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새벽1시 '몰래' 교습소…초등생은 수II 공부중"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초등학교 5학년 때 고교과정, 수Ⅱ 공부했어요"
-단속 피해 새벽 1시까지 독서실에서 비밀 교습
-이명박 정부 '고교 다양화' 정책, 서열화 부작용 낳아
-입시 핵심 '학종'…"고교 교과는 중학교에 끝내야 한다는 인식"
-자유학년제, 선행학습 부채질 할까 우려도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 SNS 참여 : 페이스북[www.facebook.com/981news]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 뉴스 속을 훅 파고듭니다. 훅!뉴스 시간,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어떤 뉴스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김정훈> 포항 지진의 여파가 학교와 교실도 뒤흔들었죠. 어제 예정돼 있던 수능시험이 한주 뒤로 미뤄진 것입니다. 수험생들의 안전을 위하고 형평성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지만 당사자들의 당혹감은 어쩔 수가 없거든요. 먼저 수험생들의 말을 듣고 가볼까요?

포항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시험장이 텅 비어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녹취: 수험생들]

"수능이 연기된 게 처음있는 일이라 저도 되게 당황스럽고요."

"수능 디데이가 넘어가잖아요. 그때 진짜로 진짜 스트레스 받아요. 근데 그거 다시해야 한다니까 그게 너무 힘든데."

"그냥 남은 자료들 풀고 새로운 자료 사든지 해서 일주일 보내야죠."



◇ 김현정> 요즘은 시험 보기 전에 문제지를 버린대요. 버렸던 것 찾느라고 여기저기 소동이 벌어졌다는데, 다들 걱정이 많네요?

◆ 김정훈> 시험을 준비할 기간이 더 늘긴 했지만, 이들에겐 지옥 같은 입시 전쟁 기간이 한주 더 늘어난 셈일 뿐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보다 훨씬 오랜 기간 입시 전쟁을 치르는 이들이 있다고 하네요.

◇ 김현정> 고3이나 재수생들 말고요?

◆ 김정훈> 고등학생들을 넘어 중학생, 초등학생들까지 이미 대학 입시를 위한 전쟁터에 놓여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 김현정> 한두 학기 정도의 선행 학습이 아니라?

◆ 김정훈> 네. 진짜 입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초‧중학생들을 이번 '훅!뉴스'에서 취재해 봤습니다.

◇ 김현정>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요?

◆ 김정훈>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중학교 한 학년 과정도 채 마치지 않은 학생들임을 염두에 두고 들어주십시오.

[녹취: 중학생들]

"저는 작년에 중학교 것 다 끝냈어요. 고등학교 다 끝낸 애들은 심화나 그런 거 하고..."

"수학 올림피아드 준비하고 있어요. 수-I, 수-II 끝내고 확률과 통계 좀 하고, 미적분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수II하고 있었고요."

◇ 김현정> 초등학교 5학년 때 '수-II'를 하고 있었다고요? 수학-II라면 고등학교 배우는, 그 중에서도 어려운 수학 과목 아닌가요?

◆ 김정훈> 현재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인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수-II를 배웠다는 것이죠. 지금은 그 단계도 넘어서 '확률과 통계'라는 더 어려운 영역을 배우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즐비한 학원 간판들. (사진=김원유PD)

 

◇ 김현정> 김정훈 기자, 영재학교 학생들 만나고 온 거 아닌가요?

◆ 김정훈> 그런데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아주 일부만의 현상은 아니더군요. 중학교, 그보다 앞선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현실은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찾은 곳이 있는데, 서울 대치동 학원가입니다.

◇ 김현정> 전국에서도 교육 특구로 불리는 곳이죠.

◆ 김정훈> 지난 14일 밤 그리고 어젯밤 찾아봤는데, 심화 학습‧선행 학습으로 유명한 학원들이 즐비했습니다.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3차선 도로에서 건물에 접한 한 차선이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 김현정> 학생들 태우기 위한 차들이 쭉 멈춰선 장면이죠?

