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로또아파트' 청약 광풍과 시대착오적인 토지공개념 색깔론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21일 '디에이치자이 개포' 1순위 청약에 3만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이후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중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단지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분양가가 낮아도 당첨되면 2, 3년 내에 7, 8억원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정부도 당첨자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서는 등 부담스러운 조건이 많은 분양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청약자가 많이 몰린 것은 분양권 당첨이 바로 로또 당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단지의 분양가는 주변 분양권 시세보다 5, 6억원 가량 싼 편이라고 한다.

로또아파트 광풍 속에 '금수저 당첨' 논란도 일었다.

전날 마감된 특별공급 청약에서 만 19세를 넘긴 1999년생을 포함해 만 30세 미만이 14명에 달했다.

집 한칸 장만하지 못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 급급한 서민들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이날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발의할 예정인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된다고 발표했다.

토지공개념은 공공이익을 위해 토지소유와 처분을 국가가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헌안에는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토지공개념은 현행 헌법 23조와 122조에도 일부 반영돼 있지만 명확치 않아 그 해석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 노태우 정부 때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토지초과이득세법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이 도입됐지만 위헌이나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고 폐기되거나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에 이번 로또 청약에서 볼 수 있듯이 부동산투기와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와대가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고 나선 것은 이런 상황 타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자원인 토지투기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개헌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위헌판정을 받은 토초세 등의 부활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대책이 힘을 받게 되고 서민들을 열받게 하는 로또청약이나 금수저당첨 논란도 수그러들지 모른다.

하지만 토지공개념 개헌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정권의 방향이 사회주의에 맞추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충격적인 내용"이라며 "자유시장경제의 근간과 법치를 허물어뜨리겠다는 시도는 절대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의 의석은 116석으로, 개헌저지선(98석)을 훨씬 넘어서 개헌안 독자저지가 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이 토지공개념 개헌을 이념 색깔론으로 몰고가는 것은 유감스럽다.

그것은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토초세법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이 노태우 정부 때 도입됐다는 것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지공개념의 뿌리는 모세율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율법에서는 토지는 다 하나님 것이기 때문에 영구히 팔지 못하도록 돼있다.

또 50년마다 찾아오는 희년(jubilee)에는 모든 주민에게 자유가 선포되고 토지는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희년사상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 그 의미를 곱씹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 희년사상과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선이 맞닿아있는 것이 바로 토지공개념이라고 본다.

이런 토지공개념 개헌에 색깔론을 덮어씌울 일은 아니다.

로또청약과 같은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여야 모두가 토지공개념 개헌논의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나서야 할 때이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