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민심의 열망'과 '시작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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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심의 열망’과 ‘시작이 반’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수석대표 모두발언의 키워드이다.

북 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을 바라는 민심의 열망’에 의해 남북고위급 회담이 마련됐다며 그에 부응해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을 드리자는 생각으로 회담에 나왔다고 말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민심이 천심”이라고 화답하며 “오랜 남북 관계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지만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다 그런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잘 드러내주는 것으로, 회담 전망을 밝게 해주는 언급이다.

실제로 이어 열린 회담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남북 양측은 “북측의 평창 참가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등 상호관심사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하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해서는 우리 측은 대표단 파견과 공동입장, 응원단 파견을 요청했지만 북측은 한걸음 더 나가는 식으로 적극 대응했다.

단순히 선수단을 넘어서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을 파견하겠다”고 나왔다.

관심을 모은 다른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갖기 위한 적십자회담과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구상에 따라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제의했지만 사실상 거절됐던 사안이다.

우리 측은 더 나아가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조속히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북 측은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고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자고 얘기했지만 우리 측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은 이날 하루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후속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게 된다.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동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 장관이 모두발언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 회담이 첫 숟갈에 배부를 수는 없다.

북한의 잇따른 핵과 미사일 도발로 북핵위기가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년여만에 열리는 남북 당국회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참가를 받아내 평창 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게 하는 것만해도 큰 성과다.

나머지 문제는 조 장관 말대로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가면 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번 회담에 대해 북한이 핵 무장으로 가는 시간을 벌게 해준다며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화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북한의 핵 무장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묘책은 찾기 힘들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그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해 강경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대화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회담에서 우리가 끝까지 흔들림없이 견지해야 하는 원칙이다.


무엇보다 한미간의 굳건한 공조 속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이날 우리 측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재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의 첫 실험무대이다.

이제 시작으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어려운 여건 속에 한반도에 평화의 길을 주도적으로 열어가려는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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