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文대통령과 '두 마리의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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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KTX 경강선 시승 행사 중 대통령 전용고속열차에서 미국 NBC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잡고 싶어 하는 '두 마리의 토끼'가 있다.

하나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고, 다른 하나는 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 찾기다.

문 대통령은 19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의지와 생각을 공개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다.

고민 끝에 문 대통령이 꺼낸 카드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 검토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올림픽에 참가한다면 이른바 '평화 올림픽'의 성공과 북핵 대화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인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일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 이미 미국에 전달됐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동계올림픽 기간에 국한된 일시적인 연기일 뿐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는 검토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만일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문 대통령의 제안은 분명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로 백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정부가 중국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며 확대해석도 경계했다.

북한이 새로 개발한 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난 11월 29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문 대통령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면 그만한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는 수는 다반사다. 장고(長考) 끝의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장 보수층은 한미 군사훈련과 올림픽을 연계한 문 대통령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방어적 성격의 연례 훈련이 '평화 올림픽'을 저해하는 원인이냐는 반문(反問)이 그것이다.

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도 모르는데다 북한의 몸값만 높여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동계올림픽 기간과 겹치는 내년 3월을 핵과 미사일 개발 완성의 '데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도발을 하지 말아달라고 구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올림픽보다 국가안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문 대통령의 제안 철회를 촉구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당혹스러운 대목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문제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미국의 반응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 측에 훈련 연기 검토를 제안했다고 공개했는데도 정작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려는 어떤 계획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틸러슨 장관이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서 이뤄진 논의 과정을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미국이 공식 입장을 확정해 발표하기 전에 문 대통령이 논의과정을 섣불리 공개해버린 엇박자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안보 현안에 대해서만큼은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와 내부 조율이 절실하다.

우리 정부의 지금 스탠스는 미국의 답변도 기다리고 있고, 북한의 반응도 기다리는 중이다.

한반도 안보와 올림픽 성공이 진정 기다린다고 해결될 사안인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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