◆ 김정훈> 네. 그리고 10시 15분 무렵 수십여 명의 학생들이 학원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준비된 승용차에 속속 올라탔고요. 이들 중에는 초등학생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만난 한 초등학생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대치동 학원가 초등학생]

"지금 5학년이에요. 학원에서 수업 끝나고 나왔어요. 수학 위주로... (어떤 수학이요?) 중학교 2학년 과정. 저보다 늦게까지 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11시까지도 해요."

학원을 마치고 부모를 기다리는 초등학생(사진=김원유PD)

 

◆ 김정훈> 그런데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가의 한 건물이 있었는데, 자정 무렵이 되자 앳된 아이들 스무 명 정도가 한꺼번에 나오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밤 10시 이후엔 학원을 운영할 수 없다는 조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근 독서실에서 밤늦게까지 몰래 교습을 받고 나온 초등학생들이었던 거죠.

◇ 김현정> 단속을 피해서 이렇게 이루어진 현장들이군요?

◆ 김정훈>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에 대해 대치동 유명학원 한 관계자로부터 은밀한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비밀 심야 교습이 성행하고 있고, 해당 학원을 다니는 초등학생들의 수만 4,5백명에 이른다는 내용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대치동 학원 관계자]

"별도의 공간을 운영하는 상황인 거죠. 인근의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5시에 와서 10시까지가 기본 수업인데 11시까지 하거나 1시까지 하는 친구들도 있죠. OOO에 소속된 초등학생들만 해도 한 400~500명 정도. 고등학교 1학년 과정까지 목표로 선행학습을 하는 거죠. 과정에 따라 다르지만 45만원에서 60만원까지 가죠."

◇ 김현정> 초등학생들이 숨어서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한다? 그 내용이 고등학교 과정이다? 물론 교육열이 워낙 뜨거운 곳의 이례적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게 몇몇 학생들의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잖아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가요?

◆ 김정훈> 몇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우선 서열화된 고등학교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좋은 고등학교부터 진학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겁니다.

◇ 김현정>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을 바라보며 우선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한다는 거네요?

◆ 김정훈> 특히 과학고나 영재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미 초등학교 때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고요. 이밖에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등을 진학하기 위해서도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입시 경쟁 체제에 내몰린다는 겁니다.

◇ 김현정>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좋은 고등학고부터 가야 한다? 실제 현실이 그럴 수밖에 없나요?

서울대학교 전경(사진=김원유PD)

 

◆ 김정훈> 서울대학교의 경우 2017학년도 합격자 가운데 일반고 출신 비율은 50%도 되지 않았습니다. 절반 이상은 소수 명문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명문고를 들어가기 위해 안달이 날 수밖에 없죠. 사교육없는세상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장의 말을 들어보실까요?

[녹취: 안상진 소장]

"이명박 정부 때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라는 게 있었어요. 그러면서 자율형사립고 등이 많이 생겼거든요. 문제는 그러면서 외고나 국제고나 과학고들도 확대되고, 영재고도 확대되고요... 서열화되어 버린 거예요. 고등학교를 들어가는 것(준비)의 시작은 초등학교 고학년 저학년으로 볼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이명박 정부가 고교 다양화를 추구하면서, 취지는 좋았지만 부작용으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 김정훈> 여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학종' 문제도 있습니다.

◇ 김현정> 학종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이요...

◆ 김정훈> 네. 내신 성적은 물론 수상 실적, 동아리 활동 등을 모두 평가해서 대학 입학 전형에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201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체 수시 모집 비율은 74%인데요, 그 중 서울 소재 대학 수시 전형의 경우 신입생의 56%를 학종으로 뽑거든요. 그 정도로 절대적입니다.

◇ 김현정> 이것도 취지는 좋아요.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평가하겠다는 거잖아요.

◆ 김정훈> 반대로 말하면 학교 성적 관리 외에 다른 활동들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니 고등학교 때는 수상을 위한 특별 활동이나 개별 동아리 활동에 역점을 두게 되고, 고등하교 때 배워야 될 것은 중학교 때 끝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는 겁니다.

◇ 김현정> 대학 입시를 위한 고등학교 교과 과정은 중학교 때 끝내야, 고등학교 때 동아리도 들고 대회도 나가지 않겠느냐...

