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는 제자리…정부 대책은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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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100일②]

지난해 발생한 지진으로 한 건물 외벽이 무너진 모습(사진=포항CBS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의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지 23일로 100일을 맞았다. 지진으로 포항지역 전체 주택의 10% 이상인 2만 5천여 채가 파손됐는가 하면, 수능시험도 1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계속되는 여진으로 지역민들의 지진 트라우마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포항CBS는 지진발생 100일을 맞아 지진 이후 변화된 시민들의 삶과 깊게 패여 있는 지진의 상처, 그리고 지진 수습을 위해 나가야할 방향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지진 발생 100일을 앞둔 지난 21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규모 5.4의 강진으로 지하 기둥 등이 파손되면서 건물이 3~4도 정도 기울어져 '피사의 아파트'로도 불렸던 곳이다.

아파트에 들어서자 주차장 곳곳에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5층 건물의 베란다 유리창 곳곳은 깨져있고, 누군가 빼놓은 현관문과 창틀 등은 방치돼 있다. 살던 주민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이곳은 흉가처럼 변한지 오래다.

지난 21일 지진 피해를 입어 주민들이 모두 이주한 포항 흥해 대성아파트 모습. (사진=문석준 기자)

 

김정길(58.여)씨는 "20년 가까이 살았던 집이 지진으로 한순간에 흉물이 됐다는 사실이 너무 비통하다"며 "하루 빨리 재개발이 이뤄져 이곳이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흥해읍 중심지와 흥해시장에서도 느껴졌다. 평일 낮 시간이지만 도로와 인도에서 인기척을 찾을 수 없었고, 간간이 지나는 사람들에게서 활기를 찾기는 어려웠다.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이도원(55)씨는 "지진 이후 매출액은 종전의 3분의 1 밖에 안 된다. 이제 흥해에서는 낮이고 밤이고 사람을 보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할 뿐이다. 흥해를 떠나야할지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 이후 흥해지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살던 사람들이 대거 다른 동네로 빠져나가면서 상권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말을 기준으로 흥해지역 인구는 3만 4천400여 명이었지만, 1년 뒤인 지난달 말에는 3만 3천590여 명으로 850여명 감소했다.

특히 지진이 발생한 11월 15일 이후에는 600여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지진이 인구 감소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주민등록지는 흥해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흥해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명수(50)씨는 "사람이 많이 빠져 나가면서 이전보다 매출이 절반 가량 줄었다. 사람 구경을 하기 힘들어 너무 힘들다"면서 "설과 추석은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큰 대목인데도 이번 설 매출은 작년보다 반 이상 줄어 너무 힘들다. 임대료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21일 포항흥해시장 모습. 찾는 사람이 없어 한적하다. (사진=문석준 기자)

 

끝나지 않는 지진의 공포는 흥해지역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 11일 규모 4.6의 지진이 또 다시 지축을 뒤흔들며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것이다.

새벽 시간에 기습적으로 강력한 지진을 경험한 시민들의 공포와 두려움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차를 타고 무작정 포항을 빠져나가는 탈출행렬이 이어졌다.

지난해 강진에도 포항을 떠나지 않겠다던 사람들마저 고향에 대한 애정이 식어간다는 말을 꺼냈다.

김민정(42.여)씨는 "자는데 갑자기 집이 크게 흔들리자 지진임을 직감했고 방 안에 있던 책장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이를 잡아 넘어지지 않도록 한 뒤 진동이 멈추자 가족들과 짐을 챙겨 바로 집을 빠져나왔다"면서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떨린다. 지금까지는 포항을 떠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지진에 대한 공포와 상처는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복구는 아직 걸음마 상태다.

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고 있는 이재민은 400명에 달하고 흥해읍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하반기가 돼야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진 이후 쏟아졌던 정부의 다양한 대책도 곳곳에서 암초에 걸려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진 피해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내진보강을 위한 예산은 아직까지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지진대피소 건립이나 에어돔 설치도 아직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포항 지진 이후 잇따라 터진 여러 참사와 사건사고, 현재 진행 중인 올림픽과 6월 지방선거 이슈는 시민들에게 또 다른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진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한순간에 사리지면서 결국은 잊힐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흥해읍에 거주하는 김유나(34.여)씨는 "잇따르는 여진에 이제는 흥해가 무서울 정도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흥해는 죽은 동네가 될 것 같다"면서 "하루빨리 정부와 포항시가 지역 발전대책을 마련해 흥해가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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