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아내라서"…20년 침묵 끝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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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미투'를 못 했나 ①] 그때는 가족이 돌아설까 두려워

보복이 무서웠다기보다는 가족이 돌아설까 두려웠고, 가족마저 없어서 단념해버렸던 이들의 뒤늦은 #미투에 보내는 #위드유 연속기획입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엄마라서, 아내라서"…20년 침묵 끝 '#미투'

20년 전 당했던 성폭행을 그때는 '엄마라서' '아내라서' 끝내 입을 열지 못했던 한 여성이 있었다. 이제는 그에도 #미투가 찾아왔다.

이 씨가 딸의 도움을 받아 게시한 #미투. 출처=이 씨의 SNS

 

◇‘남편도, 어린 딸도’…20년의 침묵

지난 1997년쯤 이모 씨는 서울 강남의 모 유명 대학 병원 의사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이 씨의 나이는 불과 28살이었다.

‘편하게 진료해주겠다’며 호텔로 부른 의사를 의심하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 치료가 필요한 이 씨에게 그때는 그만한 권위자도 없었다.

돌연 달려든 의사에게 몹쓸 짓을 당한 뒤 도망치듯 빠져나온 건 자신이었다고 한다.

집에는 남편과 두 살배기 딸이 있었다. 이 씨는 "당시 나를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신혼인 남편에게도 말도 못하는 어린 딸에게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먼저 추파를 던졌을 것’이라는 세상의 시선을 화살처럼 맞을까” 겁도 났지만, “가정이 깨질까봐 너무 두려웠다”고 경찰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그때를 이 씨는 떠올렸다.

꽁꽁 감춰뒀던 그녀의 20년은 그렇게 흘렀다.

◇‘딸’에게 털어놓다

이 씨가 침묵을 깬 상대는 이제는 20대가 된 딸이었다. 최근 #미투를 보고 용기를 낸 것이다.

“서지현 검사 이야기 보고, 그때 딸에게 처음 이야기를 했다. 같이 너무 괴로워했지만, 딸이 나를 대신해 SNS에 그때 일을 올려줬다”고 이 씨는 말했다.

SNS 댓글을 확인하는 일 역시 모녀에게 녹록찮지만, 이 씨의 딸이 맡아 묵묵히 엄마의 상처를 함께 치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씨는 “예전에 내가 중학생이던 딸에게 ‘남자친구 사귀면 너 죽고 나 죽는 거’라고 소리 치고 때린 적이 있는데, 나의 과거 피해 때문이었던 것 같더라”며 “이제는 딸의 도움으로 세상에 미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가족은 미투의 힘이다. 선교 봉사 활동을 하러 떠난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천주교 신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던 일을 고백한 김민경씨 역시 자신이 ‘엄마’라는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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