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단일팀과 운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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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한 남북한 대표팀은 여자단체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꺽고 우승을 차지했다. 남북한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가 감동한 순간이었다.

이후 남북단일팀은 같은 해 있었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1년만에 남북단일팀 논의가 재개됐다.
이번에는 여자 아이스하키다. 하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오히려 단일팀 구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단일팀 반대를 주장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선수가 자주 교체되는 아이스하키의 경기특성까지 거론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림픽은 단순한 체육행사가 아니다. 어떤 국제행사보다 주목도와 참여도가 높은 만큼 어렵고 복잡한 국제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심지어 테러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강대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반쪽으로 치러진 경우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평창올림픽을 한반도 정세를 푸는 단초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북한이 우리측의 고위급회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극적인 계기가 만들어졌고, 북한의 올림픽 참가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성사단계에 이르고 있다.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그런데 예술단과 공연단, 공동입장등 다른 문제는 어렵지 않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단일팀 구성은 쉽지 않다. 사실 북한에서 파견할 수 있는 선수는 피겨와 여자 아이스하키 외에는 없는 상황이다. 북한에서 예술단과 공연단을 대규모로 파견하려는 것도 선수단 구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종료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사진=통일부 제공)

 

결국 관건은 아이스하키에 달려 있다. 하지만 단일팀을 만들려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4년동안 올림픽만을 기다리며 힘든 훈련을 감당해 온 남한 대표선수들의 사기문제가 가장 크다.

올림픽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선수들간의 호흡이 중요한 단체경기에 다른 선수들이 갑자기 끼어든다면, 전력에도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출전기회가 줄어드는 남측 선수들의 불만이 커 질 수 밖에 없다.

엔트리를 늘려 참여한다면, 다른 국가대표팀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대표팀의 감독이 미국인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난제를 풀기 위해 IOC가 참여하는 실무접촉이 20일 스위스에서 열린다.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의 의사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실무자들은 여전히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사기와 국민여론도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변수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한반도 정세 전환을 위한 계기로 삼으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선수단보다 5배 많은 사절단과 공연단을 파견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런 만큼, 무리한 단일팀 구성으로 국내 여론을 악화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모처럼 조성된 대화국면을 다시 긴장관계로 끌고 갈 수 는 없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시키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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