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이 밝힌 흥행 흑역사 극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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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사진=쇼박스 제공)

 

곽경택 감독은 조금 독특하다. 일단 천만은 아니지만 천만에 버금가는 흥행 성적과 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친구'라는 작품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존재한다.

이후 한 동안 액션에 몰두했지만 가슴 아픈 멜로('통증')에 도전하기도 하고, 침착한 수사물('극비수사')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실화 바탕 연출력을 입증해냈다.

부산국제영화제 일정 때문에 급하게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진 그는 '희생부활자' 개봉을 앞두고 상당히 유쾌한 모습이었다. 영화에 대한 외부 평가에 크게 개의치 않는 뚝심을 보며 꾸준히 쉬지 않았던 20년 감독 경력을 실감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해 범죄자를 응징하기 위해 부활한 '희생부활자'. 이 미스터리한 소재를 곽 감독은 특기인 수사물에 접목시켜 현실감 넘치게 풀어냈다. 후반부 '신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모성애 강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의 말대로 천만 감독도, 칸영화제 감독도 아닌 그가 지금까지 한국 영화계에서 꾸준히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쉬움과 후회 속에서 작품을 완성한 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 성실한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곽경택 감독과의 일문일답.

▶ 원래 원작 소설의 제목은 '종료되었습니다'다. 후반부를 소설과 다르게 각색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나.

- '극비수사' 할 때 사극을 하나 준비하고 있었는데 투자에서 막혔다. 다음 작품을 할만한게 없어서 여동생에게 SOS를 쳤다. 기획 중단된 작품 중에서 내가 만져볼만한게 있는지 물어봤다. 판권을 산 소설이 있는데 감독들이 처음에는 좋아하다가 중후반부를 보면 못한다고 포기했다더라. 책을 보내와서 읽었는데 소재의 특이성은 뒤로 하고, 일단 몰입감이 너무 좋았다. 허리와 결말만 잘 채우면 영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필모그래피를 보면 주로 실화 바탕의 리얼리티가 살이있는 영화들을 많이 했다. 본인에게도 굉장히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끝나고 나니 어떤 심경인가.

- '닥터 K'로 이런 미스터리 장르는 데여본 적이 있어서 하는 게 맞나 싶었는데 너무 실화 이야기만 영화화해도 긴장이 안되니까 스스로 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결과물은 아쉽다. 영화는 나 혼자 글을 쓰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와 자본이 연결된 거다. 데드라인을 정해놓지 않고, 좀 더 정교하게 준비했다면 지금보다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은 있다.

영화 '희생부활자' 현장에서의 곽경택 감독. (사진=쇼박스 제공)

 

▶ 억울한 원수를 되갚기 위해 살아 돌아온 '희생부활자'. 상당히 비현실적인 소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밀착된 연출이 인상깊었다. 이를 위해 특별히 노력한 지점이 있다면?

- 사실 정말 황당한 허구다. 기획 단계에서 트리트먼트를 본 투자사 관계자들이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진짜 있나 찾아보더라. 그만큼 세상이 혼돈스럽다는 이야기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 싶었다. 배우들에게는 이런 부탁을 했다. 미국 SF 드라마를 보면 이 이야기보다 훨씬 황당한 이야기가 많은데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느냐.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줘야 관객들에게도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비주얼이나 속도가 떨어지는 순간 바로 '가짜'라고 생각이 되는 거다. 그래서 미술팀, 특수효과팀도 많이 괴롭혔고 CG팀은 개봉 직전까지 괴롭힘을 당했다.

▶ '펀치' 당시 김래원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는 굉장히 본인 연기에 확고한 철학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죽은 엄마가 살아 돌아 온 것을 알게 된 서진홍 검사 역할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더라. 옆에서 지켜본 감독으로서 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나.

- 힘들어 할 수밖에 없다. 사실 남자 주인공은 영화 제작이 가능하게 해주는 캐스팅이다. 이게 돼야 자본이 동의를 해줘서 영화를 찍을 수 있다. 그런데 '희생부활자'는 까놓고 보면 엄마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아들의 극중 감정상태는 혼란 뿐이고, 맨 마지막에 가서야 자기 반성이다. 혼란으로 90% 달려가야 하는데 사실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그런데 그걸 내가 만든다는 하나만으로 흔쾌히 출연을 한거다. 굉장히 고맙고 또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 후반부를 각색하면서 본인도 힘들었던 부분들이 있었을 것 같다.

- 글이 풀리지 않는다고 괴팍스럽게 행동하고, 그런 부끄러운 모습들이 있었다. 나중에 왜 그랬나 생각해보니 별로 고민하지 않던 걸 고민해야 되니까 그런 거다. 나는
실화를 각색해서 재포장하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 출발해, 관객들의 믿음을 사야 하는 거니까. 과연 이런 사적 복수가 정당화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용서의 가치와 정당한 복수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희생부활자'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 등장인물들을 보면 굉장히 불행하거나 어두운 측면들이 많은 사람들이다. 왜 이렇게 설정을 했는지 궁금하다.

- 이야기를 만들 때 주변에서 들려왔던 어두운 이야기들이 작용한 듯하다. 존속 살인. 패륜적 살인, 몇 년 동안 OECD 자살률 1위 등의 뉴스를 접하면서 왜 이렇게 됐을까 이런 고민들이 들었다. 이런 세상이니까 '희생부활자'라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거라는 타당성을 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한 명도 행복한 사람이 없어야 했다. 그런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익숙하게 끌고 나갔던 게 내게도 힘들었던 것 같다.

