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늑장 사라진 정부와 민간의 재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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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두번째 규모인 5.4 지진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전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지진피해 아파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천재지변(天災地變)이 생기면 자연 앞에 초라한 인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불가항력(不可抗力)'의 영어식 표현이 '신의 섭리(act of God)'인 사실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신속한 초동대응과 실효성 있는 사후대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천재(天災)는 곧 인재(人災)로 돌변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적어도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직후 정부와 민간이 보여준 대응과 대처는 평가받을 만하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19초 만에 조기 경보를 발령했고 곧바로 긴급 재난문자를 국민들에게 보냈다.

포항시는 긴급 재난상황실을 마련했고,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긴밀하게 조율했다.

시민들은 위기 매뉴얼에 따라 차분한 가운데 신속하게 안전지대로 대피했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포항 현지로 내려가 주민들을 위로했다.

특히 이번 포항 지진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라는 전례없는 기록까지 남겼다.

수능을 불과 12시간 남겨둔 시점에서 정부가 전격적으로 연기를 결정한 조치는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과 당혹감에도 불구하고 매우 시의 적절했다.

포항지역에는 16일도 규모 3.0 이상의 비교적 강한 여진이 잇따랐다. 경상북도 지역에서만 60여 군데 학교 시설이 지진 피해를 입었다.

만일 수능시험이 예정대로 실시됐다면 지진 피해지역 수험생들의 안전 보장은 물론이고불안감 속에 제대로 실력 발휘도 하지 못했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능 성적에 따른 집단 소송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일이다.

포항 지역 수능 응시생은 6천여 명으로 전체 59만 3천여 명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만 했다.

역대 두번째 규모인 5.4 지진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가운데 16일 오전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주민대피소에 지진 피해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수능 연기를 요청하는 포항 지역 학부모들의 울부짖음을 김상곤 교육부총리에게 전했고, 김 부총리의 건의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재가했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포항 현지를 방문해 신속한 피해 복구와 이재민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독려했다.

지진 피해 속에서도 정부와 민간, 중앙과 지방정부의 대응과 대처가 톱니바퀴 돌아가듯 착착 맞아 돌아가는 모습이다.

초동대처가 좋았다고 해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당장 교육부와 행안부는 학교건물에 대한 안전점검과 대체 시험장 확보. 시험지 유출 방지 등을 통해 대입 전형에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능이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수적인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은 학업 못지않은 소중한 가치다.

언론도 수능 연기에 따른 혼란과 불안을 전하기보다는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새삼스럽지만 이제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게 됐다.

1978년 관측 이래 가장 강력했던 규모 5.8의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이번 포항 강진으로 지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원전의 안전 관리와 내진 설계 기준 강화,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와 지도제작, 정기적인 재난 대피 훈련 등 지진과 관련된 중장기적인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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