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메신저 키즈'는 어린이용 담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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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단체, 저커버그 CEO에 서비스 중단 촉구 서한 보내

페이스북 13세 미만 아동을 위한 '메신저 키즈' 앱

 

아동보호 단체와 시민단체, 소아과 전문의 등 100여 명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아동보호 캠페인 기구가 아동의 건강과 발달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페이스북에 '메신저 키즈' 앱 서비스 중단을 촉구했다.

워싱터포스트, 가디언 등 외신들은 30일(현지시간) 커먼 센스 미디어(Common Sense Media)와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 등 19개 단체로 구성된 '아동보호를 위한 반상업 캠페인' CCFC(Campaign for a Commercial-Free Childhood)는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게 이같은 내용의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말 메시지 플랫폼인 메신저에 13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메신저 키즈(Messenger Kids)' 앱을 출시했다. 현재 미국 iOS와 아마존 앱스토어에서 시범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메신저 키즈'는 부모가 승인한 대화 상대에 한해서만 문자나 메시지, 영상 등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아동의 눈높이에 맞게 만들어진 GIF 애니메이션과 스티커 등이 있는 어린이 전용 메시지 앱이다.

이 단체는 서한에서 소셜 미디어 사용과 10대 청소년 우울증 사이의 상관성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아이들이 아직 온라인 관계 형성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문자·사진·동영상 콘텐츠 공유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페이스북이 미취학 아동을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노출시키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메신저 키즈 앱으로 인해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스크린 장치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 우려되고 인간의 감정을 읽거나 참을성을 기르거나 육체활동에 참여하는 중대한 아동 발달 과정을 방해 할 것이라며 페이스북이 메신저 키즈 앱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글로벌 안전 책임자인 앤티곤 데이비스는 입장문을 내고 "육아 및 발달 전문가로 이루어진 자문위원회뿐만 아니라 가정 및 학부모·교사 연합회(PTA)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메신저 키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메신저 키즈에는 광고가 없고 가족을 위한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부모가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도 앱을 사용하는 아이들의 사용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어린이 온라인 개인 정보 보호법 (American Children 's Online Privacy and Protection Act)을 완벽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정보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의 메신저 키즈 출시가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깨끗한 메신저 환경을 제시하는 것 외에도 10~20대 페이스북 사용자 층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미래 계획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들 세대를 조기에 안착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는 지난해 8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페이스북의 10대 청소년 사용자 감소가 전반적인 사용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사용자 증가세가 둔화 되고 있는 반면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의 상승률은 두 자릿수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의서항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크린 장치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리클레이밍 컨버세이션(Reclaiming Conversation)'의 저자이자 메사추세츠 공대(MIT) 과학기술사회학 교수인 쉐리 터클 박사는 "아이들의 정서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유비쿼터스 기술적 측면에서,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우정 관계를 온라인으로 옮기려는 치명적인 유혹"이라고 지적했다.

CCFC의 조쉬 골린 수석 이사는 "과도한 소셜 미디어 사용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미시간 대학의 발달 소아과 및 미디어 연구소의 제니 라데스키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13세 미만의 아이들은 사생활 및 개인 데이터와 같은 개념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에서의 역할, 도덕성에 대한 인식을 이제 막 구축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와 아직 미숙한 아이들이 만나면 정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전문가들도 소셜 미디어의 문제에 대해 여러차례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말 냅스터 창립자이자 페이스북 초대 사장을 역임했던 숀 파커는 "페이스북이 인간의 '취약성'을 악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고, 세일즈 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페이스북은 담배 산업과 마찬가지로 규제되어야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녀가 없는 팀 쿡 애플 CEO도 "학교 안에서는 기술 사용에 대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며 "나는 조카들에게 SNS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 심리학 전문가인 진 트웬지 교수는 경제 전문지 포춘의 해설기사에서 이같은 문제의 해결방법은 간단하다며 '소셜 미디어 사용자는 13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법규를 준수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소셜 미디어 사이트 및 이메일 서비스 등은 미국 연방법에 따라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의 동의없이는 13세 미만의 아동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들 서비스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출생 연도를 바꾸면 계정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본인 인증 수단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과거 의뢰한 설문조사에서 부모 응답자의 81%는 "8~13세 사이의 자녀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웬지 교수는 메신저 키즈 앱 출시에 대해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중독 될 수 있어 담배 산업이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에 아이들을 위해 '미니 담배'를 도입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이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도록 돕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지만,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사지 못하도록 하는 책임은 국가와 이를 판매하는 기업에도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규제 기관, 소셜 미디어 회사 및 스마트 폰 제조업체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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