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농단 연루' 공기업 수장 교체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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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공약 이끌 인사 모색"…사상 최대 인사태풍 예고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KT 황창규 회장 (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교체설이 돌았던 KT 황창규 회장을 비롯해 공기업 수장들의 교체가 구체화되고 있다.

1일 정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감이 종료되면서 '적폐청산'이라는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와 맞물려, 전 정권의 수혜를 입었거나 연이어 터진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휘말린 수장들을 대상으로 사상 최대 인사 태풍이 예상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인사이자 국정농단에 연루됐던 KT 황창규 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면서 더 이상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 이 이번에 물러나면 지난 2014년 3월 취임 뒤, 약 3년 8개월 만에 용퇴하는 것이다.

황 회장과 함께 국정농단에 연루됐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히는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도 이번 국감을 끝으로 공공기관 및 공기업 물갈이 명단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국정감사 종료 이후 주요 기관장 교체 및 공석인 기관장의 임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 가운데 친박 성향이 강한 인사들의 경우 재심임이 결정된다.

황 회장 퇴진설은 지난 5월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금까지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행처럼 최고경영자도 함께 교체돼왔다.

남중수 전 사장, 이석채 전 회장 모두 정권 교체 이후 물러났다. 남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1년 차 때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임했다. 이 전 회장도 박근혜 정부 1년 차 때 배임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 퇴진했다.

KT는 과거 정부 시절 낙하산 인사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도 황 회장이 임기를 채울지가 세간의 관심사였다.

더구나 황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에 연루돼 구설에 올랐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회삿돈 18억 원을 지원하고 최순실·차은택 씨 측근을 광고책임자로 임명하면서 68억 원 상당의 광고를 최순실 관련 회사에 몰아준 사실이 드러났다.

황 회장은 이에 대해 "안종범 전 경제 수석의 압박에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해명하며 공식 사과했다. 그럼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CBS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국감을 끝으로 황 회장은 교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만큼 문재인 정부는 새 정권 출범과 동시에 황 회장이 용퇴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황 회장이 계속 회장직을 유지하며 임기를 채우려 하자 "철학이 맞고 정치적으로 문제없는 인사를 새롭게 찾고 있다"며 이 관계자는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첫 미국 방문에 함께 할 경제사절단에 KT와 포스코가 나란히 제외된 것도 정부가 향후 거취와 관련해 이미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당시 재계에 따르면 황 회장과 권 회장 모두 방미 경제 사절단에 동행 의지를 내비쳐왔고, 두 회장 모두 대한상의가 주요 경제단체로부터 추천받은 명단에 있었다. 그러나 결국 포함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등 적폐 해소 기조를 밀어붙인 것이, 새 정부 인사 단행에 잠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 정권 인사라고 해서 압박을 가하는 것 자체가 '자기모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나고 국감도 끝나면서 기관장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단체에 유무형의 압박을 가해 자진 사퇴를 이뤄내는 형식으로 '물갈이'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한 황 회장에게 여당 의원들이 고액 연봉 문제와 국정농단 연루 의혹 등에 대해 집중포화를 던지고 "그만둘 생각이 있느냐"며 사퇴 압박을 한 것도 수장 교체 신호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또 다른 한 고위 관계자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대표 민생 공약으로 내세웠던 '통신비 절감 대책'을 잘 수행해주면서도 대한민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사람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황창규 회장의 연임 직후부터 철회를 촉구해온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정부의 공기업 물갈이 등을 떠나 황 회장의 용퇴가 순리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지난 연임 당시에도 황 회장은 자신의 측근들을 불러서 이사회 구성을 유리하게 했고, 고액 연봉 등으로 KT 내부 시선 역시 싸늘하다"면서 "지금 KT에서는 '참혹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견이 거세고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연루에도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KT 측은 황 회장 퇴진설에 대해 "사실무근이고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선보여 5G 국제표준화 작업에서 우위를 점하려 총력을 기울여왔다"면서 "평창 올림픽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코드 인사를 떠나 수장이 바뀌는 자체가 KT 기업은 물론 올림픽 준비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채용·인사 비리 사태에 휘말린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금융기관 최고경영자들도 교체가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언급하며 "현행 법령으로 처벌할 수 있으니 의지를 갖고 적발하라"면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만큼 '적폐청산' 칼날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도 "몇몇 은행장이나 기관장들은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심어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연임하지 않았나"며 "이런 구시대의 관행을 청산하는 게 새 정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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