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가상화폐 '소신 발언'이 '정부 입장'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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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발언 논란에도 정부입장은 투기 열풍에 단호한 입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법무장관의 발언은 자신의 소신과 여기에 동의하는 유관부처의 의견을 더한 뒤 정부의 통일된 입장인 것처럼 확대해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기 법무장관은 11일 “정부안으로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거래소 폐지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투기 과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정부가 거래소 폐쇄라는 강수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돼 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학자 출신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박 장관은 평소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를 뜬 구름 잡는 투기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법무부는 가상통화관계기관합동테스크포스(TF)에서 처음부터 가상화폐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럴 경우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이 되는 블록체인의 발전을 가로 막을 수 있다는 반론에 부딪혀 주장을 관철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8일 정부대책에서는 법무부가 가상통화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는 정도에서 봉합됐다.

이런 가운데 박 장관과 일부 유관부처와 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정책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입장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박 장관의 깜짝발언이 나오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 간에 조율된 것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앞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가상화폐와 관련한 국제적 금융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며 “너무 큰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가상화폐 거래를 “겜블링 판”으로 규정하며 “나중에 버블이 확 빠진다. 내기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의 투기 과열과 거품 붕괴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금융 관련 부처가 대체로 법무부와 입장을 같이 한 셈인데 박 장관이 이를 마치 정부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부풀려 발언한 것이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시세 전광판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실제로 박 장관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법무부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고, 사전에 조율한 것도 아니라며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관해서는 기본입장 정도를 얘기할 줄 알았는데 폐쇄니 뭐니 해서 깜짝 놀랐다”며 “정책적인 부분에 법무부가 나서면 알지도 못하면서 나선다고 공격을 받을텐데 학자 출신이라 강하게 얘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확정된 사인이 아니다”라는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에 이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2일 “법무부 장관이 말한 거래소 폐쇄 문제는 관련 테스크포스에서 논의하는 법무부의 안으로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거듭 지적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시장은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금이 간 뒤였다.

다만 이같은 박 장관의 과도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투기 열풍을 진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이대로 방치하다 언제가 거품이 꺼지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정부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가상화폐 투기 과열 현상에 대해 정부 대응이 필요하고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부처의 생각이 같다”고 강조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해킹이나 거품 붕괴와 같은) 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그동안 도대체 뭘 했느냐’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에 공급한 가상계좌를 폐지하는데 이어 오는 20일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화폐 거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유보하기로 하는 등 가상화폐거래소 고사작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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