히 그 직업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인권이 무시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사회 특권층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일 경우 특히 여성인 경우에 이런 피해를 더 많이 주고 있거든요. 과거 지존파나 막가파 사건 등의 보도에서 피해 여인들의 주소와 사진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된 적이 있었어요. 특히 피해 여성이 성매매 여성인 경우에는 더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언론 자체보다도 경찰이 피해자의 프라이버시를 너무 시시콜콜 브리핑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제 경찰이 알려준다고 해도 기자가 다 받아써서는 안 된다는 것도 여전히 문제인 것이죠. 그리고 또 아까 제가 신고한 사람에 대한 보호도 철저히 해야 된다고 했잖아요.

◇ 정관용> 아니면 보복범죄가 나올 수 있으니까.

◆ 김언경> 그렇죠. 예전에 과거 지존파 사건 당시에 그 사건을 신고한 인물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인물에게 경찰이 표창장을 수여했는데요. 이 모습을 언론이 다시 보도하면서 표창장을 받는 사람을 찍음으로써 다시 한 번 보복범죄가 우려된다라는 그런 지적이 있었어요. 피해자와 신고자에 대한 보호는 언론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번에는 피해자 신상정보 부각 보도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그다음 어떤 문제입니까?

◆ 김언경> 사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된 수준입니다.

◇ 정관용> 아까 저도 언급했죠.

◆ 김언경> 그런데 한 남자를 사귀었던 여성 3명이 모두 죽었다. 살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내용과 경찰이 말한 연쇄살인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표현은 이미 언론으로부터 이 사건이 너무 좋은 아이템이라고 판단하게 된 그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어뷰징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어요. 언론에서 어뷰징 기사라는 말은 언론사들이 온라인의 조회수,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서 제목이나 내용을 바꿔가면서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계속 송고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 정관용> 남의 기사 배껴서 살짝 바꿔서 또 올리고 또 올리고. 기사 도둑질이죠.

◆ 김언경> 굉장히 많이 이런 기사들이 나오는데요. 한마디로 독자를 낚기 위해서 온갖 황당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지금부터 제가 말하는 그 모든 내용들은 사실 어뷰징 기사에서 사용된 수법들이에요. 꼭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고 대부분의 어뷰징 기사를 쓸 때 이런 수법을 사용합니다.

◇ 정관용> 예를 들어서 어떤 겁니까?

◆ 김언경> 먼저 별다른 연결고리도 없는데 이 사건을 다른 것과 연결 짓거든요.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과거 미제사건과 연관지어서 보도를 한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14일 교통신문에서 연쇄살인 가능성 또 최악의 미스터리, 화성연쇄살인사건 재조명이라는 보도가 있었어요.

◇ 정관용> 갑자기 또 화성이 나오네요.

◆ 김언경> 이처럼 화성과 연결시키는 보도들이 굉장히 여러 건 나왔는데요. 이런 형태는 어뷰징 보도의 기본적인 수법입니다. 오죽하면 예전에 세월호 참사 당시 참사 당일날 세월호와 영화 타이타닉을 연결시켜서 쓴 기사가 나왔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일단 이 아이템이 사람들이 클릭할 만하다, 그런 생각이 들면 무조건 아무거나 다 갖다가 끌어다가 기사를 만들어내는 이런 어뷰징 수법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타이타닉과 세월호를 말하는 것이 정말 얼마나 지금 생각해 보면 처참합니까? 그것처럼 지금 이제 수사가 시작되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해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연결시키는 거 게다가 미제사건과 연결시키는 것, 이것은 고인은 물론 가족에 대해서 너무나 무례한 행동이라는 것이죠.

◇ 정관용> 그리고 그런 어뷰징 보도의 특징은 제목을 가급적 선정적으로 뽑는다 이거 아닙니까? 이번 이 살인사건 보도도 그렇게 선정적 제목들이 많아요?

◆ 김언경> 제목이 굉장히 강합니다. 글로벌이코노믹이라는 언론사에서 '시신은 끔찍한 반부패 상태, 옷은?' 이런 제목이 있어요.

◇ 정관용> 옷은 하고 물음표?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사진=시사자키제작팀)

 


◆ 김언경> 이게 기사 제목에서 시신의 부패 정도를 아주 자세히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끔찍한이라는 말도 상당히 감정적 평가입니다. 그리고 기사 본문에서 경찰 발견 당시 시신은 끔찍한 반부패 상태로 옷은 모두 입혀져 있었다라고 했다라고 설명이 들어 있습니다.

◇ 정관용> 모두 입혀져 있었다는데 옷은 하고 물음표를 찍어요?

◆ 김언경>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왠지 사람들로부터 클릭하게 만드는 그런 효과를 주는 것이죠. 호기심이 생기잖아요, 옷은 그러니까. 그리고 이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제목에 의정부 연쇄살인이라고 썼습니다.

◇ 정관용> 아직 확인된 게 아닌데도?

◆ 김언경> 그런데 지역을 이렇게 강하게 의정부라는 말을 또 붙인 거죠.

◇ 정관용> 그리고 연쇄살인인지 아닌지.