▶ '희생부활자'로 돌아온 최명숙 역의 김해숙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후반부 이야기를 이 캐릭터가 풀어가는데 굉장히 모성이 강한 캐릭터다.

- 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했었다. 참신한 이야기를 너무 모성이라는 감성에 의존하는
결말로 가는 게 아니냐고. 그런데 처음 내가 원작을 읽었을 때도 이야기에 몰입이 됐던 이유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여서 그랬다. 또 다른 더 좋은 생각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로 풀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많은 지적과 제언에도 불구하고, 이걸 유지하는 게 맞다고 결정했다. 제작 후반부에 모성에 기대게 하지 않으려고 나름 세련미를 내기 위해 애를 써봤는데 그게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처음에 내가 설정했던 대로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 상당히 희생적이면서도 광기 어린 모성애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어떻게 보면 그 잘못된 모성애가 자신의 자식마저도 파국으로 이끌게 된다. 왜 대다수 영화에서는 어머니의 모성애를 이런 방식으로 그리는지 궁금하다.

- 아버지는 사실 생각해봐도 그렇게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는다. 존경스럽고 고맙기는 한데 어머니는 생각하면 미안하다. 그런데 또 뭘 부탁하거나 하면 귀찮다. 나도 참 자식이고, 자식이 있는 사람인데도 그렇다. 말미에 '귀찮다'라는 대사가 갑자기 너무 튄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그 장면을 빼면 이 영화를 찍은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
끝까지 두기로 했다.

영화 '희생부활자' 스틸컷. (사진=쇼박스 제공)

 

▶ '극비수사'의 유해진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성동일을 '코믹'이 아닌 진지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특별히 코믹한 감초 연기를 해 온 배우들에게 이런 역할을 맡기는 이유가 있나.

- 성동일 선배를 진지한 역할로 써보고 싶었다. 사실 대사가 빠진 부분이 많다. 고생을 많이 했지만 본인이 과연 이 작품에서 즐길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본인이 걱정했던 정도로는 험하지 않았는지 영화 끝나고 '괜찮다'고 해주더라. '극비수사' 할 때 유해진에게도 그런 부탁을 했다. 절대 유해진을 보고 사람들이 웃으면 안된다고. 똑같은 연기만 하면 관객도, 배우도 재미가 없는데 또 이렇게 다른 역할을 하면 즐거울 거 같아서 그런 역할들을 만들어 캐스팅 했다.

▶ 상당히 자본과 산업에 많이 좌지우지되는 일인데 영화 감독으로 굉장히 오랜 세월 활동하고 있다. 영화계에는 한 작품만 남기고 사라지는 영화 감독들도 많은데 그럴 수 있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 이 직업이 정말 재밌는 직업인데 모르는 사람이 안됐다. 나는 영화 만드는 일이 제일 재밌다고 생각하고, 사람이다보니 가장 재밌고 신나는 일을 하려고 덤빈 것 같다. 물론 내가 속성이 애매한 감독이긴 한다. 자주 만들면서 큰 손해를 끼치지는 않고, '친구'로 대박난 적이 있어서 또 한 번 일을 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다. 좋은 이야기만 열심히 잘 들고 가면 어떻게 영화를 찍게 된다. 물론 천만 감독이나 칸 감독은 아니지만 그렇다.

▶ 흥행이 되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는 후배 감독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

- 그냥 실패는 한 번 하이파이브하고 보내버리면 된다. 그 후유증을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100% 득될 것이 없다. 내가 '친구'라는 영화로 갑자기 사회적 지휘가 향상돼 정신 못차릴 때도 있었듯이 누구나 승승장구하다가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있다. 일본에 아뮤즈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 회장님이 예전에 내가 영화 '태풍' 이후에 힘들어하니까 한 번 밥을 사주신 적이 있다. 그 분 말씀이 피카소가 생전에 남긴 작품이 2000점이 넘는데 그 중 명작은 200점도 채 안 된다는 거였다. 모름지기 작가는 다작을 통해 명작이 나오는 거지 명작을 위해 작업하면 안되고 부지런한 감독이 돼야 한다는 거였다. 그 위로가 참 힘이 됐다. 힘들어하는 후배 감독들에게도 그 말을 꼭 해준다.

▶ 주로 남성 주인공 위주의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항상 작품을 만들면서 또 다른 작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차기작으로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 남북관련 영화를 하나 준비하고 있다. 남한으로 귀순한 분과 함께 만드는 중이다. 북한 정보기관에서 전설같은 사람이 등장하고, 그 사람이 김정남의 죽음과 관련해서 갑자기 귀순을 하는 그런 이야기다. 또 하나는 국극에 대한 이야기다. 여성들이 남자 역할까지 하는 연극을 말하는데 어린 시절에 동네 천막에서 국극을 본 경험이 있다. 몰래 개구멍으로 들어가서 훔쳐보고 있었는데 중간에 꼬마는 나가라고 하더라. 그런데 천막 뒤에서 진하게 화장을 한 호동왕자가 아기 젖을 먹이고 있는 거다. 몇 초 동안 눈이 마주쳤는데 아직도 그 사람 얼굴이 생각난다. 그래서 최근에 국극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해볼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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