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먼 평생교육…재주는 위탁업체가, 돈은 대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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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은행제 엄격 관리 이면엔②] 대학 갑질에 무너지는 평생교육

평생교육과정을 통해 매년 수만 명이 학위를 취득하는 학점은행제. 위탁 운영을 통해 대학의 돈벌이 수단이자 학벌 세탁 창구로 변질됐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엄격한 규제가 도입된 지 2년 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정부의 규제를 비웃듯 편법을 통해 학점은행제 위탁 운영을 지속하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학점은행제 엄격 관리 이면엔'을 통해 편법 외주화를 고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학점은행제, 겉으론 '직영', 속으론 '위탁'
②재주는 교수가 부리고 돈은…갑질의 무너지는 평생교육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제작한 2018년 홍보 브로슈어 내용. (사진=자료 캡쳐)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이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학점은행제를 위탁으로 운영하는 것은 돈 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훈련기관의 주 수입원은 학습자로, 많이 모집할수록 수입은 증가한다. 교육부의 학점은행제 운영 강화 조치에도 대학이 위탁운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학사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위탁업체 교수는 자신의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광고를 하고, 직접 전국에 있는 기업체, 고등학교, 지인 등 찾아다니며 학습자를 모집한다.

그러나 대학이 직영으로 운영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온·오프라인 홍보만으로는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학습자 모집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학습자 모집에 직영 소속 교수를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안정된 급여를 받는 교수 입장에서는 교육 이외에 굳이 학습자 모집을 위해 아쉬운 소리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학습자 위탁 모집은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행정처분 대상이다. 하지만 대학은 합법을 가장한 위탁형태로 학점은행제를 운영하며 이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한 평생교육원에서 학부과정을 운영하는 A교수는 "대학은 직영체제로 가면 학생들이 오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위탁형태는 너희는 일이나 해라, 이익은 내가 본다. 이것이 전국 대부분의 평생교육원에서 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갖은 '횡포'…무너지는 평생교육

대학은 직영 시스템 전환을 이유로 위탁업체에 대한 갑질도 서슴지 않았다.

위탁업체는 학기별로 최소 40명 이상 학습자를 모집하지 못하면 그동안 들어간 홍보비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을'의 입장에서 대학에 문제제기를 할 수도 없었다.

또 돈이 되는 학부의 경우 대학은 발전기금 명목으로 기부를 강요해 이를 받아 강의실과 실습실 확충·수선비용 등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업체는 자신들이 맡은 학부가 사용하는 시설인 만큼 사업에 투자하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달래지만, 반면 기부를 거부한 학부는 압박을 받았다.

경기도 K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의 A학부 운영경비총괄표. 운영비 사용 내역과 학교 수입이 기재돼 있다. (사진=자료 캡쳐)

 

위탁업체가 고용한 직원의 인건비, 홍보비 등 운영비용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학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나가라"고 겁박했다.

경기도 K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의 경우 대학 감사팀에서 지난해 11월부터 학점은행제 학부 감사를 시작, 4개월이 넘는 현재까지 감사가 진행 중이다.

학부를 담당하는 B교수는 "학습자 출석 내역과 교육 일정 등을 다 보여줬는데도 감사는 끝나지 않고 있다"라며 "더 이상 제공할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3월에도 감사 본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답답해했다.

이어 "돈은 학교에서 다 쓰고 돈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학부 감사를 볼게 뭐가 있느냐"라며 "1년 12달 중 4개월 동안 감사팀이 내려와 있는 것은 근무를 하는 것이지 감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교수 C씨는 "대학의 갖은 횡포에도 묵묵히 버티는 이유는 직접 모집한 학생들을 책임지려는 것"이라며 "대학의 갑질이 거듭될수록 위탁을 맡은 교수들은 학생모집을 꺼리게 될 것이고, 결국 평생교육원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998년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설립되기 시작한 학점은행기관은 현재 469곳이 운영중이다.

이들 기관에서는 학사 116개, 전문학사 110개 전공이 개설돼 있으며, 지난해 7만2,766명이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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