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트라우마'는 진행형…"갈 곳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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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100일 ①]

지진피해 이재민 300여명이 머물고 있는 포항흥해실내체육관(사진=김대기 기자)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의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지 23일로 100일을 맞았다. 지진으로 포항지역 전체 주택의 10% 이상인 2만 5천여 채가 파손됐는가 하면, 수능시험도 1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계속되는 여진으로 지역민들의 지진 트라우마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포항CBS는 지진발생 100일을 맞아 지진 이후 변화된 시민들의 삶과 깊게 패여 있는 지진의 상처, 그리고 지진 수습을 위해 나가야할 방향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지진 트라우마'는 진행형…"갈 곳이 없어요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 300여명이 머물고 있는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체육관 1층 바닥과 2층 스텐드 등에는 이재민을 위해 설치된 220여동의 텐트가 줄지어 세워진 모습이다.

곳곳에 설치된 공기 청정기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수백여명이 내뿜는 호흡으로 탁해진 공기를 깨끗하게 돌려놓기에는 무리이다.

바닥에 매트리스를 여러겹 깔았다고 하지만, 맨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을수 없어 보였다.

텐트 안에는 두터운 외투를 껴입은 이재민들이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로는 부족해 환기를 위해 뚫린 텐트 천장 부분 구멍 마저 수건과 신문 등으로 막아 놓은 모습이다.

이재민 이 모(71)할머니는 "이 맨바닥이 편해 보이냐? 여기서 몇 달 동안 살면 어떻겠냐"면서 "젊은사람도 못할 일을 70~80대 노인들이 하고 있으니 골병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김 모(75) 할머니는 "히터 때문에 숨도 막히고, 눈이 말라 죽을 지경이다"면서 "건조해서 그런지 한 달 이상 낫지 않는 사람도 여럿이다. 잘 해결돼 하루 빨리 집에 가는 날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조금씩 수그러들던 지진 공포는 지난 11일 발생한 4.6지진에 오히려 더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박 모(72) 할머니는 "천장에서 무슨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아서 숨을 못 쉬겠다"면서 "텐트 옆을 누가 지나가서 흔들리는 것도 지진인가 싶다"고 말했다.

박 모(74) 할머니는 "집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체육관도 여기저기 금이 가 불안하긴 마찬가지이다"면서 "힘없는 우리는 정부에서 신경을 써주기를 바릴 뿐이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5.4강진에 집이 완파된 김영희(39·여)씨는 정부 전세금 지원으로 집을 구해 살고 있지만 하루하루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두호동 전셋집에서 흥해 직장까지 출근하고, 아이 어린이집까지 챙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이다.

김영희씨는 "여진도 하루에 몇 번씩 오고 이번에 4.6지진을 보니 지진이 끝난 게 아니라 다시 더 큰게 올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없어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흥해에 살때는 직장과 집이 5분 거리라서 출퇴근과 어린이집 챙기기가 수월했는데 지금은 어린이집 등하원도 보통일이 아니다"면서 "퇴근해서 집에 가면 녹초가 된다"고 덧붙였다.

흥해에서 어른이집을 운영하는 황선옥(37·여)씨는 지진 이후 편안한 일상이 없다고 전했다.

황선옥씨는 "하루에 여진이 몇 번씩 일어나니 대피했다가 다시 들어가는 걸 반복하고 있다"면서 "어린이집 문을 비상으로 열어놓고 있으니 아이들이 감기 걸릴까봐 난방텐트를 사놓을 정도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지진이 일상이 됐다"면서 "하루빨리 안정을 찾기를 바란다"는 바램을 전했다.

한편, 5.4강진 이후 건축물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아 이주대상이 된 618가구 가운데 600여가구가 이주를 마쳤다.

포항 북구 양덕·장성·두호지역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와 전세임대, 다가구 주택 등으로 보금자리로 옮겼다.

또, 흥해초등학교 인근 1만 4천500여㎡에 조성된 이주단지 조립식 주택에도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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