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 나선 北美…우리 정부 '촉진제' 역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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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 의사 밝혀"…한미연합훈련 축소·특사파견 등 방안 고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이후 미국과 북한이 본격적인 샅바 싸움에 들어간 모양새다. 미국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원칙을 다시 강조했고 북한은 대미 강경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추가 도발을 자제할 뜻을 살짝 내비치며 '탐색'에 나섰다.

평창올림픽 참석 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줄곧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해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와 동행했다. 탈북민 네 명을 면담한 자리에서는 "북한은 국민들을 가두고 고민하고 빈곤하게 만드는 감옥 국가(prison state)"라며 북한정권의 잔인함을 부각시켰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이러한 강경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북측과의 접촉은 피하는 모습이었다. 북측 대표단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은 물론 악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방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이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할 새로운 외교적 기회가 마련될 수 있는 실제적 진전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펜스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두 번의 실질적인 대화를 했고 "한국에 이어 미국이 대화에 관여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썼다.

이는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태도변화여서 주목할만 하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유의미한 소통은 없었더라도, 한미 대화에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설득한데 대한 성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측이 '남북대화가 비핵화에 대한 아무런 진전없이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미 측에 전달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미국도 남북대화가 비핵화와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3일 청와대에서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평창올림픽과 남북대화, 이 두 가지 큰 모멘텀이 작용하면서 미국의 입장이 우리와 많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CNN이 "펜스 부통령이 대북외교를 위한 기회를 놓쳤다"고 보도하는 등 미국 내에서 방한 기간동안의 강경 시그널이 지나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는 점 역시, 미국이 평창올림픽 이후 국면에서 대화에도 무게를 실을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 한다.

북한도 대미 강경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추가 도발을 감행하지 않을 뜻을 내비치며 '여건 조성'을 탐색하는 모양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12일 '민족사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대통령 방북 초청'이란 기사에서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시험이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북한을 직접적으로 대변하지 않는 조선신보가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암시하며 한미의 입장을 떠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 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활동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재인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과 이번 활동기간에 파악한 남측의 의중, 미국측의 동향 등을 자세하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 역시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발언과 북미대화 관련 입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비핵화' 주제 없이는 미국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이 평창올림픽 이후 서로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며 힘겨루기에 나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북미가 이렇듯 탐색전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미대화의 '촉진제'로서의 역할에 고심하고 있다.

통일부는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와 비핵화 과정의 선순환을 추진하되,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대화를 견인하는 등 탄력적인 상호 견인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관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대화지속에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이면서도 미국과의 협의없이 남북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신뢰회복 조치가 먼저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은 상태다. 여권에서는 '평창올림픽 후-한미연합훈련 전' 대북특사 파견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25일까지 연기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연합훈련은 남북, 북미 대화 진전 여부에 따라 조정될 수 밖에 없다"면서 "북미가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이 훈련을 예정대로 강행하면 판이 깨질 수 있다.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로서는 북미가 큰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지만, 남북대화에 대한 북한의 적극성과 미국 설득을 통해 북미 대화의 장을 여는 역할까지는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직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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