◆ 김언경> 둘 다 부적절한 거죠. 심각한 범죄가 발생했으나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제보 및 지역민 안전을 위해서 정보제공 차원에서 지역을 말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 사건은 사실 꼭 지역이 특정되어야 하는 사건이 아직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지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지역 플러스 연쇄살인사건이라는 그런 네이밍을 붙이는 것은 해당 지역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주고 지역주민들에게 불안감만 자극할 뿐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뷰징 문법에 따라서 무책임하게 하는 행동들이 또 있는데요. 바로 네티즌의 반응을 나열, 전달하는 기사입니다. 예를 들면 중도일보의 연쇄살인 가능성도 네티즌 얼굴 좀 공개해라라는 보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형제도 부활해라라는 네티즌의 의견을 또 담은 이런 보도도 있었는데요. 언론이 민심을 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네티즌들의 부적절한 내용을 모두 기사화하면서 이것 역시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피해자 신상을 막 공개한다, 아주 구체적으로. 그다음에 지역명을 그냥 연관시킨다. 클릭수 높이려고 선정적이고 잘못된 제목을 막 뽑는다. 또 있어요, 문제가?

◆ 김언경> 저희가 항상 이 범죄 이야기할 때마다 나오는 삽화 문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됐습니다.

◇ 정관용> 이건 방송에서 삽화 활용?

◆ 김언경> 방송뿐만 아니라 텍스트 기사에서도 삽화가 굉장히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기사를 그냥 쓰면 뭔가 클릭하기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뭔가 선정적인. 사실은 그 사건과 구체적인 연관이 없는 그런 삽화를 자꾸 삽입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요즘 제가 보니까 텍스트 기사에서 이런 일들이 많다. 온라인 기사에서 기사를 클릭하려면 썸네일이라고 하는 작은 사진이 있거든요. 그 사진을 굉장히 자극적인 것을 쓴다는 거죠. 독자가 보도 내 이미지를 통해서 직관적으로 보도를 수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삽화는 보도 내용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 정관용>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 김언경> 그렇죠. 굉장히 신중하게 제작돼야 되는데. 실제 사건보도들을 보니까 삽화가 없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주의한 이미지가 많이 사용되고 있더라는 겁니다. 이번에 사용된 이미지들을 보면 모두 별 의미 없이 기사의 선정성만을 강화하는 삽화인데요. 특히 중앙일보는 아예 이런 이미지를 조합해서 카드뉴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의 '의정부 연쇄살인, 죽은 세 여자 옆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라는 카드뉴스 기사가 있는데요. 한 남성이 칼을 치켜든 이미지, 피가 번진 바닥 위에 사망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 다리가 놓여 있는 이미지. 그리고 핏자국이 번진 배경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싸우는 이미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카드뉴스는 총 14장 중에서 6장에서 핏자국을 명백히 묘사한 이미지를 활용했거든요. 저는 이런 삽화 자체도 부적절하고 이런 삽화를 모아서 카드뉴스까지 만드는 거, 전부 부적절하다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제목이 의정부 연쇄살인, 죽은 세 여자 옆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라고 하셨죠. 의정부 연쇄살인 하고 물음표는 찍었나요?

◆ 김언경> 연쇄살인에서 물음표 찍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누가 봐도 이건 물음표만 있을 뿐이지 그냥 완전히 기정사실화한 부분인데 게다가 삽화까지 이렇게 끔찍하게 썼다. 혹시 범죄보도에 무슨 가이드라인 같은 거 없어요?

◆ 김언경> 현재 우리나라에 범죄사건만을 특화한 가이드라인이나 준칙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없는 것이 이 사안이 그렇게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오히려 범죄보도는 모든 언론이 가장 많이 취급하는 사안이잖아요. 그래서 거의 모든 방송제작 가이드라인과 방송사심의규정 그리고 방송보도 심의규정에 다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KBS의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도 범죄보도의 원칙과 주의사항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한번 정리해 보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를 범인으로 단정적으로 표현하지 말 것.' 그리고 '피의자의 전과, 프라이버시, 가족관계 등을 보도할 때에도 공익적 가치가 있는 것만 신중히 검토해서 보도할 것.' 흥미를 위해서 보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범행을 미화하거나 모방범죄를 유발시키지 말 것.'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보도하지 말 것.' 그리고 '범죄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 것.' '범죄 전과나 시효만료 된 사건은 신중히 취급할 것' 등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인상적인 것은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가이드라인입니다. 여기에서는 범죄보도의 원칙으로 이런 것들을 들고 있습니다. '범죄를 고무유발하거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자료가 방송되어서는 안 된다. 범죄 수법에 대한 상세한 묘사나 시연은 불법행위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명백히 편집되어야 한다'라는 것이고요.

◇ 정관용> 굉장히 구체적이네요.

◆ 김언경> 그리고 범죄사실을 보도할 때 희생자 및 가족의 프라이버시와 존엄성을 존중이라는 측면과 범죄보도에 따르는 공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라고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말인데요. 범죄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매우 낮음에도 우리의 보도를 통해 범죄의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증가시켜서는 안 된다라는 구절이에요. 그런데 우리 언론 보도는 사실은 대부분이 굉장히 두려움을 증가시키는 식으로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범람하는 범죄보도 속에서 과연 언론이 순기능으로 작용하려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좀 배우고 고민하고 실천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하고요. 범죄를 흥미거리로 다루고 부주의하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런 보도 행태는 분명히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냥 장삿속을 채우기 위해서 불필요한 공포감을 부추기고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고 그리고 모방범죄까지 부추기는 이런 범죄보도가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방금 장삿속 채우려고 표현 쓰셨잖아요. 그냥 클릭 수 올리는 데만 혈안이 돼서 언론이 지켜야 할 점잖고 신중함이라는 것은 아예 안중에 없고 천박해져가고 있는 우리 언론, 참 개탄스럽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수고하셨어요.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정관용>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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