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힘받는 ‘한반도 운전자론’,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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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하루 밤 사이에 한반도에 해빙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

바람은 미국 쪽에서 먼저 불어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 대화 성사를 평가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며 "미국은 100%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신년사로 촉발된 남북대화 움직임에 대한 워싱턴 정가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더 나아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올림픽 기간에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할 뜻을 밝혀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겠다"고 화답했다.

한미연합훈련 연기요청은 자칫하면 한미 동맹의 균열을 불러올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이상 남은 것은 북한인데 북한도 곧바로 우리 측의 고위급회담 제안을 수락했다.

북측은 5일 전통문에서 "고위급 회담을 위해 9일 판문점 평화의집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우리 측의 제안에 일부 수정 제의하면서 기싸움을 할 것이란 전망을 무색케 하는 대응이다.

의제도 "평창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문제"라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리는 것이지만 남북대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핵문제를 평화롭게 풀어보려는 우리 측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모처럼 빛을 발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지금까지는 ‘문재인 패싱’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한반도 운전자론’은 유명무실했다.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제재와 압박강도를 높이는데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미국이 사실상 한반도의 운전대를 잡아왔다.

북한은 북한대로 계속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의 대화제의를 철저히 무시해왔다.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미국 본토가 사정권 안에 있다고 위협하고 나섰고 미국은 핵무력 완성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며 군사옵션카드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첨예한 대치양상을 벌이는 북미 사이에 대화가 끼어들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남북대화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북한의 호응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어렵게 꼬여 접점을 찾기 힘든 한반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렇다고 지난치게 낙관적인 기대는 금물이다.

북핵위기의 본질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신년사 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하는 대화를 통해 쉽게 비핵화 쪽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미국 역시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이 대량생산돼 실전배치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극적으로 성사된 남북대화가 자칫하면 아무런 성과도 없이 공전되면서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로서는 일단 이번 남북대화를 통해 먼저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도록 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청와대가 “평창올림픽에 북한의 참가 문제를 매듭지어야 남북관계 개선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옳은 접근법으로 본다.

그 다음은 우리 외교력에 달린 문제다.

북한과는 우호적인 대화 분위기를 만들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서도록 적극 설득해야 한다.


미국과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선택이다.

이번 기회에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설지 아니면 계속 핵무장을 고집하면서 국제적인 고립의 길을 고수할 것인지 중에 선택해야 한다.

북한의 현명한 판단과 진정성있는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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