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수를 줄이더라도, 우리 가족 살 집만 있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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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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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변한 것 없는 재개발 현장, 이제 그들은 어디로 가나

 

[편집자주]용산 참사가 9주기에 접어 들고 있지만 철거민의 피울음은 여전히 거리를 적시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현재까지, 원주민에게 철저히 불리한 재개발 방식과 이를 보호하는 제반 환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는 3회에 걸쳐 국가는 물론 사회와 이웃으로부터도 고립된 이들의 '반복된' 목소리를 전한다.

[글 싣는 순서]
글 싣는 순서
① 왜 50대 가장은 가슴에 스스로 칼을 꽂았나
② 가난한 이웃, 재개발 이익의 '합법적' 제물
③ 보상단계부터 서민 재산'만' 약탈하는 법부터 고쳐야


"한밑천 잡으려는 것도 더 넓은 집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조금 평수를 줄이더라도 우리 다섯 가족 살 집은 가야 되지 않겠냐는 겁니다", "내 집에서 누구 하나 부러울 것 없이 살았는데, 재개발 때문에 하루 아침에 작은 원룸을 전세로 살아야 한다면 그 누가 순순히 받아들이겠습니까"

이처럼 재개발에 저항하는 철거민들은 으레 생각하듯 '한 몫' 잡으려는 기회주의자라기 보다 재산을 빼앗긴 것에 억울해하는 사람들에 훨씬 가깝다. "한 몫 잡겠다고 70대 노부부와 어린 자녀들까지 신너나 횃불을 들고 몇 달 간을 잠도 못자고 저항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게, 사회가 야속하다는 이들의 공통된 호소다.

◇한 몫 잡으려는 게 아니라 '현 수준 유지'가 최대치 목표

그럼에도 결국 돈의 문제다. 갈등의 시작이자 해결의 열쇠는 보상가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원주민의 현 생활 수준을 유지할 만한 보상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에서는 현상 유지가 최대치의 요구다.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가 공시지가에 맞춰 형성되기 때문에, 시세의 절반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시세에 가까운 감정가 산출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는 없다. 관련 법은 실거래가를 감정가에 반영하록 정하고 있지만, 기준이 없어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재개발이 시작되면 인근 부동산 값이 오르기 때문에, 보상금을 쥔 원주민이라 하더라도 수십 년간 지내온 삶의 터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원주민 정착률 10%의 배경이다. 또 감정평가사의 경우 평가 비용을 재개발 추진 주체인 조합 측에서 받기 때문에, 철거민들을 위해 감정가를 올릴 유인부터 전무하다.

강제집행 전 사전협의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보상 관련법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다보니 협의를 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조율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박원순 시장 행정지침을 통해 동절기 강제철거 금지와 함께 나아진 부분이라는 게 의미라면 의미다. 한 철거민은 "오밤 중에 사람을 끌어내고 때려도 아무 것도 못한 사람들도 있다는데, 그래도 지금은 형편이 나은 것"이라고 말했다.

◇ 보상가 산출을 위한 감정평가부터 '공적으로'

기본 재개발의 대안으로 나온 도시재생계획 역시 '주민 주도'라는 명분만 주어졌을 뿐, 강제집행과 보상 관련 법안은 제자리 걸음이다. 한국도시연구소 이원호 연구원은 "감정 평가 뿐 아니라 보상에 있어서 기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며 "이주 지원 역시 주거 지원비가 적정히 책정돼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돈 되는 사업'이 아니라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목적으로 공적 주체의 개입을 늘리면, 문제 해결이 어렵지 않다는 게 관련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당장 보상가를 위한 감정평가 단계부터 재개발 추진 세력이 아닌 공적 주체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 조합과 시공사, 힘 없는 철거민만 두지 말자는 말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재개발 지역 주택의 감정평가자는 중립성을 위해 준공무원 지위를 부여하고, 시세 반영의 정확한 기준을 정하는 등의 법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승인처인 관공서가 '주거권 보장'의 방침을 확실히 세우면 문제될 게 없다"면서 "없는 사람의 재산은 재산도 아니라는 게 현행 법을 고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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