◆ 김정훈> 네. 이 부분은 교육평론가 이범씨의 말로 들어보실까요?

[녹취: 교유평론가 이범]

"학종이란 게 복합적으로 여러가지 전형 요소를 준비하는 걸 요구해요. 내신이 들어가죠. 교내 경시대회,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독서활동, 각종 자격증 인정. 거기에 소논문은 경시대회를 통해서 반영되기도 하고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신준비를 이미 중학교 때 상당히 끝내놔야 나머지 교과활동들을 고등학교 때 해서 학종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

◆ 김정훈> 앞서 서열화를 낳은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300'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고요, 과거 입학사정관제에서 비롯된 학생부종합전형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크게 확대됐습니다. 결국 이전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들이 모두 원래의 취지가 퇴색된 모습입니다.

◇ 김현정> 시작은 좋았어요. 취지는 좋았는데 지금까지 진행된 결과를 보면 긍정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어요.

◆ 김정훈> 그렇게 취지와 결과가 다를 우려가 있는 정책이 하나 더 눈에 띄는데요.

◇ 김현정> 뭡니까?

◆ 김정훈> 이달 초 교육부가 발표한 중학교 자유학년제도입니다. 기존의 자유학기제가 한 학년으로 확대돼 내년에 전국 1,500개 학교에서 실시되는 것인데, 자유학년 기간인 1학년 때는 시험을 치르지 않고 주로 다양한 진로탐색을 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 김현정> 이것도 취지는 굉장히 좋잖아요. 그런데 자유학년제도에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건가요?

◆ 김정훈> 자유학년제를 제대로 운영하기엔 인력 때문이든 예산 때문이든 학교 안팎에 적합한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방치되기 일쑤라는 게 일선 교사들의 평가인데요, 4년간 자유학기제를 운영해봤다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의 말입니다.

[녹취: 중학교 교사]

"학교에서 수업을 거의 안한다고 보시면 되고요. 학부모가 관심이 많으면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학원을 다니든지 해서 수준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 발전되는 반면, 관심도가 적은 집의 학생 같은 경우 공부의 끈을 놓아버리기도 하더라고요."

◇ 김현정> 자유학년제 기간에는 학교를 아예 안 가는 건가요?

◆ 김정훈> 학교를 가긴 가는데 시험 자체가 없고요, 진로 탐색에 교육 과정이 맞춰지다 보니...

◇ 김현정> 거기에 방점이 찍히다 보니, 불안한 학부모들이 이 자유학년제 기간 동안에는 사교유에 의존하게 되는 거넹요.

진학 희망 고교 유형별 사교육 참여율(표=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김정훈> 안 그래도 고교 서열화나 학종 문제 때문에 학생들이 일찍부터 입시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이라고 말씀을 드렸죠. 자유학년제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선행 학습에 불이붙는다면 그 경향이 더 짙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 김현정> 세 가지를 짚어주셨어요. 고교 서열화 문제, 학종 문제, 자유학년제 문제까지 겹치면서, 취지는 좋은데 우리 사회에서 이상하게 일그러지면서 부작용을 낳는 현실을 말씀해주셨는데,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합니까?

◆ 김정훈> 다행히 고교 서열화의 한 축이었던 자율형 사립고, 그리고 외고와 같은 특수목적고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폐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들 학교의 우선 선발권이 없어지면서 우수 학생을 미리 확보하는 길이 어려워진 겁니다. 나머지 과학고 영재고의 과열된 입시 경쟁 문제, 또 학생부종합전형의 부작용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져 있죠.

◇ 김현정> 정말 어린 나이에 입시 전쟁에 몰리고 있는, 점점 그 나이가 어려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짚어주셨는데요. 교육과 입시에 대한 문제도, 공론화 위원회 같은 틀로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도 드네요.

◆ 김정훈> 근본적 해법을 위해서는 교육 당국자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가 머리를 맞대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김현정> 네, 입시 전쟁으로 몰리는 나이가 이렇게까지 내려가고 있다면 이건 비정상입니다. 요즘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중인데 교육의 현실에도 관심을 더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