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우리는 보통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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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신한은행에서 조사해 발표한 2018 보통사람 보고서의 내용은 씁쓸하다. 우리 사회의 월 평균 가계 소득은 440만원으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소득으로 보이지만, 고소득층의 소득이 평균치에 많이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현실을 정확히 나타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월 700만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층은 지난해에 비해 소득이 35만원 가량 늘었지만, 300만원 미만을 버는 저소득층은 소득이 7만원 가량 줄었다.

고소득층에게 35만원은 큰 돈이 아닐 수 있지만,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에게 7만원은 체감하는 강도가 다르다. 그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의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더 심각하다. 정규직의 평균임금은 319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만원 올랐지만, 비정규직의 임금은 174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6만원이나 줄었다.

이제는 소득격차가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여기에 자영업자들의 경영환경마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저소득층의 저변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형태도 건전하지 않다.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부동산 자산이 전체 자산의 74%가 넘는다. 보유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 부동산이고, 재산을 증식하는 수단도 오로지 부동산뿐이다.

그래서 '강남불패'의 신화는 문재인정부에서도 여전하다. 강도 높은 대책을 아무리 쏟아내도, 강남의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꺾이지 않는 이상, 과열된 강남 집값을 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전세 사는 사람이 서울에서 아파트를 한 채 사려면 한 푼도 안 쓰고 돈을 모아도 20년이 더 걸리고, 강남에 사려면 그것보다 7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진다. 또 아무런 노후대비 없이 은퇴하는 50대가 전체의 약 40%에 이른다.

이 통계는 직장생활하면서 아이들 뒷바라지 하다가 그저 아파트 한 채 갖고 은퇴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소득도 올리지 못하는 청년층이 많다는데 있다.

2012년 7.8%였던 청년실업률은 계속 증가해 올해는 9.9%까지 올랐다. 체감실업률은 22%에 이른다. 소득격차가 심화되는 큰 요인 가운데 하나가 청년실업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보통사람 보고서에는 보통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자료사진)

 

노후대비가 되지 않은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과 그 자식들을 돌보느라 빈곤의 늪에 빠질 것이 뻔해 보이는 부모.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임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몰락해가는 자영업자들.

절박한 현실에 놓인 사회구성원이 더 많아 보인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하루 이틀에 될 일은 아니지만, 소득불균형 해소라는 대전제를 놓고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지 정부뿐 아니라 우리 모두 고민해야한다.

우리 자손들에게 부자들에게 예속된 식민지같은 나라를 물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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