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논두렁 시계 보도, 하금열-최금락 이인규 수사해 진실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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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

2009년 5월 13일 SBS '8뉴스' 보도 (사진='8뉴스' 캡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2009년 5월 13일, SBS '8뉴스'에서는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 보도가 나갔다. 검찰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해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이 준 고가시계를 권양숙 여사가 논두렁에 버렸다고 한 단독보도였다.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각각 언론 인터뷰와 발표를 통해 해당 보도는 노 전 대통령에게 망신 주기를 위한 목적에서 국정원이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보도가 나온 지 8년 만에, SBS는 단협에 의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34일간 취재·보도 관련자들을 두루 조사했다. 조사위는 "해당 보도 과정에서 국정원 개입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12. 4. SBS '盧 논두렁 시계 보도', 8년 만에 진상조사에도 결론 '미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이하 SBS본부)는 강제력을 갖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사위가 진상규명을 위해 애쓴 점은 인정했으나, 당시 사장이었던 하금열 씨와 보도국장이었던 최금락 씨의 '조사 거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증거 미제시는 한계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5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정원 공작에 의해 보도가 이루어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 내부를 투명하게 드러내 보여야 했다"며 하금열, 최금락, 이인규 세 사람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어제 진상조사위원회의 '논두렁 보도' 관련 보고서 결과가 나왔다. 사내 반응이 궁금하다.

사실 특별한 반응은 없다. 처음부터 한계가 있는 조사여서 어디까지 밝힐 수 있겠느냐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외부 인사들이 조사에 결합해서 우리 내부를 들여다봤다는 성과가 있다. 저희의 시스템을 최대한 투명하게 드러내야 의심이든 사실이든 해소가 되고, 저희가 사과해야 할 일을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반응이 한편에 있다. 일각에서는 이 보도를 어떤 프레임에 가둬서 전체가 조작인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에 우려와 거부감을 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제공)

 

▶ 취재기자를 비롯한 보도라인을 조사하고 보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국정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어떻게 바라보나.

조사과정에서 일관되게 확인된 것은 (취재기자의) 취재원이 검찰 쪽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기자들 역시 검찰 내 다른 취재원에게 확인 취재를 거쳐 발제했고 방송된 것이므로 통상적인 취재·보도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또, 일선 취재기자들의 판단과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 문제는 결국 2가지다. 우리가 취재해 보도한 정보 자체가 국정원의 조작에 의한 것이냐, 이 보도가 나가는 과정에서 국정원 개혁위가 말했듯 하금열 당시 사장에게 어떤 부탁이 있었고 그게 아래로 전달됐느냐 하는 거다. 여기에 (조사 대상자) 모두가 아니라고 했다.

특히 '위로부터의 압력'에 취재진이 반발하는 이유는 애초에 이 보도는 '아래로부터의 발제'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시 사장-보도국장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외부에서 보기에는 의구심이 생긴 것이다. 명백한 해명을 위해 강제력 있는 곳에서 하금열, 최금락 씨를 조사해야 한다. 하 전 사장은 MB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최 전 국장은 MB 정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여전히 합리적 의심의 고리가 남았고,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논두렁에 버렸다'라는 표현의 출처는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논두렁에 버렸다'는 표현에 국정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남지만, 적어도 (고가시계를 버렸다는) 정보가 검찰 쪽에서 나왔다는 건 복수의 증언에 의해 확인되고 있고, 여기에는 누가 조작하거나 개입했다는 흔적이 없다. 이인규 씨는 국정원과 언론이 짜고 이런 보도를 했다고 주장해 이 사태를 더 확대한 장본인이다. 수사정보 유출의 가장 큰 책임은 검찰에 있기 때문에 명확히 답해야 한다.

물론 저희 취재진이 검찰 취재를 통해 정보를 확보해 방송하는 과정에서, 받아쓰기 식 보도행태가 나왔기에 고려할 지점은 있다. 그러나 언론을 수사의 도구로 활용하는 검찰-언론 취재관행은 지금도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 비단 SBS뿐만 아니라 전체 언론계의 문제라고 본다.

▶ 하금열, 최금락, 이인규 씨에 대한 수사가 노조의 요구인가.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SBS도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국정원의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적폐청산과 사건에 대한 정확한 재조명을 위해서라도 강제력 가진 수사기관이 나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별개로, 검찰 취재관행에 대한 재고도 필요하다.

▶ SBS는 올해 5월 세월호 관련 해양수산부 보도 진상조사를 했고, 8년 전에 나간 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도 살폈다. 지난 보도를 짚고 결과를 내놓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게 가능했던 힘이 무엇일까.

이건 공영·민영의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저희가 지상파 방송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이건 생존의 문제이고, 그런 차원에서 최대한 시청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는 의혹 제기된 부분에 대해 스스로 조직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물론 이때 내부 구성원들이 고통스러울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상처를 입을 수 있지만, 그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이 '시청자 신뢰'라고 봤다. 사실 이 건도 이 전 중수부장이 처음 언론 인터뷰를 했던 2015년 당시 밝혔다면 더 명확히 정리가 됐을 것이다. 덮고 넘어가자는 당시 경영진 기류가 문제를 더 키웠다고 생각한다. 잘못이 있었으면 정확하게 사과해야지, 의혹에 대해 쉬쉬하는 태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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