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여자' 현송월과 '단장' 현송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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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첫 사전점검단 교류 의미보다 명품백과 여우목도리가 더 주목받은 사연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현송월 심지연관현악단장. (사진=박종민 기자)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22일 1박 2일의 사전점검단 활동을 마치고 북한으로 떠났다. 서울과 강릉에서 그의 행보는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남북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지은 후 첫 북한 인사 방문이란 점 때문이기도 했지만, '현송월' 개인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측면이 컸다.

현송월 단장이 지난 15일 판문점 실무접촉에 북측 대표단으로 나왔을 당시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한 것은 현 단장이 들고 있던 '녹색 가방'이었다. 이 가방이 해외 한 명품브랜드의 1000만원을 훌쩍 넘는 클러치란 보도가 쏟아졌다. 현 단장이 든 가방에 동그라미를 친 사진이 실렸다. 상대적으로 현 단장이 이 실무접촉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현 단장의 이름 앞에 한참을 붙어다닌 것은 '김정은 옛 애인'이란 꼬리표였다. 학계에서는 현 단장이 김정은의 옛 애인이란 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송월이 김정은의 옛 애인이란 것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면서 "현송월이 김정은의 옛 애인이라면 중요 직책을 계속 맡아 공개적으로 행동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근거없는 자극적인 보도란 비판이다.

이번 1박2일간의 방남에서도 마찬가지다. '에르메스백'과 '김정은과의 사생활' 뒤에 따라붙은 것은 '여우목도리'였다. 한 쪽을 올려붙인 그의 머리스타일이 약간 뒤처진 것이라든지, 앵클부츠를 신고 여우모피로 보이는 목도리를 둘렀다든지, 한 언론은 패션관계자의 목소리까지 빌어 그의 패션을 '평가'하기도 했다.

통상 '북측 인사'란 점에서 그들의 행동이 이슈가 되기는 하지만 현 단장을 둘러싼 이같은 현상은 그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과거 북한 '미녀응원단'의 응원과 외모가 큰 주목을 받았다. 몸매가 얼마나 날씬하고 얼굴이 어떻다느니, 역시 '남남북녀'라든지. 댓글과 뉴스제목이 주목하는 것은 그들의 '여성성'이었다. 당시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평창동계올림픽 응원단 관련 보도에서 '미녀'란 말은 거의 빠지지 않았다.

'미녀'로서 현 단장이 그려지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의 여성관이 읽힌다. 지난해 9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백발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던 장면이 오버랩된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시간이 없다"고 강 장관에게 빨리 단상에 오르기를 재촉한 뒤 "하얀머리 멋있습니다", "뭐 여자분들이 지금 백색 염색약이 다 떨어졌답니다", "인기가 좋습니다. 저도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사드 배치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통에 외교부 장관에게 국회의원이 한 이야기가 '백발의 아름다움'이었다. 업무능력과 자질은 외모에 대한 그의 발언에 가렸다.

현 단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가수 출신 예술단장으로서, 그가 하는 일에 주목하면 그 뿐이다. 남북 간 예술단 교환 역사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평화 올림픽'의 통로 중 예술단만한 것이 없다.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뒷이야기와 그의 패션이 어떤지는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일은 아니다. 특히 수년만의 북한 인사 방문이 이뤄져 한반도 평화의 물꼬가 트이려는 그 순간에는 더욱 그렇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여우목도리' 이면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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