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미세먼지와 공짜버스의 '잘못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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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두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7일 오전 여의도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탄탄대로를 걷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난데없는 미세먼지 복병을 만났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내놓은 차량 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정책에 대해 뭇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효성과 가성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혈세만 낭비하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 15일 오전 서울 대중교통이 무료로 적용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실제로 지난 한 주에만 세 차례 발령된 저감조치에도 교통량 감소율은 극히 미미했다. 대중교통 무료승차 비용으로 15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을 뿐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차기 서울시장을 노리는 예비주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십자포화를 퍼붓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사진=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 시장을 몰아세웠다.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민들의 공감대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공짜버스'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차량 2부제도 생계형 약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봉책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우상호 의원은 "포퓰리즘 성격의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직격했다.

민병두 의원은 "박 시장이 틀린 길을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거센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고, 광역단체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인 경기도와 인천시도 탐탁지 않은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미세먼지가 서울시장 선거전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면서 '신의 한 수'로 내놓은 정책이 정작 '자충수'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당사자인 박 시장은 이 같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사태 때 심야 기자회견을 통해 독자적이면서도 선제적으로 서울시 대책을 발표했던 그 연장선인 셈이다.

박 시장은 23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도 범정부 차원의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늑장 대응보다 차라리 과잉 대응이 낫다"는 자세로 미세먼지를 서울 시민의 생명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로 인해 입마개가 생활필수품이 된 현실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미세먼지 대책은 단지 오늘과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먼 미래를 염두에 두는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미세먼지와 직접 연결된 '중국'을 빼놓고 논의할 수는 없는 것이고, 서울시의 독단적인 대응으로 해결될 사안도 아니라는 점이다.

미세먼지를 둘러싼 이번 포퓰리즘 논란을 보면서 2011년 무상급식 반대에 주민투표로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떠오른다.

오 시장의 실패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개인적 소신에 너무 기울어진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공감과 소통은 경청과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에 앞서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쌍방향 설득의 노력을 다하는 박원순 시장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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