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동걸린 '김영란법' 개정…성급하게 밀어부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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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개정에 제동이 걸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어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격론 끝에 부결시켰다.

전원위원회 참석자 12명 가운데 찬성 6명, 반대 5명, 기권 1명으로 찬성이 1명 더 많지만 과반을 넘지 못했다.

개정안은 공직자 등에게 제공 가능한 선물 가액 상한액을 농축수산품에 한해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이른바 '3·5·10' 규정 가운데 5를 농축수산품 선물에 한해 10으로 상향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전원위의 부결로 정부의 김영란법 개정 드라이브는 타격을 받게 됐다.

권익위는 김영란법 개정을 기정사실화해놓고 전원위 의결 뒤 당정협의를 거쳐 29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다.

정부의 개정 드라이브는 농축수산인과 화훼농가의 요구와 압력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들은 김영란법 시행이후 매출이 최고 30% 이상 떨어지면서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3·5·10규정 개정을 줄기차게 촉구해왔다.

개정 드라이브에는 농축산식품부와 해수부 등 관련부처 장관이 앞장섰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여기에 힘을 실어줬다.

이 총리는 최근 농산물 유통현장을 점검하면서 "늦어도 설 대목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리까지 나서 시한을 못박으면서 개정의지를 표명한 만큼 그동안 개정에 소극적이었던 권익위도 개정 드라이브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개정안 부결에 권익위는 물론 정부도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전원위 부결에 대해 전원위나 권익위를 탓할 것은 못된다.

김영란 서강대 법률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사진=자료사진)

 


김영란법은 시행한지 이제 1년 밖에 안됐고 개정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나뉘어져 있다.

농수축산업자들은 선물가액 상향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들 중 상당수는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 관련부처는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총리까지 나서 시한을 못박으면서 개정을 약속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전원위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 위원들도 "청탁금지법을 시행한지 1년 밖에 안됐는데 손을 대서는 안된다", "대다수 국민이 개정을 원하는지 의문이다", "청탁금지법이 농축수산품에 미친 영향이 아주 크지 않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시행 1년 만에 가액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법 시행령상의 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시행령 45조에는 가액범위 조정과 관련해 "2018년 12월 31일까지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축수산업자 등이 매출 급감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할 수 없다면 좀더 시간을 두고 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필요성이 있었다.

그 주체는 총리가 아니라 권익위가 돼야했다.

전원위 부결 이후 대책도 마찬가지다.

권익위가 총리가 못박은 시한에 맞추기 위해 전원위에 안건을 바로 재상정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최악의 카드다.

그것은 농축수산업자들에 대한 총리의 공언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김영란법을 통해 어렵사리 거둔 청탁문화 개선이라는 성과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자들의 압력에 밀려 무리수를 두게 되면 다른 쪽의 개정 압력도 들어줄 수 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김영란법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조사한 결과 일반국민의 89.2%가 이 법의 시행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청탁문화가 어지러운 수준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확고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권익위가 성급하게 밀어부치지 않고 국민 사이에 공감대를 넓히면서 필요한 시기에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가 개정안 부결에 대해 "권익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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