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국회입니다" 임종석 벌 세운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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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정회·고압적 자료제출 요구에 與 "갑질…국민 분노할 것"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소짓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임종석 실장님. 여기 국회입니다!"

20일 오후 청와대 업무보고를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국회 운영위원장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발언대에 세우자 회의장이 일순간 고요해졌다.

피감기관인 청와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착석 중이던 기관장을 일으켜 세운 일종의 '벌주기'에 위원들과 당사자 모두 순간 할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발단은 오전 회의 정회 전에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여야 간사 간 합의를 통해 청와대의 업무특성을 고려해 업무보고 등을 최소화하고 필요하다면 점심시간을 조금 늦추더라도 청와대 질의를 오전 중에 끝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정오가 다가오자 "질문자가 18명이나 남았는데 질문을 다하고 나면 언제 식사를 하겠는가. 밥 먹고 좀 하자"며 여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정회를 강행했다.

신속한 회의 운영을 위해 일찌감치 점심 식사를 하고 다른 위원회보다 30분에서 1시간여 빠른 오후 1시30분에 회의가 속개됐지만 김 위원장의 위원회 운영 방식과 청와대의 자료제출 태도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면서 2시30분까지 전혀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정이 생기면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진행과정을 바꿔야지 의사진행발언 요청을 일방적으로 묵살함은 물론 이를 청와대를 향한 처절한 노력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상대 당 원내수석을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박 간사가 합의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을 확인하면 될 것을 위원장이 무리를 하고 있다"며 "의사진행발언만 받았어도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왜 안 받아 주냐 하니 위원장의 권능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위원장 발언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의사진행을 방해한다면서 나중에 회의시간이 길어진다고 문제제기 하지 말라"며 "이제부터 원칙을 가지고 운영할 텐데 필요하다면 당장 회의를 중단하고 언론 다 오라고 해서 원칙적이고 민주적인 진행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일단락되는 듯 했던 논쟁은 오전에 자료제출을 요청했던 신보라 한국당 의원이 아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김 위원장은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성실히 임하지 않으면 제출 때 까지 위원회를 열지 않겠다는 자신의 말에 멀리 떨어져 있던 한 청와대 직원이 웃었다며 언성을 높였다. 해당 직원이 웃지 않았다고 하자 "국회 CCTV를 틀어 웃은 표정이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고압적인 모습도 보였다.

이어 임 실장을 발언대에 세운 후 "성실한 자료제출 요청에 대해 직원께서 자조적으로 웃고 비꼬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냐"며 "청와대라 해서 국회를 계속 무시하고 집권당의 비호 속에서 운영위 회의에 협조를 안 하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호통을 쳤다.

임 실장은 "발언대에 서라는 지시에 따르긴 했지만 부당하다"며 "국회에 와서 국회를 무시하는 기관이 어디 있나. 자료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는 것이 왜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권한을 남용한다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자 원만한 의사진행이 어렵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운영위원인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요즘은 초등학생에게 앉았다 일어났다만 시켜도 범죄로 취급하는 시대"라며 "운영위원장 자격을 빌미로 마땅한 이유도 없이 임 실장을 발언대에 오라 가라 한 갑질은 국민의 분노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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