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중립지대 단일화 후보로 선출된 한선교 의원(좌측 두번째)이 함께 경쟁한 이주영, 조경태 의원 및 나경원 단일화추진위원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자유한국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른바 '중립지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를 실시, 한선교(4선) 의원이 1위 후보로 결정됐다. 당초 한 의원과 함께 중립지대 후보군으로 뽑혔던 이주영(5선) 의원으로 단일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단일화 과정이 일반 국민들의 여론조사로 실시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중 인지도가 높은 한 의원이 뽑힐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원이 중립지대 유일 후보로 결정되면서, 오는 12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에는 친홍(洪)의 김성태(3선), 친박(朴)계의 홍문종·유기준(4선), 중립에 한 의원 등이 뛰어들 전망이다.
이 의원이 중립 단일 후보로 뛸 경우 김 의원과 경쟁이 팽팽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었지만 한 의원으로 결정되면서, 결국 '한선교 단일화'는 김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오후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중립지대 단일화 추진위원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1위 후보는 한선교 의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는 6일~7일 이틀간 한국당 지지 국민 1000명을 대상, 득표 결과를 단순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표 직후 한 의원은 "여론조사를 공정하게 이끌어준 나 의원께 감사드리며, 함께 경선에 참여했던 이주영 선배님과 조경태 의원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당내 화합과 사당화 방지, 문재인 좌파 정권의 독주를 저지하고자 하는 처절한 뜻을 저도 받들어서 앞으로 있을 경선에서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단일화에서 떨어진 이주영 의원은 "앞으로 한 의원을 어떻게 도와주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초 단일화 합의를 할 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자는 취지였다"며 "당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계파 정치를 극복하고 사당화 방지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폭적으로 한 의원의 당선을 위해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서 친홍-친박-중립 중 압도적 강세를 보이는 후보는 없지만, 김 의원으로서는 민감한 라이벌이었던 이 의원이 경선에 나오지 않게 되면서 안도하는 모양새다. 또 홍·유 의원이 친박 색이 뚜렷하고, 한 의원도 범친박으로 분류된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 의원은 한 의원의 단일화 발표 직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처음부터 (그들은) 있지도 않은 중립지대를 만들었던 것이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게는 홍준표 대표가 노골적으로 김 의원을 지지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어, 친홍 색깔을 최대한 지우며 대세론을 띄우는 상황이다.
친박계의 단일화 여부도 주목된다. 단일화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지만, 두 의원 모두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일화에 대한 두 의원의 입장도 미묘하게 다르다.
유기준 의원은 통화에서 "(단일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홍 의원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당이 친박은 없다. 단일화를 해 줄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 단일화를 위해서는 둘 중 한 명이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홍 의원은 "완주의 의지가 강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완주를 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중립지대에서는 경선에서 1차로 과반 득표를 하지 않더라도, 결선투표까지만 가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의원이든, 홍·유 의원이든 계파가 뚜렷해 이에 대한 반감이 의원들 사이에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한 중립지대 측근 의원은 사석에서 "결선까지만 올라가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3파전, 또는 4파전 양상으로 원내대표 경선이 흐르는 가운데 각 후보가 아직 꺼내놓지 않은 '정책위의장' 카드도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이날 단일화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위의장이 누구냐"는 질문에 "말할 수가 없다. 내가 아직 결심을 못 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을 비롯, 다른 후보들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를 아직 구하지 못한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결선투표로 가면 그때는 정책위의장이 누구냐가 결과를 결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각 후보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어떤 후보도 정책위의장을 내세우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