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가 삭감한 경로당 예산, 한국당이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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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삭감한 경로당 예산 자유한국당이 지켜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지역으로 내려보낸 현수막 문구이다. 지역구 의원과 당협 위원장들은 이를 인용해 현수막을 걸고 경로당 예산을 자유한국당이 지켜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중이다.

사실일까?

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2018년 예산안 주요 증액 사업에는 '경로당 냉난방비‧전기료‧쌀 지원 : +321억 원'이 표시돼 있다. 이를 토대로 중앙당 홍보국에서 현수막 문구를 작성해 지역으로 내려보냈다.


자유한국당 측은 보건복지부가 2018년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사업' 명목으로 약 300억 원의 예산을 올렸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이를 전액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현수막에 있는 '문재인 정부가 삭감한 예산'이라는 표현도 여기서 비롯됐다.

한 지역구에 내 걸린 현수막 (사진=독자 제보)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사업' 예산 확보는 자유한국당이 지켜낸 것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오랫동안 되풀이 된 정부와 국회의 이상한 '관행'이 숨어 있다.

먼저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사업'은 중앙정부 사업이 아니다. 해당 사업은 '지방이양사업'이기 때문에 지방정부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운용해야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지방교부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당 사업의 재원을 보조하고 있다.

즉 중앙정부는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사업'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 받는 지방교부금으로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지방비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2018년 예산 주요 증액 사업.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같은 중앙정부이지만 보건복지부는 매년 예산안을 책정할 때 해당 예산을 요구한다. 반대로 같은 중앙정부이지만 예산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지방비로 처리할 항목이라는 이유로 매년 반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매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이 다시 살아난다.

수백억 원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가 부활하는 이상한 상황이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 해당 예산의 성과를 홍보하려는 측에서는 늘 지켜냈다는 표현을 쓴다. 야당 입장에서는 생색내기용으로 좋은 사례인 것.


지금의 여·야 구도와 반대 상황이었던 2014년을 살펴보면 지금과 똑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네이버 뉴스 캡처)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사업' 증액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홍보하기 이슈다. 국민의당 측에서도 해당 예산을 자신들의 성과로 공지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서도 노인 복지를 위한 차원인 만큼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즉 여당과 야당 모두가 합심해서 예산을 추가하고 있는 상황.

2012년 2월 전만 하더라도 중앙정부 예산으로 경로당에 냉‧난방비외 양곡비를 지원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 1일 해당 조항이 신설됐다.

하지만 의무 조항이 아니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충돌하는 부분도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사업' 예산 전액 삭감과 증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법적 근거가 없이 중앙정부 예산이 책정된다는 논란이 있자 국회에서는 대선을 앞둔 2012년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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